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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통신]

|contsmark0|2000년이 들어서자마자 전세계의 미디어 담당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접속회사인 아메리카 온라인이 유서깊은 타임워너그룹을 인수한 것이다. 아메리카 온라인은 미국에서만 2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가진 세계 최대의 인터넷접속서비스사. 타임워너그룹은 워너브라더스, 뉴라인시네마 등의 영화사와 워너뮤직, 워너방송과 cnn 등 10개의 방송사, 시사주간지 타임과 포츈,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등 방송·잡지·영화·음반 등 멀티미디어 왕국. 이 두 개의 거대한 왕국이 합쳤을 때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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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aol과 타임워너가 합병한 며칠 후 abc 방송은 뉴욕타임즈와 뉴스교환 협정을 체결했다. 경비가 많이 드는 취재의 중복을 줄이고 서로간에 뉴스 풀을 형성, 향후 뉴스취재에 실질적 협력을 하자는 것. 그리고 이번에는 아메리카온라인타임워너사가 영국의 초대형 음반사인 emi를 인수했다. 2년 전에 이미 있은 디즈니그룹의 abc 인수 등 최근에 계속된 일련의 미디어 인수 합병 등을 보면서 미디어 환경이 엄청나게 달라져가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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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우리가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언론의 자유", "언론의 독립성" 등 원초적이고 교과서적인 것들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 이것들을 이미 가졌다고 생각하는 소위 선진국들은 또다른 세상의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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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우선 이들이 만들어가는 환경은 "대형화"로 집약될 수 있다. 이번에 합병되어 새로 생긴 "아메리카온라인타임워너사"의 주식 총가치는 멕시코의 gdp, 즉 국내총생산과 비슷한 엄청난 규모. 작은 정부, 규제력이 제한된 정부를 지향하는 세계적 추세에 어긋나는 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기업합병은 기업의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유유상종하는 기업대합병이 일어날까? 자본주의의 생리를 알면 이를 이해하기가 쉽다. 이들이 합쳐지면서 얻어지는 시너지는 기업a의 자산 100과 기업b의 자산 50을 합친 150이 아니라 예측컨대 이의 수백배가 넘는 엄청난 효과를 가지게 된다. 합병된 기업의 주식가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는 수 차례 계속된 미국 내의 대기업 합병, 즉 시티그룹과 트레블러스, cnn과 워너, abc와 월트디즈니의 경우가 그랬다. 기업주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런 딜이 매력적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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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0|다음은 이와 같은 합병이 무작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가지지 않은 것을 상대방이 가졌을 때 한국식 기업운영은 상대방이 가진 것을 자신의 회사 내에 만들어버린다. 그러나 미국식은 상대방과 합병을 통해서 높은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다. 그리고 앞서간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 혹은 미래에 대해 인정을 하고 쉽게 굴복한다. 이번 아메리카 온라인과 타임워너와의 합병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쓰인 신문 헤드라인이 "구(舊) 미디어의 사망", "구 미디어를 삼킨 신미디어", "미래의 합병" 등 사라지는 옛것이 새로운 것에 대해 무릎을 꿇었다는 내용이었다. 80년 동안 계속된 미디어 왕국이 20년도 안된 기업에 인수됐다. 그러나 아메리카 온라인은 1992년에 상장된 이후 기업가치가 무려 5만%가 상승했고 타임워너는 같은 기간 동안 400%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달라진 환경의 신(神)은 aol을 선택한 것이다. 기업경영은 냉정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나 미국에서는 그렇다. 승자에게 철저히 무릎을 꿇고 미래를 같이 열자고 맹세한다. 나이도 연륜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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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5|이 일을 취재하면서 만나본 여러 명의 전문가에게 필자가 가장 의아하게 생각한 것을 물어봤다. 알려진 바로는 이번 합병협상이 작년 9월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4개월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어떻게 이 거대한 기업의 합병이 성사될 수 있었는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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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답변은 이렇다. "우리들도 의아하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결정은 신속하다. 그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결국 미래의 달라질 미디어 환경에 대한 확신, 그리고 서로가 손해볼 것 없다는 기업가적 영감 등이 이 빅딜을 신속하게 성사시킨 것이다. 미래에 대한 확신에 도장을 찍은 후 구체적인 것은 앞으로 몇 년을 걸려 마무리될 것이다. 이제 미국에서는 워너에서 깔아놓은 케이블에서 aol을 통해 인터넷을 접속해 워너에서 만든 영화를 보면서 인터넷에 깔려 있는 타임 등 각종 잡지를 읽고 오락을 즐기면서 워너뮤직의 세 명의 테너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잠자리에 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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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5|이번 합병이 온 매스컴을 뒤덮고 인터넷의 미래를 말하고 있을 때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는 aol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과 타임워너의 제럴드 레빈 회장을 <뉴스아우어>라는 대담프로에 불렀다. 사회자가 만일 당신 소유의 타임지에서 aol을 비난하는 기사를 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케이스 회장은"favoritism(편애주의)"에 물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단호히 자사의 이익에 상반되는 기사가 이전보다 더 많아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자사 언론의 독립성이 이번 빅딜의 우선과제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합병을 통해서 이런 언론의 독립성을 언급한 것은 pbs와 타임지의 편집인란 정도. 수많은 언론은 앞으로 달라질 미디어 환경과 자산확장을 외치고 또 외쳤다. 미국에서 이미 컴퓨터가 가져오는 미디어혁명은 이념을 초월하고 구시대적 가치를 보잘것 없는 골동품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향후 10년 후에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기대고 있는 미디어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인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이 될 것인가.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지 않고는, 그리고 인터넷 접속 속도의 순발력을 가지지 않고는 우리는 다시 후진의 방송환경에서 "방송의 독립성"만 부르짖어야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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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0|※이번호부터 이영돈 특파원의 "뉴욕통신"을 연재합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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