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KBS 정연주 몰아내기'만 남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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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KBS 정연주 몰아내기'만 남은 건가?
[주장] '방송장악 시나리오' 현실이 아니길 바란다
  • 오마이뉴스 김갑수 기자
  • 승인 2008.07.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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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앞 촛불시위 ⓒ오마이뉴스 유성호
KBS를 '정부 산하기관'이라고 규정한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발언이 소개되면서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해임을 통한 '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현실로 가시화 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친형의 친구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했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반대 여론이 높았고 국회 청문회에서도 그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은 끝내 임명을 강행했다. 이후 최시중 위원장은 야당과 누리꾼들의 탄핵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최시중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작업(?)에 나선 것은 탄핵 여론이 어느 정도 잠잠해진 지난 5월 12일인 듯하다. <PD저널> 보도에 의하면, 최 위원장은 5월 12일 오후 김금수 KBS 이사장을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파문과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방송 때문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조기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연주 사장 때문"이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PD저널>은 다음 날인 5월 13일, KBS 이사회가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현안 간담회'라는 명목의 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신태섭 이사와 박만 이사를 제외한 9명의 이사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 중 친한나라당 성향의 일부 이사들이 적자경영 책임 등을 이유로 '정연주 사장 사퇴권고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이사들은 '사장 사퇴권고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이사회의 권한이 아님을 들어 반대했다.

현행 방송법에 의하면 KBS 이사회에는 사장의 임명 제청권은 있되 면직에 대한 권한은 없다. 물론 이것은 기관장들의 임기를 보장해 주는 상위법의 취지에 따르기 위한 규정이다(공교롭게도 공공기관장 임기보장법은 한나라당의 발의로 제정된 것이다). 사퇴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던 이사들은 실정법을 무시하더라도 정 사장을 축출하겠다는 저의를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신태섭 KBS이사 몰아내기 전방위 압박

그리고 그들은 정연주 KBS사장 사퇴를 반대하는 신태섭 동의대 교수에게 KBS 이사직을 사퇴하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신태섭 교수가 <언론학회>에 낸 소명 자료와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보면 그가 학교 측으로부터 집요하게 KBS 이사직 사퇴를 종용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신 교수가 KBS 이사를 계속하면 학교가 어렵다. 언론과 노조, 정치권, 교육부에서 학교에 신 교수를 징계하라는 압박이 심하다. 학교에 불이익이 오지 않도록, 신 교수에게 불행한 사태가 오지 않도록 하려면 당신이 KBS 이사를 사퇴하는 수밖에 없다."(3월, 이하 동의대 총장)

"학교 교수냐 KBS 이사냐 한쪽을 선택하라"(4월 17일)

"KBS 이사 사퇴하지 않으면 당신은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다. 사퇴 안 하면 교육부 추가 감사 들어온다. 감사 들어오면 학교가 견딜 수 없다."(4월 29일)

"당신을 징계할 모든 준비가 완료돼 있다. 사퇴할지 안 할지 즉시 답해라. 교육부에서 상임이사를 불렀다. 교육부보다 윗선에 당신 문제를 답해줘야 한다. 이건 최후통첩이다."(5월 7일)

"시간이 없다. 사퇴 거부로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을 지시했다."(5월 13일)

한편, 5월 14일에는 KBS 정연주 사장이 배임혐의로 고발됐다. KBS가 국세청과의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인 것을 두고, 소송을 계속했더라면 더 많은 법인세를 되돌려 받을 수가 있었는데 소송을 포기했으니 그것이 배임이라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한 달 후인 6월 17일과 6월 20일에 정연주 사장에게 1,2차 검찰 출석요구서가 발부됐다. 그리고 6월 23일에는 신태섭 교수에게 교수 해임 통보가 전해졌다. 동의대 측은 신 교수가 '총장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KBS 이사로 활동한 점', '총장의 승인 없이 이사회 참석을 위해 출장 간 점' 그리고 'KBS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수업을 소홀히 한 점' 등을 해임 사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이사로 임명되었을 때 겸직 규정에 따라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KBS가 영리 목적의 사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1년마다 제출하는 교육업적보고에서 KBS 이사직 수행 내용도 점수로 인정받았는데 이제 와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동의대 학생회 측 역시 "신 교수는 3시간 연강 강의도 시간을 꽉 채웠고 휴강에도 빼먹지 않고 꼭 보강을 했다"고 말해 학교의 주장을 반박했다.

7월 들어 정연주 사장에 대한 3,4차 검찰 출석요구서가 계속 추가로 발부됐다. 그리고 7월 4일에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나섰다 그는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에게 KBS 사장 임명권은 물론 해임권도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맞지 않는 내용이다. KBS 사장은 여야 추천으로 임명된 KBS 이사회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임기제를 보장하는 취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초법적인 발언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한나라당 폴리페서 강성철, 새 이사로 추천

그러던 7월 1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회의에서 기습적으로 긴급 안건을 상정하여 신태섭 KBS 이사가 이사 자격을 상실했음을 확인하고 강성철 부산대 교수를 보궐 이사로 추천했다. "신 이사가 학교에서 해임되어 공무원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으니 규정대로 이사직도 자동적으로 자격 상실된다는 것"이 방통위의 주장이다.

그러나 현행 방송법에는 방통위의 이사 추천 권한만 명시되어 있을 뿐 해임에 관한 권한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것 역시 이사들의 임기를 보장하려는 취지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방송법 46조에는 대통령에게도 이사의 임명권만 있으며 면직 권한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새 이사로 추천된 강성철 부산대 교수의 경력도 문제가 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에 따르면 강성철 부산대 교수는 2006년 지자체 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심사 부위원장을 맡았으며 2007년에는 박근혜 선대본부 정책자문단장직을 역임했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문화일보> 2008년 2월 5일자에 따르면 그는 총선 때 한나라당 부산 금정구 공천을 희망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강성철 교수는 전형적인 폴리페서에 해당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례적으로 KBS 9시 뉴스 프로그램을 징계 조치했다. 그리고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KBS 사장 자리에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는 인사가 재신임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연주 사장은 도의적으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이제까지 장기간 집요하게 지속되어 온 'KBS 정연주 사장 몰아내기'의 주체가 어느 선까지 올라가야 하는지를 짐작해 볼 수가 있다. 여기에는 국세청, 검찰, 문화체육관광부, 청와대 수석,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모두 망라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정권 차원에서 집요하게 추진되고 있는 '방송장악 공작'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언론 공작이란 군부 독재 시절이나 있었던 일이다. 민주화된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는 볼 수 없는 행태다. 이명박 대통령을 뽑아준 유권자들이 이렇게 집요하고도 부도덕하게 언론 공작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이제 곧 KBS 이사회가 소집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정연주 사장 사퇴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를 근거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정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어 KBS 새 사장이 선임될 것이다. 이 모든 예상이 빗나가길 바랄 뿐이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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