[총선미디어연대 기고(3)]대운하를 공약으로 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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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전국 115개 대학의 2466명의 교수로 구성된 ‘한반도 대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이 출범했다. 교수모임은 한반도대운하 사업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와 검증을 벌여 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릴 것이라고 그 의도를 밝혔다. 이에 대해 대운하 전도사로 명명되고 있는 모 교수는 특정후보의 선거 전략과 연계시키며 이를 폄하하고자 했다. 손발이 맞아야 했던가. 경찰과 국가정보원은 대운하반대 모임의 교수들을 내사했다. 독재정권 시절 악명을 떨쳤던 공안정국이라는 역사속의 트라우마가 재현되고 있다.

대운하는 국민여론을 수렴해 추진하겠다는 것이 그간 정부가 밝혀온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대운하추진기획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09년 4월에 대운하사업 착공이 검토되고 있다는 내용도 알려졌다. 국토해양부는 사전준비 차원이라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지만,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이에 대한 공방으로 뜨겁다. 야권을 중심을 대운하 반대 정책연대가 모색되고 있기도 한다.

이렇듯 4월 총선을 앞두고 우리사회에서 최대의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대운하’ 문제이다. 아니, 대운하 이슈는 지난 대선 과정의 한나라당 경선에서부터 주요 의제로 떠올랐고, 이후 줄곧 우리 사회의 논쟁거리였다. 전문가들의 공박이 잇달았고, 술자리에서 대운하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여보지 않은 장삼이사들이 아마 없을 것이다. 

이상한 사실은 우리사회의 최대 의제인 ‘대운하’가 한나라당의 총선 공약에서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다. 총선에서 대운하를 슬그머니 덮고자 하는 한나라당의 속내를 모르는 이는 없다. 사실상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는 여당에게 뜨거운 감자이다. 대운하에 대한 여론의 무게추는 ‘반대’로 옮아가 있다. 최근 잇따른 여론조사 결과들은 대운하 반대의 목소리가 찬성보다 압도적으로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대운하 반대’는 총선에서 반한나라당 전선을 형성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고소영’, ‘강부자’ 정권이라는 국민적 조소 속에서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운하’는 ‘이명박’을 호명하기에 저간의 사정들 속에서 한나라당은 애가 끓을 것이다. 오죽하면 자신들의 공약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더 애가 끓고 기가 막힌 것은 유권자들이다. 걸핏하면 ‘오해야’를 반복했던 인수위, ‘땅을 사랑했다’는 장관 후보자, 투기의혹을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넘겨버린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작금의 최대 이슈를 총선에서 거론하지 말자고 한다. 국민의 수준을 무시하지 않고서야 이러한 양태들이 반복될 수 없다. 공약이란 정책을 반영한다. 선거에서 공약은 판단의 기준이며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요 사회이슈를 선거에서 덮고 가자는 것은 그야말로 꼼수이며 하급 정치이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사회적 의제설정 기능을 가진 언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2008총선미디어연대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사회적 공론장으로서 언론의 역할은 미미하기만 하다. 언론보도에 정책은 없고 격전지 중계만 되풀이 된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책의 실종을 지적하는 보도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운하가 호부호형도 못하는 홍길동의 맥락이어서는 안 된다. 대운하는 이미 사회적 이슈이며 정책 의제화되어 있는 주요 사안이다. 애써 가리려 해도 가려질 수 없는 이슈이다. 때문에 이는 선거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언론 역시 의제설정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올바른 의제를 설정해주는 것 역시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주요 역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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