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에너지’라는 황금 방패를 내세운, ‘지역 개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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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시사기획 人사이드〉 ‘서해안 조력발전소, 바다에게 길을 묻다’ 제작기

▲ OBS 〈시사기획 人사이드〉 ‘서해안 조력발전소, 바다에게 길을 묻다’ ⓒOBS

OBS 〈시사기획 人사이드〉은 OBS가 개국 5개월 만에 내놓을 시사 프로그램이다. 이미  맨 첫방송을 담당한 1팀은 김용철 변호사를 통해 내부 고발자에 대한 문제 지적했고 그 다음 2팀에서는 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지원으로 범죄 피해자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3회를 맡은 나는…?

“강화 조력발전소도 한번 생각해 볼만 한 주제지요.” 지방자치의 실태에 대해 듣고자 찾아갔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대화 말미에 던진 말이었다. 당시 조력발전소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한 ‘대체 에너지’라는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자료를 찾아보니 현재 추진 중인 조력발전소는 바다에 거대한 방조제를 쌓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강화 조력발전소’는 강화도-교동도-서검도-석모도-강화도를 이어 그 섬들 사이 바다를 빙 둘러 막게 된다. 그 바로 아래쪽으로는 국토해양부 주도로 ‘인천만 조력발전소’가 추진 중이었다.

각 조력발전소 예산이 약 2조원, 두 조력발전소가 동시에 건설된다면 인천 앞바다 절반 이상이 방조제 속에 갇히게 된다. 서해안을 따라 그 아래로 시화호, 가로림만, 새만금 등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가 줄줄이 추진 중이었다. 이만하면 한번 다뤄볼 만하다 싶었다.

우선 생태적인 측면에서 이들 조력발전소는 해당 지역에 사는 바다 생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세계 5대 갯벌’이라 자랑하고 있는 ‘강화 남단 갯벌’과 그곳을 찾는 저어새 등 멸종위기 새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에게 보다 직접적으로는, 홍수 피해를 입힐 가능성도 갖고 있다. 강화 조력발전소가 예정대로 지어진다면, 한강에서 서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가장 큰 물길을 방조제로 막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집중 호우 때마다 물난리를 겪는, 김포 지역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 강화조력(위),인천만조력(아래)지도 ⓒOBS

프랑스의 ‘랑스 조력발전소’는 조력발전소 찬반 양쪽 모두가 예로 드는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이 어느 정도 발전 용량을 가진, 세계 하나 뿐인 사례(240Mw)이기 때문이다. 놀라웠던 사실은 1966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 랑스 조력발전소는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줄곧 세계 최대 규모의 자리를 지켜왔다는 점이었다.

파리에서 북쪽으로 5시간 정도를 차로 달려, ‘랑스 조력발전소’의 맨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해양학자는 초기 10년의 커다란 해양 생태계 파괴를 설명했다. 프랑스조차 ‘세계 최대, 최초’라는 상징성 빼고는 랑스 조력발전소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은 듯 보였다. 이브 브루노 시빌 프랑스 대체에너지 연구소장이 이런 내 심증을 확인해 줬다. “프랑스가 이런 발전소를 다시 만들 계획은 없습니다. 관리만 할 뿐이죠.”

강화 조력발전소의 경우, 인천시와 강화군이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주체로 참여하면서 이런 신중함은 뒤로 밀리고 있었다. 오히려 지방자치 단체가 ‘대체 에너지’라는 명분을 방패삼아, ‘지역 개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시공사에서 세운 진행 계획을 앞당겨 실행하자며, ‘인천 아시안게임이 있는 2014년까지 완공하자’고 서두르는 데서 그들의 속내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전광식 OBS PD ⓒOBS
한 전문가는 갯벌 보존만 놓고 본다면, 지방자치제 이전이 훨씬 나았다고 했다. ‘개발로의 질주’, 이것이 지방자치제의 현실인가? 지방자치에 기여하겠다며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마음 한 구석에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감이 커져갔다. 그 즈음, 휴대폰에 기대치 않았던 문자 메시지가 찍혔다.

“방송 잘 봤습니다.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역의 한 오피니언 리더가 보낸 것이었다.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해준다면, 현재 지방자치가 드러내고 있는 왜곡을 꽤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절실한 바람으로 이해했다. OBS 〈시사기획 人사이드〉에 대한 지역 사회 기대감이 높아져가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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