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촉촉하다. 봄비는 그런 모양이다. 맞는 사람들도 그렇게 싫은 표정은 아닌 것 같다. ‘이런 비쯤은 맞아도 괜찮아’ 하며 서두르지 않는다. 걱정된다. 봄비는 그렇다 해도 여름의 장맛비와 가을의 태풍을 동반한 폭우에도 봄비를 맞는 여유가 묻어 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많은 유권자들이 지난 총선에 국가/사회적 의제보다는 개인적 욕망을 위해서 투표했다는 비판성 기사들이 눈에 띈다. 서울에서는 아파트 가진 사람들이 ‘뉴타운공약’으로 인해 자기 집 값이 오르기를 욕망하는 투표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상파의 시사프로그램들은 ‘뉴타운공약’이 서울시장 오세훈과 한나라당의 서울 지역구 출마자들의 합작 사기라며 비판한다.

이렇게 해서 과반수 의석을 넘긴 한나라당. 이들이 몰고 올 태풍을 동반한 폭우가 눈에 선하다. 미디어영역에서 시작될 태풍의 눈은 어김없이 ‘신문방송겸업영역의 확대’다. 지금도 신문방송의 겸영은 가능하다. 유료방송시장에서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을 제외한 모든 영역의 전문채널들이 지분제한 없이 100% 소유가능하게 이미 2004년3월22일부터 합법화되어 있다. 문제는 여론의 다양성을 치명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마저 거대 신문사인 조중동이 차지하겠다고 분위기를 잡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선거 총선거를 거치면서 조중동의 여론몰이의 힘을 확인함과 동시에 결정적인 ‘은혜’를 받았고, 이에 ‘정치적 보은’의 수단으로 신문방송겸영영역 확대를 거론하고 있다. ‘정치적 보은’을 배제하고, 신문방송겸영영역확대를 위한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의 논리는 부실 그 자체다. ‘사상의 자유시장에 맡기자, 외국에서도 확대하는 것이 대세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규제를 풀자.’ 뭐 이런 것들이 핵심 주장인데, 반박해보자.

조선일보의 미디어전략실 부실장 고종원이 최근 한 토론에서 줄기차게 주장한 ‘사상의 자유시장론’은 유럽의 자유방임주의 시절의 유물이다. 사상의 자유시장은 철저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를 전제로 제기된 이론이다. 한데 한국, 특히 언론판은 이명박계 신문 조중동 등에 의해 몰이성 몰합리 몰상식이 지배하고 있는 동네다. 이런 동네에서 이성주의 합리주의 시절의 유물을 오늘의 이론적 배경으로 내 밀 수 있는지, 절로 ‘파렴치(破廉恥)’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자체가 자유방임주의를 통째로 거부하는 기구며, 사상의 자유시장이론을 전면적으로 전복시키는 이론 중 하나가 ‘공정거래를 위한 규제론’이다.

외국도 신방겸영영역을 확대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전 세계 대세론’은 허구고 사기라서 반박할 가치가 없고,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라는 주장은 조중동의 사세 확장을 위한 규제 완화라는 점에서 약간의 지적은 필요하다. 즉 조중동을 제외한 서울지역에서 발행하는 일간지든 다른 지역에서 발간되는 일간지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주장으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향해 신방겸영영역을 확대하여 조중동에게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을 나눠달라는 공개적인 협박쯤으로 평가절하해도 문제 될 게 없는 논리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선과 총선에서 일방적으로 밀어준 우리 조중동에게 보은하라’고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솔직한 모습이지, 돼먹지 않은 궤변으로 뭔가 ‘의미 있는 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역겹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왜’라는 질문에 그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문화부 장관 유인촌과 한나라당 의원 정병국 정도가 봄비처럼 슬슬 뿌리며 분위기 잡고 있는 것이 지금이라면, 여름에 접어들면 장맛비처럼 지속적으로 여론조작의 일상화를 위한 제도화가 아닌 산업 활성화 운운하며 국민들에게 거짓선전을 뿌려 댈 것이다.

▲ 양문석 사무총장

가을로 접어들고 정기국회가 열리면 신문방송겸영영역확대를 위해 신문법과 방송법 제정 또는 개정이 필요하다며, 뉴타운 공약이 진실인 것처럼 들리게 했듯이, 국민들을 속이려고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과반수 의석은 태풍을 동반한 폭우처럼 전방위적으로 선전선동을 쏟아 부을 것이 자명하다.

태풍을 동반한 폭우가 그래서 걱정스럽다. 하지만 제방을 튼튼히 쌓고 준비한다며...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