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하나들고 4박5일 총선 민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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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하나들고 4박5일 총선 민심기행
[방송제작기] MBC〈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두 귀로 읽는 지역민심’ 이창호 MBC PD
  • 이창호 MBC 라디오 PD
  • 승인 2008.04.15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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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FM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18대 총선 특집으로 ‘두 귀로 읽는 지역민심’을 방송했다. 5일간에 걸쳐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춘천을 돌면서 총선을 앞둔 지역민들의 속내를 전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신문지상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민심르포를 라디오 형식으로 담아낼 요량이었지만, 실제 기획에 착수하고부터는 내내 마음속으로 두려움을 지울 수 없었다.

리포터 1명과 PD 1명으로 구성된 단출한 취재팀과 선거 방송이란 사안의 민감성, 거기에 당일 취재, 당일 방송이란 빠듯한 스케줄이 더해지면서 부담감을 안겼던 것이다. 취재 기간 동안 매일 오후 7시 25분이 되면 어김없이 6분간 현지 방송을 소화해야했고, 생방송 뒤 장비를 정리하면 오후 8시, 저녁 식사 이후 바로 차에 올라도 다음 행선지에는 거의 자정이 지나 도착할 판이었다.

▲ MBC 라디오 ‘세계 그리고 우리는’
애초 이번 특집에서 타깃으로 잡은 '지역민들의 속내'란 대충 이런 것이었다. 2008년 지금 이 시기를 살아가는 지역민들, 그들의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속마음. 각 지역 정당의 영향력에 근거, 늘 상투적 틀에 안주하는 거시적 판세 분석 대신 거침없는 성토와 볼멘소리의 주인공들을 만나봄으로써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소외감에 치를 떨면서도 대안을 찾지 못해 기존 관성 그대로 몸을 내맡기는 안타까운 유권자 현실을 종합, 정치권 및 유권자 자신이 귀기울여야할 부분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했던 것이다.

전체적인 지형도를 그리되 세부적인 등고선과 지형물에 주목함으로써 객관적 조망능력과 함께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자는 의도였고, 그래서 특집은 다음과 같은 구성을 띠게 되었다. 여론조사분석가 및 시민단체 관계자, 대학교수 등이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추이와 특이점의 원인을 서두와 말미에서 짚어주면 그 가운데 여백을 거리에서 접한 한명 한명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채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기획 단계에서의 구상은 실제 거리 민심을 취재하면서 상당 부분 허물어지게 되었다. 일단 물리적으로 주어진 시간이 지나치게 짧았다. 기존의 언론보도와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미 지역의 개괄을 끝마친 상태였지만 하루 동안에 지역민의 목소리를 심도 있고 균형감 있게 담아낸다는 건 애당초 녹록치 않은 일이었다.

이와 함께 선거 때만 되면 늘 등장하는 '정당선거보다는 정책선거, 인물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바른말 구호 역시 취재진의 고민을 더했다. 정당정치를 하는 나라에서는 정당을 배제한 채 거시 정책과 특정 개인, 지역구 활동 자체를 논하는 것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상투적이지 않고자 했던 질문지는 어느새 지역주의에 잇닿은 면이 적지 않았고, 자연 취재 과정 내내 특정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는 누를 범치 않기 위해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했다. '자칫 이번 보도를 통해 기존의 지역감정과 지역간 대결구도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아닐까' 선거 방송의 성격상 공정성을 위해 특정 주장과 항상 그에 반대되는 목소리를 동시에 담기 위해 노력했지만 주제별 민심의 전체 모양새는 결국 기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직관의 힘과 현실적 한계를 강변하며 그마저 민심이라고 나름의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모든 말은 명령어라는 주장에 비춰볼 때 총선 특집 '두 귀로 읽는 지역민심'을 비롯한 대개의 민심 르포는 그 한계를 분명히 한다. 애초 수도권 중심주의의 탈피와 함께 지역대결 구도의 완화, 새로운 균열의 발견 등 대의명분을 목표하겠으나 실제 '명령어'는 이와 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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