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한국문화의 키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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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한국문화의 키워드는?
[히말라야에서 온 편지 3]
  • 승인 2000.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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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새 천년!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요란한 행사로 끝난 밀레니엄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나는 그것에 대해 히말라야 주변에서 생각을 했다. 물론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 것인데 문화는 무슨 문화? 새로운 천년의 한국문화의 좌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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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여러 각도로 조망할 수 있겠지만 1만년 넘은 문화퇴적층이 쌓인 한반도가 그냥 한반도가 아님을 이곳에서 알게 되었다. 북방대륙문화와 남방해양문화의 만남의 종착지인 한반도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귀중한 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불행하게도 일미문화(일본식민지문화+미국슬럼문화)의 최대 소비지가 된 한국. 유심히 살펴보자. 아직도 농촌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장승 돌무지기 서낭당 말(馬)신앙의 흔적은 북방대륙문화가 유입되었다는 것이고, 정월 보름에 많이 행하는 줄다리기(현재는 줄다리기라고 하지만 필자가 70년대 후반 농촌을 다닐 때 고노(古老)는 줄굿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줄다리기가 힘겨루기의 운동회가 아니라 풍농 기원과 마을 대동을 위한 의례)와 아직도 전라남도 도서 지방에 남아 있는 풍장(風葬) 초분(草墳,최빈) 등은 남방해양문화의 유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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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대학시절 탈문화운동을 했을 때 나의 의문점은 한국의 탈이 어디서 왔는가였다. 봉산탈춤 은율탈춤 강령탈춤에 사자무(獅子舞)가 나온다. 한반도에 사자가 서식하지 않는데 어떻게 해서 민중문화인 가면극 속에 사자가 등장하게 되었는가? 당시 한국가면극의 기원에 대해 농촌기원설 산대도감(山臺都監)기원설 등이 유력했다. 티베트기악(伎樂)기원설을 주장하는 사람은 웬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냐고 비아냥거림을 받았다. 정확한 근거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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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이제 그 청년은 25년이 지나 귀밑에 서리가 내린 나이에 티벳기악에서 나오는 사자무를 한달 동안 수소문한 끝에 마침내 보았다. 나에게는 문화충격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우리 나라 사자무와 형태, 움직임, 진행이 똑같을 수 있을까? 도대체 한국문화인자(文化因子)는 어디서 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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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7|카일라스산에 있던 본포파(bonpo)라는 티베트 불교의 한 종파가 네팔의 노르부체콤파를 새로 건설해 이국 땅에서 티베트 불교문화를 유지, 전수하고 있다. 그 본포파 곰파에서 로사르(티벳의 신년축제) 기간 중 종교의례인 싱게(사자)무를 펼쳤다. 단순히 공연형태가 아니라 종교의식의 한 부분으로 싱게(사자)춤을 라마들이 춘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문화의 원초는 종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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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2|1만년의 문화퇴적층과 새로운 2000년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 폐쇄성을 과감히 버려 앞으로 1000년 동안 한국의 문화를 중심으로 1만년전의 북방대륙문화외 남방해양문화의 물꼬를 다시 재개통시켜 한국으로 유입시켜 보편타당한 인류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로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문화영토이다. 22만㎢의 한반도의 문화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영토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문화요소가 이곳 히말라야 곳곳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다. 이곳 히말라야 오지에서 만난 외국 다큐멘터리팀들은 히말라야를 주제로 문화상품을 만들고 있다. 1년을 장기 체류하면서 나는 그것이 가장 부러웠다. 우리 나라는 혹시 후발대는 아닌가? 그동안 우리는 위대한 어머니-히말라야 수많은 고산준봉 정상에 한국인이 등정한다는 국익적 목적에 이용만 하는 것이 아닐까? 마치 히말라야를 등정하면 선진국의 대열에 낀다는 그런 생각으로 위대한 한국인으로 기록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나에게 위대한 것은 히말라야 품 어려운 생활환경 속에서도 마음의 미소를 잃지 않고 생존하는 200여 고산민족들이다. 그들이 진정 위대한 어머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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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내일이면 나는 이곳 네팔 현지에서 팀을 만들어 오지로 들어간다. 로칼버스를 타고 내려서 래프팅을 하고 걸어서 2일 걸리는 곳 타망족 마을의 장례식을 촬영하기 위해. 그 촬영이 성공할 지 나는 모른다. 그 마을 주민들이 촬영을 불허하면 나는 억지부리지 않고, 군소리하지 않고 돌아올 것이다. 그들이 지키려는 전통에 대한 자존심은 위대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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