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청직원 A가 호떡판을 잡아당기니까 길가에 호떡이 다 흩어졌어요.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냐고 하며 앞으로 가는 도중에 확 저를 밀어버렸어요. 저는 주저앉았죠. 일어나서 구청직원한테 119를 불러달라고 5분 동안 얘기했지만 안 불러 주고요… 병원 가서는 경찰관 보고 구청직원을 불러달라고 했는데 와 가지고는 내가 공무방해를 했으니까 300만원 벌금에다가 뭣이뭣이 나간다고 해요… 집에 돌아가서 하루 잤는데 아파서 도저히 못 참겠더라구. 다시 병원에 갔더니 12번 척추가 내려앉고 팔이 부러졌대요. 나는 그 구청직원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듣기를 원했는데 욕지거리를 하면서 ‘고소를 하라는데 왜 안하고 자기한테 귀찮게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생방송이었다. 실명까지 말하는 건 위험한 일인데 할머니는 거침이 없었다. 구청이름, 직원이름까지 다 밝혀버린다. 지난 달 말 호떡할머니 이영화 씨와의 인터뷰에 청취자들은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 방송 직후부터 전화가 쏟아진 건 물론이고 인터넷에서는 하루 종일 인기검색어로 ‘호떡할머니’가 올라있었다.

광화문 앞에서 김밥을 팔다가 ‘가로 정비’를 하는 용역청년에게 폭행을 당한 이른바 ‘김밥할머니’ 사건을 접할 때만해도 많은 사람들은 ‘예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한 청년이 순간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저지른 우발적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방예의지국을 논하려했다. 그런데 호떡할머니의 증언까지 듣고 보니 이건 예절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할머니의 주장에 따르면 A구 안에서 만해도 이렇게 다치는 노점상이 한 두 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해당 구청에서는 “단속과정에서 할머니가 혼자 주저앉다가 다친 것 뿐”이라고 반론을 했다. 혼자서 주저앉은 건지 밀쳐서 주저앉은 것인지는 한동안 공방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잇달아 나오는 노점상들의 증언을 보면 노점상 단속 과정에서 상당한 물리적 충돌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CBS 김현정 PD/〈김현정의 뉴스쇼〉 앵커

노점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불법이면 단속할 수 있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집기를 부수고 충돌 과정에서 폭력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까지 허락하지는 않았다. 김밥할머니가 용역청년을 용서하고, 호떡할머니가 설사 고소를 취하한다고 해서 마무 일도 없었던 듯 그냥 덮고 갈 일은 아니다. 이 기회에 실상을 철저히 조사하자. 그리고 불법노점상 문제를 양지에 놓고 정말 대안이 없겠는가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보자. ‘번데기 할머니’에 ‘도넛 할아버지’까지 나오는 웃지 못 할 비극적 희극은 벌어지지 않도록.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