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곁에 함께있지 못해 미안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미디어] 프랑스 교민 유학생 150여 명, 에펠탑 앞에서 촛불문화제 개최

▲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프랑스존
지난 6월 1일 오후 5시의 프랑스 파리. 에펠탑 맞은편 트로카데로 인권광장에 한국인 150여명이 모였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파리에서, 이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 정부를 향해 외쳤다. 그 내용은 ‘장관고시 철회’, ‘폭력진압규탄’ 그리고 ‘한국의 촛불집회 지지’였다.

프랑스는 한국보다 7시간이 늦다. 폭력진압이 시작되는 한국의 새벽시간에 프랑스는 활기찬 저녁을 맞았다. 6월 2일 새벽의 폭력진압의 순간, 파리의 촛불집회는 서러우리만치 평화롭기만 했다.

이 날 집회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과 성악 및 풍물패 공연 등으로 이뤄졌으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시위자들은 집회시간 동안 영어와 불어로 된 자료와 사진을 관광객들과 프랑스인들에게 보여주며 한국의 현실을 알렸다. 총을 들지 않았을 뿐, 사실상의 군대인 전투경찰의 끔찍한 폭력에 외국인들은 경악했다. 집회의 가장 큰 목적대로 촛불집회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고 한국의 네티즌들은 프랑스의 응원에 댓글로 고마움을 표했다.

프랑스에서도 촛불집회를 하자는 의견은 한국에서와 같이 인터넷에서 시작됐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프랑스존’이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생활정보 등을 나눠왔는데, 이번 촛불집회는 이 사이트의 '제안, 토론'란을 통해 논의됐다.

5월 28일에는 ‘안개비’라는 아이디의 회원이 촛불시위를 본격적으로 제안했다. 여기에 뜻을 같이하는 교민 및 유학생 그리고 한국의 진보신당 지지자 모임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촛불시위 계획은 구체화되어 갔다. 또한 교민 윤 안드레아씨가 MBC <100분 토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자 프랑스에 있는 한국인들의 관심도 더욱 커졌다. 

그리고 5월 31일 밤, 한국에서의 폭력진압 소식이 전해졌다. 불법으로 자행된 공권력의 폭력진압은 많은 교민들과 유학생들에게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었고 이들은 배낭여행, 유학정보 카페 등 프랑스와 관련된 각종 커뮤니티에 촛불집회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다음날, 많은 한인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집회도우미였던 유학생 나 모씨는 “월드컵을 제외하고 한인들이 모여 공동의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기껏해야 20명 정도만 참가할 줄 알았는데 150명이나 오셔서 기뻤다”며 소감을 밝혔다.

▲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프랑스존
▲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프랑스존
하지만 이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 어려움은 프랑스 공권력이 아닌 같은 한국인들 때문이었다. 사실, 중고생들을 중심으로 촛불문화제가 열렸을 때부터 촛불집회를 열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댓글로 몇몇 사람들은 촛불집회에 강한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관광객들과 프랑스인들이 보는 앞에서 나라 망신이라는 주장이었다. 댓글을 통한 한인들 사이의 감정적 논쟁이 이어졌고 한국에서와 같은 ‘알바생 논란’ 등도 있었다.

집회 전날인 5월 31일에도 프랑스존에는 촛불집회 반대의견이 제기되었다. ‘애국자’란 아이디의 회원은 “이번 집회가 우리나라 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티베트 사태 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도 아닌데 프랑스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후진국적인 행태라는 주장이었다.

같은 한국인들의 방해는 집회 도중에도 계속됐다. 한 60대 남성 관광객은 자유발언시간에 끼어들어 “나는 광우병 걸린 쇠고기라도 먹겠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무조건 옹호했고 비슷한 연령의 여성 관광객 역시 “여기서 뭐하는 짓이야!”라며 집회참가자들을 비난했다. 그리고 집회참가자 정 모씨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으로 의심되는 40대 남성 한명이 참가자들 얼굴을 하나하나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집회 참가자들은 한국의 시위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큰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응원의 목소리는 기자들과 집회참가자들에 의해 한국에 전해졌다. 교민과 유학생들은 프랑스존에 한국 사람들의 감사 반응을 옮겨다는 등 한국의 촛불시위에 보탬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100분 토론>에 전화를 했던 윤 안드레아 씨도 “경찰의 과잉진압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를 계속하시는 분들에게 해외에서의 촛불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진보신당 당원으로 촛불집회를 기획한 유학생 ‘봄날의 곰’은 “자발적으로 파리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보며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했다”면서 “한국과 외국에서 함께 행동할 수 있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두 번째 촛불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P.S. 프랑스에서도 한국인들은 함께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물대포와 살인적인 폭력진압에 비폭력 하나로 맞서는 여러분들 곁에 함께 있지 못해 미안합니다.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정치학 석사과정, ppiokm@hotmai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