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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문화마인드와 "여성"

|contsmark0|국내 모 일간지 광고 중 "코스닥이 뭐예요" 라는 멘트가 유행어가 되고 있는가 보다. 그 신문이 어려운 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 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주부들이 경제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을 상정한 것인데, 예의 그 신문을 읽고 유식해진 젊은 주부가 주식투자 전략이니, 코스닥이니 하는 전문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줏어 넘기는 것을 듣고 있던 한 아줌마가 무식이 탄로날까봐 옆 사람에게 "코스닥이 뭐예요?" 라고 속삭여 묻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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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다분히 여성 비하적이고 모욕적인 광고가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여성들 사이에서 말이다. 기실 남자들은 이 말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뿐더러, 설사 재밌다고 생각하더라도 이런 농담을 여자들 앞에서 했다가는 한 대 맞기 십상인데, 자기들끼리 "코스닥이 뭐예요" 하며 키득거리는 여자들을 벌써 여럿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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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여성들 사이에서 이 말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두 말할 나위없이 이 말이 그들 사이에서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아직은 아가씨인 그들은, 언젠가는 자신들도 이 사회의 "제3의 성" 이라는 아줌마가 될 수 있다는 운명을 떠올리며 받는 어쩔수 없는 스트레스를 그렇게 해소하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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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예전보다 상황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성들은 아직도 분명 이 사회의 문화적 소외 집단이다. 특히 복잡한 "기계"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그들은 운전도 잘 못하고, 경제도 잘 모르며, 컴퓨터도 잘 모른다. 알아도 남자들이 아이들이 다 알고난 맨 마지막에 알기 시작한다. 운전이 그렇고, 핸드폰이 그렇고, 컴퓨터도 그렇다. 그래서 툭하면 무시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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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그러나 정확히 말한다면 여자들이 이런 기계류를 잘 다루지 못하는 것은 단지 그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일 뿐이다. 아침에 남편이 직장으로 차 몰고 나가 버리고, 방 안에 있는 컴퓨터는 만졌다간 아이에게 핀잔이나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주부들에게 돌아 오는 것은 tv이거나 백화점 쇼핑몰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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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하지만 상황은 변하고 있다. "아줌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줌마들이 늘고 있는데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성, 아줌마는 시장의 궁극적인 종착점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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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몇년 전 핸드폰이 이 사회에 퍼졌던 양상을 돌이켜 보자. 핸드폰은 처음 비즈니스맨들의 전유물이었다. 간혹 강남의 여자들이 핸드폰을 들고 다녔지만, 손가락질이나 받았다. 그러나 불과 얼마 후 핸드폰은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 상징 단계를 넘어, 결국 아줌마 단계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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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아줌마들이 통화료를 많이 낸다는 뜻이 아니다. 아줌마까지 핸드폰을 갖게 된 그 상황이 이동전화 시장의 포화를 가리키는 바로미터였고, 이동전화의 개념이 결국 이동하는 사람이 언제 어디서도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갖는 것이라면 바로 아줌마 단계에서 그 존재 의미를 완전히 실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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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은 전 세계 어디서나 사람들이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어떤 형태의 데이터이든지 서로 주고 받자는 것이 이상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그 사람들은 지금까지는 학생 또는 연구자이거나 비즈니스맨이거나 직장인이었다. 바로 그 인터넷에 드디어 주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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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얼마 전 "선영아 사랑해"라는 뜬금없는 현수막 광고로 화제가 되었던 기업이 있었다. 도대체 그게 뭘까? 놀랍게도 며칠 후 밝혀진 정체는 새로운 여성 포털 서비스였다. 마이클럽닷컴(http://www.miclub.com)이라는 그 회사의 대상은 바로 여자였다. 뿐만 아니다. 서울 테헤란로 곳곳에서 새로 준비되고 있는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의 상당수가 여자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어린이도 결국은 주부 시장이라고 본다면, 여성 대상 서비스 비율은 더 늘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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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정부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주부 인터넷 교실은 그래서 시의 적절하다. 정통부가 지난 지난 2월부터 전국 800여개 사설 학원의 협조를 받아 시작한 주부 인터넷 교실은 이미 전국에서 수십만명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고, 서울시가 5~6월 관내 게임방을 이용해 시행하게 될 주부 인터넷 교실도 인기 폭발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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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문제는 이들에게 가르칠 내용과 교수 인력이다. 우리나라 컴퓨터 학원은 몇몇 대형 학원을 제외하면 대단히 영세하다. 또 대형 학원이라고 해도 강사들의 이직이 매우 잦아 노련한 강사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들다. 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학원에서 주는 것은 단지 물고기일 뿐, 고기 잡는 방법이 아니다. "여기 눌러 보세요, 그럼 이렇게 됩니다"가 거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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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정보통신 교육에 있어 중요한 것은 컴퓨터나 인터넷을 다루는 기법이 아니다. 정말 가르치고 전파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수용하는 마인드다. 드디어 여성이 인터넷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은 이 시장이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상당한 수준까지 팽창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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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9|그렇다면 이젠 디지털 문화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여성과 그리고 그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우리 2세를 위해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가꿔 나갈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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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2|※ 본 시평의 의견은 pd연합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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