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특성을 알면 미디어교육이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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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의 특성을 알면 미디어교육이 쉬워진다
[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 ⑤
  • 고승우 박사 (전 한성대 겸임교수)
  • 승인 2008.04.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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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우 박사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얼마 전 발간한 '청소년 TV 시청 행태 및 이용자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TV 시청 시간이 가정환경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즉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주거 평형이 넓을수록, 주거 형태가 자가일수록, 세대주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청소년 자녀의 TV 시청 량 및 시청률은 하락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담당 연구원은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부모의 학습관여 행동과 연관하여 추측해 볼 수 있는데, 즉 부모의 경제 수준 및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자녀에 대한 TV 시청 규제 및 지도 행동은 강화되기 때문임”이라고 밝혔다.

과연 가정환경이 부유, 우량 할수록 자녀에 대한 TV 시청 규제 및 지도 행동이 강화되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저소득층 부모의 자녀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청소년의 TV 시청 정도를 가정환경만으로 설명하려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이런 여러 가지 의문은 TV를 안보는 대신 다른 미디어를 얼마나 활용하는지를 살펴야 하지 않았을까?

요즘 우리나라는 정보 강국답게 새로운 미디어들이 꼬리를 물고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가정의 경제 형편이 좋고 나쁜데 따라 새 미디어의 구매력이 좌우된다. 이는 가정에서 TV 외의 미디어 보유, 활용에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TV는 전국 모든 가구에 1대 이상 보급되어 있어서 청소년의 TV 시청률 조사는 다각도로 행해져야 했다. 부모의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도만으로는 현실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오늘날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되었지만 평균적인 정보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의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TV가 단연 앞선다. TV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주요한 생활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자녀를 둔 부모는 누구나 TV가 자녀의 성장,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TV의 긍정적인 측면은 매우 크고 그것은 아동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말을 배우게 하고 사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한다. 그런 지각 능력은 아동이 부모의 보살핌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가정에서 부모들은 자녀의 학습 능력이나 창의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면 TV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 더 적극적인 부모는 자녀들이 TV 프로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니도록 돕고 싶어 한다. 부모가 자녀들의 TV 시청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아동들이 TV시청에서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특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

아동은 아동 프로를 좋아한다. 소년들이 소녀보다 TV를 더 많이 시청하는 경향이 있다. TV를 과도하게 시청하는 아동은 부모나 형제자매와 대화하는 시간이 적다. 또한 상상력이 부족하고 행동도 단순하다. 때로는 매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유치원에서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어린이, 청소년에게 도움을 주면서도 대가를 치르게 하는 TV는 두 얼굴을 가진 매체라는 것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TV는 컴퓨터와 하나의 매체로 통합되면서 곧 우리 사회에서 일반화된다. 고화질(HD) 디지털TV가 본격화되면 방송은 물론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등이 한 기계로 가능해진다. TV가 진화하면서 앞으로 더 강력하게 가정에서 군림할 것이 확실하다. 이런 점을 살필 때 TV가 지닌 일반적 특성, 어린이를 자극하는 특성들을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 그것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TV는 감성을 자극하는 매체다. 브라운관 안에서 계속 동영상이 나오면서 시청자에게 자극을 준다. 동영상의 움직임이 빨라지거나 음향의 볼륨이 높아지면 시청자의 신경계통이 자극을 받아 흥분 상태에 빠진다. 아동들이 장시간 TV를 시청하거나 컴퓨터를 할 경우 눈이 빨개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2. 방송은 제한된 시간에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TV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대부분 압축되어 있고 내용이 간결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관계 등도 최소한 단순한 동기에 의해 전개되도록 만들어진다. 상업광고는 강렬한 자극을 받도록 과장하는 기법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3. TV 방영 물은 그 전개가 매우 신속해서 아동들이 그 내용을 이해하거나 기억하기 어렵다. 아동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한정되어 있어서 TV 등장인물 등이 하는 말을 아이들은 거의 알아듣지 못한다. 더욱이 TV에서 나오는 은유, 비유 등은 그 뜻을 파악치 못한다.

4. TV 내용물은 아동에게는 지나치게 복잡하다. TV에서 전개되는 방영 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청각 기능이 필요하다. 즉 보고 듣는 감각 기관이 동시에 작동해서 아동이 TV를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람이나 동물 등의 움직임이나 음악 소리, 자막 등을 동시에 파악해야 하는데 아동의 지각 능력이 그것을 따라잡기 어렵다.

5. TV로 전달되는 정보는 현장감이 넘친다. TV에서 방영되는 사건, 사고의 현장이나 전쟁터의 피해 등에 대한 정보 전달력은 라디오, 신문보다 매우 강력하다. 수많은 단어로 묘사해야 할 것을 단 몇 초 동안의 동영상이면 족한 때가 많다. 이런 강렬한 전달 효과가 지닌 영향력은 크다. 그것은 아동에게 때로는 심각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6. TV 시청 시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아동들이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만화영화에 나오는 난쟁이가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믿기도 한다. 동물이 말을 하거나 식물과 심지어 돌멩이도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아동들마다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다. 동일한 방영 물에 대해 아동마다 다른 해석을 하는 경우는 흔하다. 지각 능력은 어른들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어른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TV 방영물이 아동에게는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다주는 수가 많다.

이상에서 살핀 것처럼 TV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이래서 좋은 TV프로를 시청하도록 부모가 적극 도와야 하고 TV 방송사도 이 점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아동들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것은 가장 확실한 미래의 투자다.

건전한 프로만을 골라 시청토록 하는 것은 모든 TV가 건전하고 만족할만한 프로를 방영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오늘날 미디어는 쌍방향 미디어 시대가 되었다. 일방적인 정보 생산과 전달의 시대는 갔다. 소비자들의 피드백이 중요한 시대다.

그러면 오늘날 우리 TV사들은 시청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시스템을 잘 가동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지상파들은 시청자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면서 여러 가지 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과거의 미디어 환경시대에 만들어진 것인데 오늘날 크게 변화한 것 같지 않다. 예를 들면 방송사에 어떤 문제제기, 건의를 하고 싶어도 접근이 쉽지 않다. 방송사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도 어디로 가야 할지 쉽게 알 수가 없다. 전화 안내를 받기는 더 어렵다.

TV 방송사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좋은 프로를 건의할 수 있는 장치를 개선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동 프로의 내용이나 광고 등에 대한 의견을 해당 방송사나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해서 어떤 점이 좋은 지, 나쁜지를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TV 방송사에 직접 연락을 하는 방식으로 좋은 프로를 시청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 수 있다. 시청자로써의 권리를 적극 행사하는 것을 익히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방송사가 시청자의 견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들이 방송사 프로그램 제작진이나 경영진에게 자신들이 느낀 바를 편지나 이메일로 보내도록 한다. 예를 들어 방송 시간이 아동들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하다든지, 프로 내용 가운데 아동 교육에 부적절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지적한다. 광고가 문제가 있을 때 광고주에게 그것을 알리고 시정을 요구한다. 이런 쌍방향 채널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방송사나 광고주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방송사나 광고주가 아동, 청소년의 편지나 이메일을 접수할 창구를 활짝 열고 최선을 다한다면 TV가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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