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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프로그램 등급제가 다가오고 있다등급제 실시 여건 미숙…대비책 마련은 PD 등 방송현업인 몫
  • 승인 2000.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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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방송사는 방송프로그램의 등급을 분류하고 이를 방송중에 표시해야 하며(제33조 3항), 방송위원회는 방송프로그램 등급분류와 관련하여 분류기준 등 필요한 사항을 위원회규칙으로 정해 공표해야 한다(제33조 4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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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현재 방송위원회가 마련한 방송법시행규칙제정안에는 등급제와 관련한 규정이 빠져 있으며, 방송위원회는 등급기준을 마련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등급제 시행을 유보하되 현재 지상파방송과 종합유선방송에 대해서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유해매체물표시를 등급제의 실시로 갈음한다는 공고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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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등급제 실시와 관련해 kbs 심의평가실 민영목 pd가 등급제에 대한 일선 pd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비책 마련을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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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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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5년여에 이르는 지루한 줄다리기와 우여곡절 끝에 통합방송법과 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방송법시행령이 제정돼 효력을 발생함에 따라 우리 방송계는 새로운 방송환경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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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시청자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고, 방송사 자율통제권을 인정하는 대신 철저한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의 새 방송법은 방송제작자들에게는 여러 형태의 새로운 굴레들을 만들어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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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이 중 하나로 "방송 프로그램 등급제" 실시를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이 제도 실시가 초래할 실체적인 제약들에 대해 방송 현업 pd들이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대비책 마련도 미흡해 주의환기와 공동대처 촉구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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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0|등급제 실시의 배경과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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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5|그간 프로그램 등급제는 방송법에 근거를 두지 못한 채 1997년 7월에 제정된 "청소년보호법"에 근거해 일부 영화 프로그램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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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청소년보호법" 제9조는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각 심의기관은 청소년 유해물의 심의·의결시에 청소년 유해물로 심의·결정하지 아니한 매체물에 대해서는 청소년 유해의 정도, 이용청소년의 연령, 해당 매체물의 특성, 이용시간과 장소 등을 감안해 필요한 경우에 해당 매체물의 등급을 구분할 수 있고, 청소년위원회는 각 심의기관이 해당 매체물에 대한 청소년 유해 여부의 심의·결정시 등급 구분을 요청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 두고 있다. 그렇지만 이 조항은 방송법이 아닌데다 강제조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제 방송 프로그램에서 구속력이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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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9|그러나 새 방송법은 제33조에서 "방송사업자는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하여 방송 프로그램의 폭력성 및 음란성의 유해정도, 시청자의 연령 등을 감안하여 방송 프로그램의 등급을 분류하고 이를 방송 중에 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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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1|"∼할 수 있다"가 아니고, "∼하여야 한다"라고 명문화한 것이다. 선택조항이나 임의조항이 아니라, 강제조항이며 의무조항이다. 뿐만 아니라, 새 방송법 제108조는 "제33조 규정을 위반하여 방송 프로그램의 등급을 표시하지 아니한 자는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명문화했다. 이제 프로그램 등급제 실시는 시간이 문제일 뿐 피해갈 수 없는 굴레로 그 실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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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등급제 실시주체·범위·기준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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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1|우선 등급을 누가 매길 것인지가 문제이다. 새로운 방송위원회는 새 방송법에 따라 방송광고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의 사전심의 기능을 방송사로 이관했기 때문에 등급제의 주체는 결국 방송사의 몫이다. 그렇다면 방송사에서는 누가 등급을 매길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되는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가 현실적인 과제로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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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3|등급의 범위는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이다. 관련법규들이 청소년을 기존 18살 이하에서 19살 이하로 통일시켰는데, 등급제 실시시 19살 이하의 등급을 몇 등급으로 나눌 것인가가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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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5|현행 논의 단계에서는 7살 미만 시청가능, 12살 이하 시청 가능, 15살 이하 시청 가능, 19살 이하 시청가능, 성인용, 방송불가 등 5∼6 개 등급이 거론되고 있는데 과연 이런 세분화된 등급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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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7|또 어떤 프로그램을 등급제의 대상으로 삼을지 역시 문제이다. 현재 논의 선상에서는 등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프로그램은 순수 뉴스와 스포츠 프로그램, 자연 다큐멘터리 또는 과학 다큐멘터리 정도로 한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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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9|실제로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등급제 실시의 대상이 된다는 결론이다. 또 프로그램 등급제는 시간 등급제를 택할 수밖에 없을텐데, 옛 방송법에서는 "가족시청시간대"를 오후 7시부터 밤 10시까지로 규정했으나, 새로운 방송법 시행령에서는 이를 "주시청시간대"라고 명칭을 바꿔 평일은 오후 7시부터 밤 11시까지로, 토·일·공휴일은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로 적용시간을 확대했다. 밤 11시 이전에는 청소년에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등급의 프로그램의 편성 진입이 금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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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1|가장 큰 문제는 등급의 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등급제 실시 주장은 일부 시민단체와 학자들간에 제기된 후 확산되어 마침내 이번 방송법 개정에 명문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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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3|따라서 등급제 실시에 있어 기준 설정은 방송제작자 입장보다는 시청자 입장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고 기존 연구준비 역시 이런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일선 pd들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개입하지 않으면, 현실적인 제작여건에 대한 감안보다는 청소년 시청자 보호라는 이상적 논리에 충실함으로써 일선 제작 현업들의 의견이 배제될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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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5|등급 기준의 세분화로 인해 제작에서의 제한적 상황도 큰 문제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묘사는 전체적 맥락에서 보다 신(scene)이나 컷(cut)위주로 등급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어 제작에서 큰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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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7|예를 들어 기존 논의되고 있는 기준들을 적용할 경우 특정 드라마에서 강간당하는 장면이 스토리 연결상 꼭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런 장면은 실제로 방송불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커서 묘사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럴 경우 해당 프로그램의 흡인력이나 소구력 면에서는 현저한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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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2|등급제 실시에 따른 여건의 미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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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7|기본적으로 프로그램 등급제가 완벽하게 실시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사전전작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특히 시리즈물은 최악의 경우 연속되는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사전전작제가 선결되지 않은 채 편당 내용이나 컷에 대한 등급 기준을 적용하면 같은 프로그램이 등급이 다른 시간에 편성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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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9| 이런 주변 여건의 성숙 전에 원칙론에 입각한 이론적 측면에서 이 제도의 실시가 강행될 경우 파생될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1997년 프로그램 등급제가 채택될 때까지 30년간에 걸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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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4|등급제 실시가 초래할 금단의 열매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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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9|텔레비전 프로그램 등급제가 실시돼 청소년들의 시청을 제한한다는 표시나 문구가 나올 경우 호기심으로 오히려 더욱 시청을 유도하는 현상인, 소위 "금단의 열매 효과(forbidden fruit effect)"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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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1|특히 부모가 집에 없는 가운데 청소년 혼자 텔레비전을 시청할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결국 프로그램 사전 등급 표시가 청소년들에게 "금단의 열매효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썩은 과일 효과(train fruit effect)를 가져올지 검증된 바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또 부모와 함께 시청할 때 "학부모들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삽입된다 하더라도 이를 적절히 지도할 수 있는 학부모들이 얼마나 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고작 "들어가 공부나 하라"고 호통 치는 수준이 아닐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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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3|결론적으로 프로그램 등급제 실시는 아직도 제작자나 수용자 입장에서 모두 분위기나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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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8|등급제 실시를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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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3|프로그램 등급제 실시는 이제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며, 그 실시가 눈앞에 다가와 있는 현안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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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5|이를 위해서는 먼저, 등급제 실시 이전에 방송 현업 제작자들 나름대로 대안을 마련해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를 반영토록 노력해야 한다. 등급을 매기는 주체에 대한 의견제시는 물론, 등급이 지나치게 세분화되는 데 대한 문제점들을 거론해야 한다. 특히 등급 기준 설정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등급 기준 적용이 프로그램 전체의 맥락에서 이해되지 않고 신(scene)이나 컷(cut) 단위로 이뤄져 프로그램 제작에 제약을 가져올 문제점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이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 사전전작제가 아직 정착되지 못한 방송환경에서 등급제가 실시되는데 따른 문제점에 대한 이해도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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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7|중요한 것은 이런 제반 문제들이 pd 개개인의 관심 속에 논의돼야 하고, 여기서 논의된 사안들을 바탕으로 pd연합회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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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2|등급제 실시의 대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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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7|프로그램 등급제는 선진국에서 도입이 일반화된 제도이다. 그리고 방송 프로그램이 선정성이나 폭력성 등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지탄받아온 우리 방송 풍토에서 도입의 주장은 오히려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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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9|이런 분위기가 시청자의 권익 보호를 극대화하는데 주안점을 둔 방송법 개정에 반영돼 등급제 실시를 명문화한 것도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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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1|프로그램 등급제가 도입되게 된 데는 우리 방송의 양적 성장에 걸맞는 질적 성장을 꾀하지 못한 pd들에게 책임의 일부가 있음을 숨길 수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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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3|그러나 방송제작자들의 제작 여건이나 환경이 감안되지 않은 채 시청자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져 실시가 강행될 경우 이로 인해 빚어질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프로그램 등급제 실시는 우리가 앞서 겪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과제의 등장으로 하나의 비상발령(非常發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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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5|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프로그램 등급제의 주체이자 이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에 대한 궁극적 책임자인 일선 프로듀서들은 이 제도 실시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pd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변화에는 민감하지만, 좀더 큰 방송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둔감한 속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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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7|그러나 프로그램 등급제는 바로 자신의 프로그램들에 대해 등급을 매겨야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pd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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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9|남의 일이 아닌 자신들의 문제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각 방송사나 pd연합회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통일된 목소리를 마련해야 한다. 이 문제는 지금 당장 시작해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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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1|프로그램 등급제 실시 대비책은 pd 개인은 물론 pd연합회 차원에서도 서둘러야 할 현안이다. 어떤 제도의 실시이든 도입 전에 내는 목소리는 제안이나 건의로 반영되지만, 도입 이후에 투덜대는 목소리는 푸념이나 불평에 불구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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