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미국소 안전하다고?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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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미국소 안전하다고? 천만에!"
  • LA=이국배 통신원
  • 승인 2008.05.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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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이국배 통신원/ KBS America 편성제작팀장
5월 9일 미국 CNN에 보도된 <U.S. wants to stop increased testing for mad cow> 기사. 사진제공=CNN

정부의 미국 쇠고기 수입 결정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CNN 방송은 미국 내 광우병 검증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두 가지 주목할 만한 보도를 내놓았다. CNN은 지난 9일 부시 행정부가 모든 육류 가공에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게 하도록 연방항소법원을 압박했다는 기획성 보도(U.S. wants to stop increased testing for mad cow)를 내보냈다. 14일엔 미국의 식품 안전 검역 체계가 구조적 차원에서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고 미국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다(Lawmaker, Nation's food system is collapsing)는 내용이었다.

▲ 5월 9일 미국 CNN에 보도된 <U.S. wants to stop increased testing for mad cow> 기사. 사진제공=CNN

이미 그 내용이 잘 알려진 것처럼 이 같은 보도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던 우리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그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공언해 왔던 쪽에서 볼 때는 도무지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매우 난처하기 그지없는 소식들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가히 그 내용들은 그간 별 근거 없이 국내에서 지루할 만큼 계속되었던 일부 주장들을 일거에 잠재울 만큼 폭발력이 있었다. 국내언론도 아닌 미국언론이, 그것도 국제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매체가 이 시점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보도를 할 줄은 어느 쪽에서든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최근 미국 내에서 광우병 논란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볼 때, 이번 보도의 배경은 한국국민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의 목소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의 식품 안전 검역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두 번째 보도는 일선 감독관의 부족으로 미국 광우병 검역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 전직 쇠고기 판매업자나 협회 관계자들이 대거 미 농무성 고위직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사실, 그리고 쇠고기 판매업자들의 강력한 로비활동으로 검역체계의 철저한 객관성이 담보되기 힘들다는 사실 등을 담았다. 

하지만 이 보도는 ‘기획성’이라는 점에서, 매우 ‘새로운’ 사실을 담고 있지는 않다. 마치 미국에서 총기관련 논란이 재현될 때면, 습관처럼 구조적인 문제가 또 다시 떠오르듯, 광우병을 주제로 미국 축산관련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이 다시 한번 강조된 보도일 뿐이다. 2~3년 전 광우병이 미국 내에서 큰 논란이 되었을 때 당시 보도들을 살펴보면, 주요 일간지들의 사설을 포함, 유사한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그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광우병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미국 주요 언론이 거의 없다고 할 때, 광우병이 갖는 국제적 성격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CNN 방송이 적어도 광우병 문제에 대해서만은 전문적이고 독보적인 위치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보면 단순 사실보도라고 할 수 있는 첫 번째 보도가 더욱 흥미롭다. 미국의 한 농장주가 한국과 일본 등 해외 소비자의 안전성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광우병 검사를 가공육류에까지 확대해 달라는 요청을 연방항소법원에 했는데, 연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여서 검역 확대 허용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가 이 법원의 판결을 뒤집기 위해 미연방항소법원에 항소를 했다. 즉 광우병 검역확대는 국민의 불안을 야기한다며 정부가 농장을 상대로 법원에 항소를 한 것인데, 검역을 하지 말자는, 어떻게 보면 법적 근거도 취약한 이런 행태가 과연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인가에 대해 비난 여론이 뜨겁다.

▲ LA=이국배 통신원/ KBS America 편성제작팀장

태평양을 가운데 두고 한편에서는 해외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검역을 확대하자는 한 농장주의 시도를 정부가 직접 나서서 법원의 힘을 빌어서 까지 막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확실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는 쇠고기를 정부가 나서서 걱정하지 말고 먹으라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찬반을 떠나, 어느 입장에서 어떻게 보든, 이 같은 형국은 무엇인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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