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총선미디어연대 기고⑤ 총선보도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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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는 특별한 선거변수도 선거이슈도 없는 밋밋한 선거였으며 정책선거의 부재, 지역주의 정치의 본격적인 부활, 관권선거 논란 등의 현상이 심각했다고 평가된다. 늦은 선거일정 등에 대해서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렇다면 방송의 선거보도는 어떨까. 국민에게 선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거문화를 창출하고, 많은 유권자의 선거참여를 독려하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는 방송이다. 그러나 방송의 선거보도 기능은 방송의 영향력 증가와 반비례로 축소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과거 금권선거의 폐해는 물론, 학연, 지연 등을 통한 무리한 ‘조직 동원력’을 과시해야 했던 합동유세를 폐지하고 본격적인 미디어선거의 장을 마련했지만, 정작 방송은 멍석 깔아놓으니 하던 짓도 못하는 행태를 보였다. 한마디로 방송은 선거를 기피하고 있다. 선거 아이템 자체가 매우 적고, 정책과 공약을 다루더라도 깊이 있는 보도는 찾기 힘들며, 상투적인 동정보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방송이 이렇게 선거보도에 소홀해진 것은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였다. 당시 월드컵 중계에 혈안이 되어있던 방송은 메인뉴스 보도에서조차 선거보도가 월드컵 뉴스에 밀려나기 십상이었고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도 선거를 다룬 아이템이 전혀 없었다. 압승이 예상되는 유력 후보들이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공식선거토론 참석을 거부하는 사례들도 부쩍 늘어났다.

2007년 대선은 그나마 대선이라는 중요성 때문에 대권경쟁을 둘러싼 보도내용은 늘어났지만, 여전히 정치인 ‘동정 따라가기’식 보도나 누가 대권을 차지할 것인가에 치중한 경마저널리즘에 몰두했을 뿐, 정책검증, 도덕성 검증은 철저히 실패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도 여러 토론회 참석을 거부했고 이로 인해서 방송사와 시민단체 주최 토론회가 무산된 경우도 많았다.

2008년 총선은 이 연장선상에서 여론조사 보도의 표현의 문제 등이 조금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과거 선거보도의 문제점은 여전했고, 거기다가 새로운 문제점까지 생겨났다. 총선미디어연대의 방송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 여전히 동정 위주의 보도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정책보도는 양이 매우 부족했다. 그나마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에 돌입하면서 정책보도가 등장했지만, 너무 짧은 보도에 복잡한 정책을 담으려니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로만 이루어졌다.

시사교양토론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도와줬어야 했지만, 이 역시 양적으로 형편없었다. 그나마 방송된 시사토론프로그램들도 정책의제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정리해주는 데 치중하지 못한 채 관심 지역구를 화제로 보여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토론회가 무산되어 연설회로 대체된 곳이 많고, 방송사와 시민단체 주최 토론회 역시 활발하게 열리지 못했다. 이와 같은 정책검증 시도의 부재는 ‘묻지마 투표’를 조장했으며, 대운하, 의료보험 민영화, 뉴타운 개발공약 등 공약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투표의 기능을 상실시켰다.

▲ 김언경 2008총선미디어연대 평가단·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게다가 2008년 총선에서는 이제는 개선되었다고 여겼던 문제들까지 두드러졌다. 바로 지역주의 조장과 관건선거 의혹에 대해서 언론이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것이다. 선거보도의 기능은 유권자에게 필요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바람직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선거환경을 감시하고 이를 공론화해서 개선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총선방송은 노골적인 지역주의 조장 발언을 하는 인사와 관권선거 의혹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능이 거의 마비되었다.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너무 부족하고 아쉬운 선거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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