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블로그] 들쑥날쑥 여론조사 어떻게 볼 것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태경 KBS PD
요즘 총선을 일주일 남기고 여론조사가 판을 친다. 거의 우세와 열세를 구분하고 몇 가지 언급으로 민심을 대변하고 있어 거의 선거 분위기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물론 부동층이라는 개념을 들어 조사전문가들은 빠져나갈 구석을 차고 있긴 하지만.

지난 대선에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 조차도 밴드웨건 효과에 기대어 당선되었다. 당시 경선에선 박근혜후보가 한나라당 내에서 이기고도 여론조사의 패배로 결국 고배를 마셨다. 지금 정치는 여론조사에 의해 달려있다고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렇게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데에 결정적으로 의존할 만큼 여론조사는 신뢰할 만한가? 바로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KBS에서 7만명 이상의 전국 조사 규모를 10회 이상 진행해 본 경험에 따르면 현재 여론조사의 신뢰도는 회의적이다 못해 우려스럽다. 한국 여론조사는 90%이상이 전화여론조사이다. 적어도 여론조사의 신뢰성 여부는 전화가 전체 가구에 보급되었기에 전체 가구 모집단을 대표한다는 가정에 달려있다.

만약에 비용상 여건상 전화조사를 저녁 8시까지만 한다면 직장내지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여론을 수렴할 수 있을까? 휴일에 한다고 해도 집을 비우고 밖으로 나간 활동인구층이 과연 전화조사로 도달할 수 있을까? 더욱이 전화번호부 공개 여부, 응답률까지 고려한다면 전체 프레임의 3%도 채 도달하기 힘들 것이다. 응답거절률이 명시되지 않는 조사의 신뢰도는 점치기 불가능하다.

최근 총선 전화조사의 응담률은 10% 넘기가 힘들 것이다.(모집단 전체 프레임을 기준으로). 그래서 여론은 전업주부 여론조사라는 속설도 제기되곤 한다. 그렇다면 수십억의 예산이 투여된 예측조사의 초라한 성적표는 어쩌면 당연하기 까지하다. 더욱이 지나친 조사로 피로감에 누적된 나타난 조사 거부반응이나 회피 현상까지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과연 전화가 여론을 대표할 수 있을까 싶다. 따라서 심하게 표현하면 경마장식 여론조사 공표 방송은 근거도 없이 결과를 유도하는 보도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생산적인 정책 대결이 정당 헤게모니에 가려있는 현실에 비취보면 다른 형태의 선거방송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지상파 방송은 대공약 중심으로 큰 틀을 집중적으로 의제를 제기할 의무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선거 방송이 단순한 여론추수주의가 아닌 내 삶과 맞닿아있는 현실에 대한 정치인의 진정성 내지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선거가 자리잡기를 간절히 바란다. 과학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여론조사의 기만 행위를 폭로하고 철저하게 우리사회의 본질과 미래를 감성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생생한 현장을 꿈꾸어 본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