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지역감정, 말이 필요 없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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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칼럼]지역감정, 말이 필요 없다는데
  • 승인 200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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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역감정이라는 유령이 활보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죽지도 않고 돌아와 미친 춤을 추는 이 유령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그 어느 선거 때보다도 강한 기세를 떨치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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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인사들의 면모를 보면 예외 없이 높은 지위와 권력을 누렸던 이들이다. 그들이 내뱉는 언사들을 들으면 한심하고 어이없고 저질스럽고 한 마디로 끔찍하다. 그런데 그들이 아무 생각 없이 수준 이하의 언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 발언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를 계산한 행동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이것은 참담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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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독재로부터 빼앗아 하나씩 쌓아올린 우리 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이 일거에 초라해 보이는 순간이다. 도대체 유권자들을 제대로 생각이 박힌 사람으로 판단하고 있다면 구사할 수 없는 작전이다. 말을 뒤집으면 유권자들이 제대로 한 표를 행사해 왔다면 이미 사라졌을 구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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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물론 지역감정이 우리 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책대결과 같은 생산적 장치에 의해서 희석되지 못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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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그렇다면 어떻게 이 유령을 극복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누구도 답변을 명쾌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단서는 추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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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6|먼저 지역감정을 악의적으로 유포시키는 자가 반드시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간의 경험과 동물적인 감각과 계산으로 행동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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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그리고 그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역감정이라는 썩은 고리를 둘러싼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부추기는 소수의 세력에 민심이 계속 놀아나기만 한다면 희망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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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0|결국은 정치판에서 지역감정 놀음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너무도 상식적이지만 그 이상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도 없을 것이다. 지역감정으로 표를 사려는 정치꾼은 이제는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상업적 언론이 말초적인 발언들을 경쟁적으로 퍼뜨리기도 한다. 자기 패거리만 당선된다고 생각하는 정치권이나 판매 부수만 높이면 좋다는 언론이나 국가의 미래가 안중에 없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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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5|이것이 고약한 것은, 말하면 말할수록 더 부풀어오르는 특징이 있다는 점이다. 초원복국집 사건도 있었지만 지역감정을 깨뜨리자고 하는 주장도 지역감정을 부추길 수 있다. 의도와 결과가 심각하게 어긋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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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그래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언론에 당부하고 나섰다. 지역감정에 대한 보도를 아예 하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한국방송협회가 이에 화답해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여론조사나 언동을 될수록 방송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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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9|말을 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업인데 말하지 않기로 결의했다니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지역감정이라는 유령이 소멸한다면 기꺼이 도울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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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4|선거가 닥쳤을 때 가장 큰 문제로 닥쳤던 것들은 사실 따지고 보면 지난번 선거에 항상 있어왔던 것들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한번씩 확인하고 넘어가는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선거법 개정에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제 머리 못 깎는 정치권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 그리고 다음 세대가 보여주는 희망의 몸짓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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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9|그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에는 지역기반 정당은 없고 정강정책으로 대결하는 정당만 있기를 바란다. 이슈가 없어 더욱 지역감정이 기승을 부리는 이번 총선에 절망하지 않고 주민등록을 옮겨서 투표에 참여하자는 대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역감정에 대응하는 우리의 방법도 지역감정이라는 그 자체가 아니라 지역감정이 아예 없는 젊은이들을 동참시키는 쪽으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매번 치러지는 선거가 정치혐오의 증폭장치가 아니라 생활 정치의 축제마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신세대와 함께 이루는 유권자 혁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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