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5년, 언론개혁진영 무엇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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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5년, 언론개혁진영 무엇을 했나
[기고] 최용익 새언론포럼 회장
  • 최용익(새언론포럼 회장· MBC논설위원)
  • 승인 2008.04.08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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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익 새언론포럼 회장이 PD저널 552호에 실린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 인터뷰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은 글을 보내왔습니다. 노무현 정부 5년간의 언론운동진영의 반성적 성찰과 다양한 평가를 위해 이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 주>

어처구니가 없다. PD저널 552호에 게재된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드는 느낌이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아전인수격으로 생각할 수도 있구나.”

표제로 뽑힌 “방통위원 대통령 지명, 세계가 웃을 코미디”라는 비아냥은 도대체 누구보고 하는 말인가? 방송통신위원회법이 의원입법이었기 때문에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것인가? 현업과 언론운동단체들이 '독립 합의제 기구'를 주장할 때 '대통령 직속 기구화'에 동의한 것은 바로 최 전 부위원장이 속했던 3기 방송위원회가 아니었던가? 정치권에서 방통위 구성을 주도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면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반성부터 하고나서 비웃든지 말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때는 뭐하고 있다가 기차가 떠나고 난 뒤에야 한탄을 하고 있나? 그것도 먼 산 불구경하는 것도 아닌데 남의 얘기하듯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3기 방송위원회는 2년 반 정도의 재임기간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바뀌는 위원들 때문에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아마도 역대 방송위원회 중 최악의 인적 구성으로 평가되지 않을까. 출범 직후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방송위원장으로 선임된 분이 한 달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갑자기 도중하차하질 않나, 곧이어 어떤 방송위원은 재산형성 과정상의 문제로 그만 두질 않나.

게다가 후임 위원장 자리에는 방송문외한인 지방행정학자가 날아와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회전문 인사’라는 오명을 자초하질 않나.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술자리에서 노골적으로 특정정당의 하수인 역할을 자임한 또 다른 방송위원이었다. 이전 같았으면 여론의 압력에 밀려서라도 퇴출됐을 법했으나 이 분은 끝까지 임기를 지켜냈다.

내부분란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융합관련 정책을 총감독하게 될 방송통신위원회를 치밀하게 준비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런데 명색이 2인자인 부위원장을 역임한 분이 사과 한 마디 없이 대뜸 새 방통위를 꾸짖고 나서니 이거야 말로 코미디 아닌가?

이런 ‘개념없음’은 KBS와 MBC 등 공영방송사 사장들에 대한 평가에서도 나타난다.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판단을 유보한다. 다만 “그와 같은 사장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라는 식의 교조적 찬양은 낯간지럽다. 최문순 전 MBC사장에 대해서도 이런 경향은 이어진다. 취임 당시 모든 면에서 꼴찌였던 MBC를 모두 1위로 만들었다는 것. 시청률과 경영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그 속사정을 알고나 하는 얘기인가?

또 설령 그 같은 평가에 동 의한다 할지라도 공영방송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청률만 끌어 올리고 돈만 많이 벌면 충분한 것인가? 공공재인 전파자산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지상파방송은 상업방송이라 할지라도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방송위원회가 주기적으로 방송운영실태를 평가해 재허가 추천을 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속속들이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최문순 전 사장은 노동조합과 대다수의 사원들로부터 사실상의 불신임을 받아 물러난 것이다. 그중에는 2005년의 안기부 X파일 사건과 황우석 사태의 보도에서 최종 편성, 보도 책임자로서 조정역할의 실패에 대한 문책성 평가도 있었다는 정도만 밝혀둔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장은 경영자이기 때문에 폴리널리스트(정치기자)로 볼 수 없다면서 민주당 비례대표 출마를 두둔하고 있는 것이다. ‘제 눈에 안경’이라지만 이건 좀 지나치다. “‘모든 권력으로부터의 방송 독립’을 목숨처럼 소중한 가치로 보듬어 온 MBC 구성원들은 ‘믿고 싶던 도끼’로부터 발등을 찍혀 버렸다”고 절규한 MBC 노동조합의 성명은 헛소리란 말인가. 최문순 전 사장은 노동조합 위원장에서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으로, 사장으로, 그리고 이제 다시 국회의원으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리를 옮겨 다닌 ‘변신의 귀재’일 뿐이다. 이제라도 그 실체를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지.

노무현 정권은 지난 대선에서 민심으로부터 처절하게 응징당했다.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건전한 비판과 충고마저 부당한 비난과 음해로 몰아붙여 온 노무현 특유의 독선과 아집, 그리고 수구 기득권세력으로부터 포위되어 있는 노무현을 지켜줘야 한다는 ‘노빠’들의 맹신과 적대적 태도에 학을 뗀 지지자들이 돌아선 결과다.

▲ 최용익(새언론포럼 회장·MBC논설위원)

그 후과는 박정희식의 개발독재와 친재벌, 반노동정책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신보수주의 정권으로 귀결되었다. 방송의 경우 ‘대통령의 최측근’ 최시중씨의 방통위원장 임명 강행으로 방송의 독립성이 풍전등화의 위기로 몰리고 있다. 노무현 정권과 유착해서 이권 다툼하듯 방송계 고위직을 꿰찬 왕년의 일부 언론개혁운동 진영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지금은 이들이 자숙할 때이지 나설 때가 아니다. 진보의 새 씨앗을 틔울 세력의 형성은 적어도 이들로부터는 아니다.

4.19 혁명 기념일이 다가온다. 신동엽 시인의 절창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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