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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LeMonde)>가 기자들의 파업으로 지난 14일과 17일 가판대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 파업은 에릭 포토리노(Eric Fottorino) 르몽드 그룹 회장의 구조조정 안에 대한 노조의 대답이었다.
포토리노 회장은 지난 4일, 129명의 직원들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르몽드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몇몇 잡지사들 역시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 이후 노조는 즉각 총회를 열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르몽드는 1944년부터 발행을 시작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신문이다. 현재 일간지 발행부수는 3위에 머물고 있지만, 여전히 그 권위를 인정받으며 프랑스 국외로의 발행부수는 가장 많은 신문이다. 하지만 르몽드 역시 독자수 감소로 인한 재정난에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의 신문시장 전체가 무료신문에 의해 잠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르몽드의 구조조정안은 일면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일례로 지하철에서 배포되는 <메트로(Metro)>의 주간 발행부수가 70만부로 르몽드의 약 2배에 달한다. 르몽드는 90년대까지만 해도 발행부수가 40만부에는 달했으나, 지난 2007년에는 32만부에 그쳐 실제로 독자 감소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르몽드의 재정 상태는 말 그대로 심각하다. 재정손실액이 지난해에만 1540만유로(약 231억원)에 달했다. 현재까지의 누적적자는 1억8000만 유로(약 2700억원)에 이른다고 르몽드 그룹은 상황의 심각성을 밝혔다.
물론 독자들의 시선을 잡기 위한 노력도 있다. 르몽드는 2005년 11월부터 이미지 요소를 강화하겠며 사진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보는 신문의 중요성을 인식한 조치였다. 인터넷 독자들에 대한 관심은 훨씬 전부터 시작되어 1995년 12월 19일 부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기사와 다른 통신사들의 뉴스를 다루고 있다. 이 사이트는 유료로 볼 수 있는 기사가 많아 인터넷 독자들이 월 16유로(약 2만 4천원)의 정액제를 선택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불안한 외부상황만큼 내부 잡음 역시 끊이지 않았다. 1994년 이미 당시 대표이사이던 자끄 르주르느(Jacques Lesourne)가 자신이 제출한 예산안이 그룹 자문위원회에서 부결되자 사임한 바 있다. 2004년에는 편집국장이었던 에뒤 플레넬(Edwy Plenel)은 “르몽드는 엘리트와 대중 모두를 위한 신문”이라며 르몽드의 위상과 존재이유를 역설했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고압적인 편집권 행사로 비판받다 2004년 사임했다.

르몽드의 권위 역시 그동안 상처받았다. 2003년에는 저널리스트인 피에르 펜(Pierre Pean)과 필립 코헨(Phillippe Cohen)은 “르몽드의 숨겨진 얼굴(La Face cachee du Monde)”이란 책을 통해, 르몽드가 특정 정치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편파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고발한 바 있다. 그리고 아크림드(Acrimed)라는 미디어비평 협회는 2006년 4월, 르몽드가 책 소개에 있어 공정성을 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르몽드가 난국을 타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정치학 석사과정, ppiokm@hotmail.com

포토리노 회장은 4월 19일자 사설에서, “경영의 독립성 르몽드는 싸구려 신문이나 내용없이 텅빈 신문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가을부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고 밝혔으나 그  새로운 모습이 어떤 것일지, 구조조정 이외에는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이나 프랑스나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를 즐겨찾는 열사람 보다 종이신문을 사는 한사람이 소중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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