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난징시의 ‘선거과정 생방송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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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난징시의 ‘선거과정 생방송 중계’
  • 북경=이재민 통신원
  • 승인 2008.04.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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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중국 난징시 시민들은 평소에 할 수 없던 경험을 했다. TV에서 시정부의 국장급 관료를 선출하면서 유세부터 시작해 당선결과 도출까지의 전 과정을 생방송으로 중계한 것이다.

‘민주주의 시험무대’라는 명칭이 붙으면서 중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당사자인 난징 시민들은 더욱 흥분된 모습이었으며, 언제 어디에서 생방송을 한다는 소식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뉴스거리였다. 지금까지 중국의 선거라면 각급 공산당 조직의 간부층에서 사전에 미리 인선을 마치고, 형식적으로 선거일 공고를 한 후 내부문서 처리형식으로 선거를 마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 투표를 하고 있는 중국 난징시 시민들의 모습.

국민들도 선거에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같이 선관위에서 메가폰을 들고 거리로 나와서 혹은 방송광고를 통해서 소중한 한 표의 행사를 호소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끔 대자보 형식으로 붙어있는 후보자의 이름과 약력을 보고는 ‘도통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투표도 안 할텐데, 상관없다’라는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어깨띠를 메고 유세를 다니는 후보의 모습은 더더욱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난징에서의 선거는 16명의 후보자가 나와 4개 국장보직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이었다. 방송은 후보들의 연설로 시작됐다. 먼저 5분간의 연설이 끝나면 당정간부들과 방청객들이 두 가지 질문을 후보자에게 던질 수 있었고, 연설과 질의응답은 장장 4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경선현장에는 당정간부와 중국 국유기업 및 민영기업, 외자기업의 대표와 일반시민 대표로 구성된 ‘평가단’ 240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들은 연설을 듣고 현장에서 점수를 매기고, 각 직위마다 3위 내에 포함된 후보자는 난징시 공산당 위원회, 난징시 전체회의 위원 등이 표결로 차액선거를 진행했다.

난징 시민들은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위해 TV 앞에 모여 앉았고, 후보자 하나하나의 연설을 지켜보며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의 ‘TV 경선’은 정부의 행정주도적인 색채가 농후했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에는 당정간부의 선거에 있어서 ‘공공의 추천, 공공의 선택’이라는 원칙이 존재한다. 즉 후보자는 당에서 추천할 수도 있고 일반인이 추천할 수도 있으며 자진해서 자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후보자들을 ‘맞춤’으로 확정해 놓은 경우로, 정부 관료 중 실적평가 결과가 우수하게 나온 경우 투표 참가 자격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또한 투표에 있어서도 일반대중들은 후보자들이 공개적으로 경쟁을 하는 과정을 시청하고, 다원화된 평가단의 일원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정도에 그쳤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원칙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것이다.

난징시 당 위원회 조직부 부부장 리우안닝은 이와 같이 진행된 ‘TV 경선’은 결코 형식주의가 아니며, 연설과 질의응답의 전 과정에 전문 공정요원과 기율감독 요원이 참여하고 감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형식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며, 각계각층의 의견과 반응을 수렴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 북경=이재민 통신원/ 게오나투렌 중국투자자문 이사, 북경대 박사

중국 난징시의 선거에서는 상호비방도, 한 표를 부탁하는 돈봉투도, 헛된 공약도 없었지만 오랫동안 TV 앞을 지켰던 시민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선거였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와 같이 대담한 한 발짝을 띄며 싹을 틔운 민주주의가 중국에서 점차 확산될 것이라는 믿음은 버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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