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가 프로그램 등급제를 지켜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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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가 프로그램 등급제를 지켜야 하는 이유
[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 ②
  • 고승우 박사 (전 한성대 겸임교수
  • 승인 2008.04.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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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우

우리 TV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등급제를 철저하게 지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위반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 제도를 일반 시청자가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청자가 잘 알아야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다는 절대적 한계가 있는데도 그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거나 비판하는 학자, 방송인, 정치인도 거의 없다.

아동들이 가정에서 부모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면 TV 프로그램 등급제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방송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가정에서 부모들이 왜 아동들의 시청을 프로그램 등급제에 맞춰 제한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 등급제의 의미, 즉 시청해서는 안 될 연령의 아동이 시청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를 부모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런 노력은 거의 행해지지 않는다. 정보 강국이라고 하면서도 정보 관리, 특히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보호는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늘날 청소년 등에 대한 미디어 교육이 절실해 지는 것은 방송프로그램 등급제 때문만이 아니다. 새로운 미디어가 속속 등장하면서 어떤 미디어 교육 방식을 도입해야 하고, 그 교육의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나날이 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미디어 교육을 실시한다면, TV 등 영상매체의 영향력과 함께 컴퓨터와 미디어의 결합에 따른 새 미디어의 등장으로 형성된 새로운 정보수급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DMB와 함께 디지털TV시대도 우리의 현실이 된다. 또한 인터넷과 다른 미디어 예를 들면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의 결합으로 개인들의 영상정보 생산과 전달 기능이 더욱 광범위해지고 이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매체의 의사전달 방식은 종래의 송신자 위주에서 수신자로 무게 중심이 옮아가는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인터넷 시대의 미디어 교육은 과거 미디어 시대의 그것과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우리의 방송과 교육계가 아직 방송프로그램등급제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을 보는 마음 안타깝기 그지없다.

▲ 현행 방송법은 뉴스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외한 장르에 등급제를 반드시 고지하도록 하고 있다. ⓒ KBS

TV에서 방영되는 완전 성인용 ‘⑲세 이상 시청 가’ 프로는 내용이 미성년자에게 비교육적인 것이 많아 그 방영시간을 규제하는 등 까다로운 제약이 가해진다. 하지만 방영시간이 저녁 밥 먹을 시간대에도 포함되는 ‘⑮세 이상 시청 가’ 프로도 머리 굵은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 항상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이나 추석 연휴, 또는 공휴일에 15살 이상의 중고생이나 대학생 자녀들과 함께 ‘⑮세 이상 시청 가’ 프로를 시청하다가 낯 뜨거운 장면에 가슴이 조마조마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 프로의 영상 묘사나 대사 등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자녀들과 함께 보고 듣기에 너무 민망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아무리 개방된 사회라 해도, 남녀가 성관계에 대해 거침없이 지껄이는 프로를 부모 자식이 한 자리에서 시청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부모 입장에서 모처럼의 휴식 날에 사랑하는 아들딸이 “나도 이제 15살이 훌쩍 넘었는데” 하면서 ‘⑮세 이상 시청 가’ 프로를 시청하겠다고 TV앞을 떠나지 않으면 난감하다. TV프로 등급을 어떻게 매기느냐를 심의하는 전문가들의 고충이 적지 않겠지만, 가정에서의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좀 더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수년째 접어들었지만 방송사들은 이 제도가 왜 필요하고 가정에서 그것을 왜 지켜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서비스는 인색하다. 우선 청소년들을 가정에서 영상정보의 역기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제도적 장치인 이 제도가 얼마나 잘 시행되는 지에 대한 조사도 적절히 하고 있지 않다. 방송사 쪽에서는 이것 말고 할 일이 태산 같아서 미쳐 손을 쓸 수 없다고 한다. TV 방송사의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정신은 바닥 수준이다. 언론사 노조도 이런 것을 문제 삼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미국 등 외국 방송사의 경우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시청자 교육용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주기적으로 이 제도가 잘 정착되도록 관련 교육방송을 주기적으로 내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하고는 너무 다르다. 지금은 방송통신위원회로 통합된 옛 방송위원회도 이 제도가 자율적으로 잘 시행되고 있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규정에 위배된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탓일까, 방송위원회조차 방송프로그램 등급제 시행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사업을 벌인 적은 없다.

교육기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디어가 교육 환경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미디어 교육에 대한 실현 가능성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정보 강국이 되었고, 나날이 뉴미디어가 개발 되어 보급되면서 청소년들도 소비자의 일원이 되고 있으나 그 중요성, 교육적 의미 등에 대한 교육 당국의 고민이 큰 것 같지 않다. 입시 제도를 합리화하면서 학생들의 교육 선택의 기회가 넓어지고 있다 하나 아직 미디어 교육이 학생들의 선택 대상으로 제시될 분위기는 아니다.

방송프로그램 등급제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TV 프로그램에의 노출이 아동·청소년의 정서발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한다. 즉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프로그램에 과다 노출될 경우 텔레비전을 통해 제시되는 폭력기법을 아동 등이 모방할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 자제력을 잃어 쉽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폭력이 가져오는 반사회적 결과에 무관심해지기 쉽다는 것이다.

방송프로그램 등급제는 아동·청소년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기준으로 프로그램의 등급을 분류하고 일정한 기호로 텔레비전 화면에 표시하여 아동·청소년의 텔레비전 시청지도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등급제 성패는 가정에서 어떻게 아동과 청소년의 TV시청이 이뤄지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TV 방송사는 이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시청자에 대한 에프타 서비스를 해야 한다. 특히 어린 시청자들을 보살필 시책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하루라도 빨리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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