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역사의 길목에 선 우리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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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가 지금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어수선하다. 정권 치원에서 지난 한두 달 KBS를 집중적으로 흔들더니 지난주부터는 MBC를, 그리고 이제는 지상파 전체를 흔들고 있는 양상이다. KBS 정연주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감사원 특별 감사, 국세청 세무조사, 검찰 수사 등을 총동원하더니 MBC <PD수첩>을 공격하기 위해 역시 검찰을 동원하고 방통심의위원회까지 활용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시절 국면전환용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던 연예 PD 금품 수수 의혹 수사까지 진행 중이다. 어제 신문들은 일제히 지상파방송 3사 연예 PD 수십 명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방송인들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정권 차원의 밀어붙이기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정권은 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정권의 위기를 방송 탓으로 돌리며 조중동과 코드를 맞춘 언론 플레이를 통해 <PD수첩> 죽이기에 사활을 걸 것이다. 동시에 KBS 특감 결과와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그리고 연예 PD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상파 방송사들 특히 KBS를 방만하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여론몰이 할 것이다. 방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둘러대면서. 

방송계가 지나 87년 민주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서 까딱하면 방송계가 그리고 공영방송 중심의 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방송인들, 특히 PD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침착하면서도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어제만 해도 오후 2시 그 뙤약볕 속에서도 600여명의 방송인, 언론 노동자들이 검찰청 앞에서 정치 검찰을 규탄했다. 같은 시각 프레스센터 19층 외신기자클럽에서는 ‘PD수첩 검찰수사,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통해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냉정하게 짚어내고 헌법에 보장된 언론자유의 의미를 되짚어 보았다.

그리고 시민들과 누리꾼들이 정권의 노골적인 방송 장악 기도를 알아챘다. 그들은 정권의 방송 장악이 가져 올 가공할 결과를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공영방송을 지켜야 한다며 촛불을 들고 KBS로 MBC로 모여 들고 있다. 그들은 KBS 앞에서 거의 한 달이 되도록 밤마다 촛불을 밝히고 있다. 어제 밤에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MBC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었다. 

정권의 방송 장악은 뜻대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리한 기도는 반드시 역풍을 불러 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가장 무서운 적은 우리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위기에 무감각하거나 아니면 정권의 폭압과 회유 앞에서 겁을 먹거나 심지어 야합해 버린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 있다. 내부가 분열되면 정권은 약한 고리를 치며 방송 장악에 한 걸음 다가 설 것이다. 하지만 우리 방송인들이, 특히 PD들이 굳건하게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으면 분명 희망이 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위기의 순간, 이 역사의 길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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