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 미 쇠고기 관련 보도, '뚝배기 저널리즘' 보고싶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쇠고기의 전면적인 수입 개방 때문에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무엇보다 광우병의 우려와 굴욕적이고 멍청한 협상결과 때문이다. 하지만 광우병이란 것이 2008년 5월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닌데, 그동안 방송3사는 무엇을 했을까. 2006년 1월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재개를 위한 위생조건 협상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지난달 18일 이명박 정부의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광우병의 위험을 국민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 전해야 하는 기회는 참으로 많았다.

그러나 그동안 방송3사는 협상과정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전달하는데 그쳤다. 이강택 PD가 제작한 〈KBS스페셜〉이 화제가 되긴 했지만, 뉴스는 예외였다. 방송3사는 광우병 위험은 극비라도 되는 양 거의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며, 한우농가 걱정은 자주 했지만 소비자에게는 이익인 것처럼 접근했다. 무엇보다 국익을 위한 한미FTA 체결을 위해 미국쇠고기 수입은 필수불가결임을 은연중에 꾸준하게 전했다.

4월 18일 협상결과가 발표되었을 때도 방송3사의 보도태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 당시 방송3사는 미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별 감흥 없이 사실만을 전달하고 한우농가 걱정에만 그쳤다. 방송에서 광우병 우려가 보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9일 〈PD수첩〉과 〈뉴스데스크〉에서였다. 이어 MBC 〈뉴스데스크〉가 3일 연속 심층취재 시리즈로 광우병 우려를 보도하고, KBS도 5월 1일부터 광우병 위험성을 언급했으며, 5월 2일부터는 방송3사가 모두 광우병 관련 보도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항간에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보수신문과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광우병 우려의 핵심이 ‘방송 탓’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방송의 ‘개과천선’이 반가우면서도 아직도 부족하고 아쉽다. 물론 공영방송의 존재가치를 유감없이 보여준 〈PD수첩〉과 4월 29일부터 5월 9일 정도까지의 MBC 보도는 돋보인다. 미국 동물성 사료 금지 강화조치의 허실을 앞서 보도한 SBS도 돋보였으며, 정부의 말 바꾸기 태도를 날카롭게 지적한 KBS의 비판도 돋보였다.

하지만 MBC가 열심히 광우병 관련 문제를 제기하던 시기에, KBS와 SBS는 2% 부족한 보도로 아쉬움을 줬다. SBS는 전교조 배후설이 사실인 양 대충 얼버무리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광우병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3사 모두 보도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더니, 지난 연휴 기간에 두 세 꼭지만 겨우 보도했을 뿐이다. MBC도 동물성사료 금지조치 문제에 대해서 타사가 이틀이나 먼저 보도한 이후인 11일이나 이 내용을 보도했으며, 미국으로 떠난 정부 점검단의 행보에 대한 지적도 하지 않았다.

미 쇠고기 수입 개방은 우리 국민의 삶과 생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방송3사는 정치권 논리로 이번 사안을 대충 넘어가거나, 냄비 저널리즘처럼 잠깐 시끄럽게 떠들어댔으니 이제 할 일을 다 하고,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졸속협상의 실체와 그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엄밀하게 따지는 보도,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광우병 위험성과 ‘뜬소문’을 구별해 시청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보도,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꾼 정부 여당과 수구보수신문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는 보도, 시민들에게 근거 없는 음모론을 들이대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여권과 수구보수신문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 원산지제도 정착을 위한 언론의 감시역할 확대, 한우 농가를 위한 꾸준한 관심 등 방송이 해야 할 일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