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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서 취재원 보호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이 항상 존중받는 것은 아니다. 테러 대응이나 범죄 문제 등의 경우에 이르면 취재원 보호는 공공의 이익과 안전 문제에 비해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대통령 직속 반테러 팀을 운영해 2000여 명을 상대로 전화 도청을 했다는 사실을 최초로 폭로한 일간지 <리베라시옹>.

우리의 삼성 도청 사건처럼, 기자의 취재활동이 실정법의 틀을 넘는 경우에 취재원 보호는 미묘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 역시 그랬다. 프랑스 정부는 미테랑 대통령 집권기였던 1983년부터 1986년까지, 대통령 직속 반테러 팀을 운영한 바 있다. 이 기관에서는 2000여 명에 달하는 배우, 기자, 변호사들의 전화를 도청했다.

이 도청 사건은 1993년 4월 2일 일간지 <리베라시옹(Liberation)>에 의해 최초로 폭로됐다. 그리고 2005년 11월, 프랑스 행정법원은 도청을 지휘한 7명의 책임자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 문제가 취재원 보호 논란으로 번진 것은 1996년 미테랑 대통령 사망 직후 발간된 <대통령의 귀>라는 이름의 책 때문이었다. 주간지 <엑스프레스>의 기자인 제롬 드퓌(Jerome Dupuis)와 장-마리 퐁토(Jean-Marie Pontaut)는 이 책에서 반테러 팀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파헤친 바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 내용이 국가 안보에 저해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두 기자를 고소했다. 두 기자가 비밀자료를 열람하고 절도했다는 혐의였다. 물론 두 기자는 언론의 자유를 명분으로 불법적인 정보취득혐의를 부인했으며 조사과정에서 취재원을 밝히라는 요구 역시 거부했다. 1998년 파리 고등법원은 불법 정보취득에 대해서는 760유로(약1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판결을 내렸다. 적은 액수이긴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유죄 판결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9년이 지난 2007년 6월 7일 유럽법원은 이 벌금형으로 프랑스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결을 내렸다. 프랑스 정부는 언론의 자유를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받았다. 
물론 프랑스는 공화국 건립기인 1881년에 제정된 언론자유법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도청문제 건을 통해 기자들의  취재활동이 국가권력에 의해 제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음이 드러났다.

이미 오랫동안 프랑스의 기자조합들이 취재원 보호의 명문화를 요구해 온 상황에서 유럽법원의 판결까지 나오게 되자 정부는 법안 제정을 미룰 수 없게 됐다. 올해 1월 사르코지 대통령 역시 “기자들의 취재원 보호 조항이 법에 포함되어야 하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법안 제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 아래 4월 8일 프랑스 법무부 장관 라시다 다티(Rachida Dati)는 의회에 취재원 보호법을 제출했다.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정치학 석사과정

하지만 기자들은 이 법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기자조합 등 4개 기자조합은 법안이 공개된 4월 3일, 공보를 통해 불만을 표시했다. 법안이 “취재원의 비밀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문제에 정보접근을 허용하기 위해 보호되어야 한다”라고 일반적인 표현으로 취재원 보호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기자들은 의회가 심의를 통해 법안을 더 구체화 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기자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이 ‘민주주의의 주춧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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