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로 무장하고 ‘짤방’으로 의사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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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로 무장하고 ‘짤방’으로 의사표현
공공미디어연구소 주최 ‘행동하는 디지털 대중교통, 새로운 교통양식의 출현’ 토론회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8.06.09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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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디어연구소가 개최한 '행동하는 디지털 대중교통: 새로운 교통양식의 출현' 토론회 ⓒPD저널
10대 소녀가 직접 작성한 시위용 피켓. 인터넷에서 촛불집회 현장으로 확산된 '짤방'문화다.

▲ 공공미디어연구소가 지난 5일 개최한 '행동하는 디지털 대중교통: 새로운 교통양식의 출현' 토론회 ⓒPD저널

인터넷과 각종 디지털 장비로 소통하고 행동하는 네티즌들의 새로운 현실 참여 방식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시도한 자리가 마련됐다.

공공미디어연구소(소장 양문석)는 '행동하는 디지털 대중교통: 새로운 교통양식의 출현’이란 주제로 지난 5일 서울 세종로 미디액트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연구소 이사장 전규찬(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발제에 앞서 “네티즌들이 촛불집회를 준비하고 직접 행동하면서 보여준 대중교통 양식을 이론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토론회를 개최한 이유를 밝혔다.

“거리로 나온 ‘짤방’ 문화 10대들에게는 그저 당연한 것”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학생 박솔잎 씨는 촛불집회의 주류로 떠오른 10대들의 ‘짤방’ 문화에 대해 발표했다. ‘짤방’이란 짤림 방지의 줄임말로 인터넷에 게시물과 함께 올리는 강렬한 문구나 그림을 뜻한다.
▲ 10대 소녀가 직접 작성한 시위용 피켓. 인터넷에서 촛불집회 현장으로 확산된 '짤방'문화다. ⓒPD저널

10대들은 인터넷과 현실 구분 없이 강렬한 이미지와 짧고 직설적인 글로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을 선호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서 10대 소녀들이 들고 있는 피켓은 이러한 ‘짤방’ 문화의 연장선이었다. 그들은 주최 측에서 나눠준 시위용 전단 뒤에 자신만의 표현을 담은 문구를 직접 작성했다.

박솔잎 씨는 “10대들에게 ‘짤방’ 문화는 시위를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이를 놀라워하는 어른들의 반응이 그들에게는 더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김예란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광우병에 대한 본능적인 반발로 나선 10대들이 언젠가 가벼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사과정 손수희 씨는 ‘짤방’ 문화에 대해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있기 때문에 글에 집중하지 않고 논점을 흐리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고라’, 대중지성의 발견인가

이어 이영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부소장은 ‘아고라, 대중교통망을 접수하다’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공론장으로 급부상한 다음 ‘아고라’를 조명했다.

그동안 소수에 집중되어온 정치적 논의가 인터넷 공간을 통해 ‘인민 공론장’으로 확산되는 것에 주목한 이영주 부소장은 “인터넷 ‘아고라’를 통해 등장한 ‘문학적’ 저널리스트들은 천재성과 재치, 발랄함을 무기로 전통적 저널리즘의 규범을 해체시키며 전면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성언론들이 인터넷 ‘아고라’를 “감정적이며 격화되어있다”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그는 “대중끼리 통제하고 반박하면서 ‘논리적 정당성’을 획득하는 인터넷 대중교통 양식은 훨씬 사실적이며 과학적이고 정당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동안 지배언론의 커뮤니케이션이 노동, 가난 등 민중의 삶과 거리가 있었던 반면, 인터넷 ‘아고라’에 등장하는 언어는 개인들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교통 양식은 더욱 사실적이며 대안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론자로 나선 서정민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촛불집회를 왜곡하는 조중동의 광고주를 압박해 신문의 논조에 영향을 미치는 듯 상상치 못한 대중지성의 발견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큐멘터리 감독 최진성 씨는 ‘아고라’의 논의가 무조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경향을 우려하며 “예비군들이 나서 ‘촛불소녀’들을 보호해준다는 식의 사고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태도임에도 불구하고 ‘아고라’에서는 이를 무조건 칭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촛불‘든 대중의 자발적 미디어 행동, 언론 운동진영은?

전국미디어네트워크 활동가 허경 씨는 촛불집회를 촬영하고 중계하는 등 대중들의 자발적 미디어행동을 목격한 언론 운동진영의 고민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대중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이고 대안적이며 참여적인 미디어 활동을 통해 운동진영을 지도해주고 있다“며 “언론 운동 진영은 모든 미디어영역에서 이러한 대중이 활동할 수 있는 ‘미디어 광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것처럼 대중들이 스스로 민주적인 커뮤니케이션이나 언론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직접 나설 수 있도록 의제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가한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사무총장은 이번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다원성’에 주목하며 “앞으로 집회에서 운동진영은 이끌어가려는 시도를 멈추고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운동성을 표출할 수 있는 판만 벌려주자”며 운동진영에 변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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