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년 전 당신이 한 말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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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년 전 당신이 한 말을 알고 있다”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강동순 전 방송위원의 후안무치한 ‘국민방송론’
  • 오마이뉴스 백병규 기자
  • 승인 2008.04.15 19: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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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강동순 전 방송위원이 국회 문광위에 출석해 호남비하 및 대선 관련 발언 녹취록 관련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지난해 4월 강동순 전 방송위원이 국회 문광위에 출석해 호남비하 및 대선 관련 발언 녹취록 관련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방송은 결코 정부의 것일 수 없다. 특정 이념의 소유일 수도 없다."

"국영방송이 너무 많다. 방송은 국민의 재산인데, 국영방송이 제대로 국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겠는가. 국회방송이 국회의원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

"어느 방송사 사장은 사장을 그만두자마자 특정 정당의 비례대표를 신청해 당선됐다. 그 방송이 어떻게 되겠는가. 아무리 공정하려고 노력해도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 후임자는 어떻겠는가. 방송계로서는 정말 불행한 일이다."

누가 한 말일까. 언뜻 보면 언론단체나, 시민단체, 혹은 방송의 독립성을 주장해온 교수나 학자의 이야기일 성 싶다.

하지만 아니다. 강동순 전 방송위원의 말이다. 14일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가 주최한 '이명박정부 방송통신정책 대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그의 발언은 이날 토론회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의 방송과 국민여론을 '우파성향'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의 발언에 필적하는 '놀랄만한 발언'이었다.

강동순 전 방송위원의 '전력'

강동순 전 방송위원이 누구인가. KBS 감사 출신으로 한나라당 추천 몫으로 방송위원을 한 분이다. 그러나 강동순 전 방송위원이 일약 '유명'해진 것은 2006년 11월 '여의도 밀담'이 폭로되면서다.

강동순 전 위원은 방송위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신현덕 경인방송 공동대표, KBS 윤아무개 심의위원,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과 식사를 하면서 이른바 '방송대책'을 논의했다. 정연주 KBS 사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노조를 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특정 노조위원장을 밀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우리는 한 배"라는 한 참석자의 말에 "한 배가 아니라 우리 일"이라며 "후진하는 차는 타지 않는다, 운전기사가 누구이든지간에 전진하는 차를 잡아야 된다"는 말까지 했다.

집권 후 구상까지도 거론했다.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된다"며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얘기가 있는데 빈대가 나오면, 빈대가 많으면 빈대를 잡을 수가 없다. 건물을 새로 지어야지. 방송이 그렇다"고 말한 분이다.

결코 새나가서는 안될 '은밀한 대화'는 그러나 경인방송의 경영권 다툼을 둘러싸고 한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의 이른바 '미국 스파이 논란' 와중에 있던 신현덕 경인방송 공동대표가 몰래 녹취한 것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강동순 전 위원은 이같은 대화내용이 폭로되자 '사적 모임'에서 한 말이라면서 방송위원 사퇴 요구를 뿌리쳤다.

그 어느 곳보다도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의 정치인과 만나 은밀하게 '방송대책'을 논의한 것 자체가 이미 상궤를 벗어난 일이다.

굳이 다시 꺼내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랬던 분이 새삼 "방송은 국민의 것"이라고 역설하고, "방송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며, 방송사 사장을 그만두고 정치권으로 간 전 언론사 사장을 가리켜 "방송계로서는 정말 불행한 일"이라며 탄식하니, 세상이 바뀐 것인지, 강동순 전 위원이 바뀐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국민의 재산, 대기업에게 넘기자니...

헷갈리는 것은 또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강동순 전 위원은 "방송은 공동체,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민의 재산이라고도 했다. 그것은 곧 방송(여기에서는 지상파 방송)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는 공영방송이 너무 많다"며 '다공영 1민영' 체제를 '1공영 다민영'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공영방송은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주인이 없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을 찾아주자는 게 그의 '민영화론'의 골자라고 할 수 있다.

공영체제가 주인이 없어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그의 말이 맞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공영방송을 왜 민영방송, 더 정확하게는 대기업이 주인일 수밖에 없는 '사영방송'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지는 의문이다. 국민이 주인인 사회적 자산을 사적 기업에게 주는 것이 어떻게 국민을 위하는 길인지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말 그대로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하기야 그는 "빈대가 많으면 잡을 수 없으니 새로 지어야 한다"고 말한 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자산을 사적 기업에게 헌납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악역'을 자임했다. 설화를 많이 겪었다고도 했다. 나름대로는 '진심'이겠지만, 그가 '악역'을 자임하기에는 논리적인 필연성도, 나름대로의 비장함도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처신과 말이 앞뒤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처신'과 '말'을 모시고 대토론회를 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이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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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곤 2008-04-15 22:53:28
이럴때일수로 우리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아니오.
강동순이란 자격미달의 최시중방통위와 같은 참으로 분노할 자들에게는!!!!!!!!!!!!!!

진정한 大전국민의 힘이 즉효약일뿐입니다!!!!!!!!!!!!!!!

충분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 합니다, 그러나!! 가장 분명한 영원한 역사적 大사실님은 바로. 우선적으로 늘 진실로서 먼저 생각하기 앞서 나도 모르게 실천하였다라는 사고방식이 절실합니다,大전국민지지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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