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유괴·살해 사건과 미디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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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유괴·살해 사건과 미디어 교육
[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 ④
  • 고승우 박사 (전 한성대 겸임교수)
  • 승인 2008.04.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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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초등생 살해사건과 일산 초등생 성폭행 미수사건을 계기로 언론은 얼마 전까지 관련보도를 많이 내보냈다. 전국적으로 어린이를 둔 가정이나 이들이 다니는 유치원, 학교 등에서는 사건 경위를 알려주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행동요령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초등학생들은 살벌한 현실과 자기 보호에 필요한 사항들을 익힌다. 그러나 역기능적인 측면도 있다. 어린이들 가운데 일부는 심한 공포감을 느끼거나 심지어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는 대인공포증의 증세를 보인다.

‘혜진이, 예슬이 사건’ 이후 이 어린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던 초등학교 어린이 2백여 명은 심리치료를 받았다. 그러면 이 사건을 TV 등을 통해 알게 된 뒤 정신적 충격을 받은 다른 지역 어린이들의 심리 치료는 어떻게 되는가? 피해를 당한 어린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닌 학생들의 정신적 충격이 매우 심각하며 전국의 다른 지역에서 미디어로 그런 비극을 접한 아이들도 악몽에 시달리는 고통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들에게도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각급 학교에 파견할 전문가가 부족하다면 TV 방송 등을 통해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받은 전국 어린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것 아닌가?

▲ KBS <추적 60분> '스쿨존이 위험하다' ⓒKBS
언론은 대형 사건이 나면 보도경쟁을 벌이기 마련이고 보도되는 것을 대부분의 어린이, 청소년이 접하게 된다. 영상매체가 전달하는 현장의 생생한 모습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상매체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범죄행위 등을 집중 보도할 경우 어린이는 이 사회가 범죄로 가득 차 있다는 인식을 갖기 십상이다. 어린이, 청소년이 흉악 범죄에 대해 자위적인 경계 심리를 갖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과도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 학교, 부모, 미디어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앞서 유괴, 살해 사건의 경우도 그렇지만 전쟁, 폭동, 테러, 자연 재해 등의 끔직한 현장 모습은 철없는 어린이는 물론 청소년에게도 심한 정신적 충격이나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중동에서 매일 터지는 테러 사건, 소수 민족의 저항, 온난화로 인한 홍수의 피해 등이 거의 매일 미디어를 통해 전달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정확히 이해를 하지 못하면서도 혹시 자기에게 무서운 일이 닥치면 어쩌지 하는 식의 두려움을 갖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런 면에 무감각하다. 방송사는 물론이고 학교나 부모등도 자녀들의 뒤흔들린 심리 상태를 보살피면서 치료해줄 필요성을 생각지 않는다. 미디어 교육(media literacy)은 바로 이런 비합리적인 현실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미디어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디어의 폭력적인 장면은 일부 어린이와 청소년의 심리 상태를 비뚤어지게 만든다. 즉 폭력적 행동을 저지르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되거나 폭력에 대해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폭력은 오락 프로, 영화, 비디오 게임, TV 뉴스 등에서 흔히 방영된다. 우리나라의 시청률이 높은 개그프로 내용 가운데에는 말 꼬리 잡기 식의 언쟁, 손찌검, 여성 비하와 같은 작은 폭력들이 다수 등장한다. 전국의 시청자는 그것을 보고 재미있어 하는 탓인지 상대방을 쥐어박는 식의 웃음 소재들이 계속 등장한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악당이나 나쁜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은 매우 당연한 행동으로, 감동적으로 묘사된다. 이를 시청하는 어린이, 청소년은 개그 프로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크고 작은 폭력을 주변 친구 등에게 흉내 낼 때 인기 개그맨, 드라마 주인공을 상상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죄책감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질 것이다.

우리 사회가 미디어 교육 불모지라는 점과 청소년의 과도한 흡연도 전혀 무관치 않다. TV 드라마에서는 몇 년 전부터 흡연 장면을 내보내지 않지만 영화의 경우는 아직 그렇지 않다.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이나 청소년에게 매혹적인 인물이 멋지게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적지 않다. 이런 장면은 청소년을 자극한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을 갖기 전에 가슴 뭉클한 장면 속의 담배와 술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 지난 달 26일 일산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납치 미수사건이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사진은 KBS가 CCTV 화면을 인용해 보도한 장면. ⓒKBS
우리나라 청소년의 흡연 동기를 살피면 50% 이상이 ‘호기심’이다. 지난해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남자 중·고생의 경우 흡연하게 된 동기는 ‘호기심’이 각각 61.8%, 50.2%로 가장 많았다. 여자 중·고생이 흡연하게 된 동기도 61.1%, 58.5%가 ‘호기심’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호기심이 유래된 정확한 이유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미디어의 영향도 클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 청소년이 미디어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보호 받게 교육시키는 것이 미디어 교육이다. 미디어 교육은 미디어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다 가르친다. 아동, 청소년에게 지식 및 정보를 전달하는 주 매체가 매스미디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이해, 제작, 활용 능력의 미디어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미디어를 잘 사용하면 득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 큰 해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미디어 교육을 통해 관련 전문 지식을 지니게 된 아동 등은 미디어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분석함으로써 미디어 내용을 맹신하지 않고 양질의 미디어를 선택하는 능력을 갖춘다.

미디어 교육을 받은 아동, 청소년은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면서 그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면역력을 갖춘다. 미디어를 긍정적이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고 평가한다. 미디어가 제시하는 표면적 내용에 현혹되지 않고 메시지의 목적과 의미 등을 이해한다. 미디어 메시지와 이미지의 부정적 영향을 이해하고 감소시킬 다양한 미디어 이해 방식을 지니게 된다.

어린이 청소년에게 어떻게 미디어 교육을 시킬 것인가? 예를 들어 TV 미디어교육의 경우 아동에게 TV시청을 위해 아동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것이다. 아동들이 자신들의 TV시청에 따르는 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TV시청이 아동들의 갖가지 욕구를 건전하게 충족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또한 아동들이 얼마나 오래 TV를 시청해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TV 미디어교육은 아동들이 TV의 비판적인 소비자가 되도록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다. 초등학교 수준의 아동도 적절히 교육을 받으면 TV 프로와 광고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능력을 지닌다. 폭력물을 과도하게 보던 아동은 폭력물을 삼가게 되고 청소년의 ‘모방 흡연’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 교육 방식은 대략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대중매체의 특성, 즉 기술적인 면과 그 효과 등에 대해 전문성을 익히면서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두 번째는 미디어 생산물, 즉 신문, 방송 등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디어 교육은 첫 번째 목적보다 두 번째 것에 치우쳐 있다. 미디어 교육의 이 같은 편향성은 큰 문제다.

우리나라는 정보 강국으로 손꼽힐 만큼 각종 첨단 미디어 소비가 많은 국가의 하나다. 그런데도 미디어 교육이 매우 미흡하다 보니 아동과 청소년은 미디어의 부작용 앞에 전면 노출된 상태다. 미성년자들이 미디어로 피해를 당하는 것이 방치되어 있다. 예를 들면, 아이가 태어나 철이 들 때까지 가정에서 TV 등의 미디어를 접하고 생활하고 있는데 그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산업화가 이만큼이라도 진전된 이상 아동과 청소년은 미디어 순기능의 혜택을 누리되 그 역기능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학부모와 일선 교사, 학계, 정치인들은 이런 필요성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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