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어린이와 청소년 어떻게 받아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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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 ⑩

▲ 고승우 박사

어린이 청소년들의 쇠고기 수입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매우 충격적이다. 미성년층의 ‘광우병 공포’가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기성세대를 놀라게 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인터넷에 광우병을 걱정하는 글을 올리거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공식 행사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집단 공포 심리를 표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미디어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 전파하는 과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어린이들의 광우병 공포는 청와대 홈페이지 ‘어린이 청와대’의 어린이 글 마당에 하루 수백 건 이상 올라오는 글에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 세대의 폭발적인 관심은 쇠고기 수입 반대 문화제 행사에 여중고생을 주축으로 10대들이 대거 참가하여 분노를 표시하고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의사 표시에서 입증되고 있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의 공포가 미성년층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향후 심각한 사회적 파문을 예고하는 것이다. 정부 당국은 이런 어린이 청소년세대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방치할 경우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

어린이 청와대 어린이 글 마당은 쇠고기 수입을 걱정하는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지난 4일 올라온 글 몇 편을 소개한다. ‘죽기 싫어요..’라는 제목의 글은 아래와 같다.

미국산 광우병걸린 소..
먹기싫어요...
죽기싫어요 ......
정말이에요.. 고기하나라도 먹으면...
바로전염되서 혼자 배시시시웃고...잠잘때도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소리지르는..
그런 병신은 돼기싫다구요...
이명박 대통령 아저씨... 안돼요.. 겨우 12년밖에 살지않았는데 죽으면...
못본것도 많고.. 가보지 못한곳도 엄청나게 많은데..
싫어요... 진짜 싫단말이에요.......
나 죽기싫단 말이에요... 사람처럼 죽고싶어요...
그렇게 비참하게 죽기는 싫어요.......

또한 ‘저는 8살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살고 싶어요. 소고기 수입 하지마세요. 대통령이나 실컨 드세요”리고 썼다. 다른 글의 일부분은 다음과 같다.

여기 글 보니까 여덟 살도 있고 이제 초등학교 3학년들도 있네요
이명박 대통령, 님이 이 꼬마애들 10년후에 다 죽이는격이예요

나 결혼하고 애낳을쯤되면 다 뒤지라는거죠 그쵸 'ㅅ'?
아 욕쓴다고 뭐라하지마셔요

‘어린이를 죽이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은 다음과 같다.

전아직중학생입니다.
제동생은 네살이구요
근데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광우병에 걸린) 죽을수도 있습니다.
수입중단해주세요. 이거 중단한다고 그렇게 많은 피해가 오는거 아니잖아요.
소가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피해는 더 심각해집니다.
대통령아저씨. 우리를 살려주세요, 국민들을 살려주세요

또 다른 글은 아래와 같다.
부탁할게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하지 말아주세요..
들여오지 말아주세요... 제가 제일 무서워 하는 것 중 하나가..'죽는 병'이에요.
자연히 죽는 것도 아닌..거... 차라리 사람한테 죽는게 낮죠..
차라리.. 살인이 100배는 낮죠... 평소처럼.. 아무 일 없이.. 먹을 거 잘 먹고..
잘 자라고... 했더니.. 나중에 죽어야 한데요... 얼마나 당황스러워요..

어른들 말씀처럼..
잘 먹고 잘 자랐더니..
잘 먹은 음식 땜에.. 죽어야 한데요.... 인간 미친 소가 된데요...

어떡해요..? 나중에.. 진짜 그런 일 생기면.. 저 어떡해요?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겨우 초등학교 6학년 짜리가..
벌써부터.. 나중에 나 죽게 되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는 게 말이 돼요?
전부 걸린다는 것도 아니고... 음식들이 다 걸리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한편 청소년들의 광우병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공포감은 지난 2, 3일 저녁 연이어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확인되었다. 행사 참가자의 70~80%로 추산된 중고등학생들은 집회시작 이전부터 동아일보 앞과 청계천 소라광장,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 삼삼오오 모여 한손에 촛불을 들고 문화공연, 자유발언 등의 행사에 동참했다. 그들은 교복을 입고 나와 앳된 목소리로 '미국산 쇠고기 반대'와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일부 학생들은 자유발언에서 쇠고기 수입의 부당성을 성토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언급했다. 광우병 쇠고기가 학교 급식에 나올 것이 뻔해 그 때문에 어린이 청소년이 죽는 것은 부당하다고 외치다가 눈물을 보이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청소년들은 ‘살려고 나왔다. 살려면 나서자’ 또는 ‘미친 소 너나 먹어’라는 글이 적힌 종이를 흔들면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유발언에 나선 일반인들은 광우병 소로 어린이, 청소년이 피해를 볼 것을 걱정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광우병 발병률이 1억분의 1이라 해도 그것이 자신이나 자녀에게 닥치면 100% 비극이 되는 것이라며 수입반대를 절규했다.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광우병 공포에 대한 어린이와 청소년의 의사표시에는 대부분 ‘죽음’이 담겨있다.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고 죽기 싫다는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에 대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미국 쇠고기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부모님이 학교 급식 때 쇠고기 든 음식은 먹지 말라고 말씀 하신다’ ‘병든 수입 쇠고기 먹고 죽기 싫다’고 외쳤다. 이런 모습을 통해 청소년들이 엄청난 강박관념에 짓눌려 있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 주변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겪고 있는 집단 공포 심리는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인식, 수용하는 태도에 비춰 볼 때 발생 가능한 현상이다. 철든 어린이와 일부 청소년은 유괴, 음식물로 인한 피해 등 현실 속에서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큰 공포심을 갖는다. 예를 들어 뉴스 시간에 보도되는 인명피해가 큰 기상재해, 집단 전염병, 전쟁, 테러와 같은 기사를 접할 경우 평상심을 잃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그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면서 두려워하고 때로는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뉴스 홍수 속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심한 공포를 느끼는 것은 불가피하고 그 공포는 현실 속에서 구체적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린이가 평균적으로 5살 전후가 되면 TV 등 미디어를 통해 이런 일을 흔히 경험하게 된다. 그 이전 나이의 어린이는 TV에서 등장하는 유령, 괴물 등과 같은 상상 속의 존재에 대해 더 두려움을 느낀다. 상상력으로 꾸며낸 것과 현실 세계에서 존재하는 것을 분간치 못하는 것이다. 어린이의 지각 능력은 5살 전후해서 상상속의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분간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어린이가 TV 등의 미디어 정보를 판독하게 되는 것과 같은 변화는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어린이가 미디어나 다른 방법을 통해 파악한 광우병에 자신도 걸릴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는 것은 자기 보호 본능에서 비롯된 자연스런 현상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광우병 쇠고기’에 대해 보이는 집단적 공포심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자신이 광우병으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쉽게 해소하거나 씻어내기 어렵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논란이 지속되면서 어린이 청소년의 공황상태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점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 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일부 언론이나 정치세력의 음모적 발상이 광우병 반대 현상의 배후에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쇠고기 수입관련 집회를 불허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광우병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모두가 마음을 열고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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