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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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희 ⓒ미디어오늘
‘법의 법’ 헌법의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어서 그 2항은 못 박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많은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민국’이라는 말 자체가 ‘민주공화국’을 줄인 말인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많은 국민이 굳이 언급하지 않을 뿐, 의심의 여지없는 ‘침묵의 합의’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민국’이라는 말은 오랜 내력이 있는 어휘다. 예를 들어 조선왕조의 인조(仁祖) 20년(1643년) 정언(定言) 하진(河溍)은 이렇게 상소했다.

“가렴주구(苛斂誅求)하는 자는 나라에 충성한다 하고, 사랑으로 돌보는 자는 백성과 한 패거리라고 말하여 ‘백성과 나라(민국·民國)’을 갈라 둘로 만들었습니다. 나라와 백성은 털과 가죽의 관계이온데 가죽이 없으면 털은 어디에 붙어 있겠습니까. (김백철 씨·서울대 강사).

왕은 하늘이 내린 절대권력이라고 믿었던 왕조시대에도 ‘백성과 나라’는 한 몸이요, ‘가죽과 털’의 관계라고 해서 권력보다 백성을 앞세워 ‘민국(民國)’이라고 했다. 그것이 우리의 오랜 전통이었다. 또 21세기인 지금도 ‘대한민국’이라고 자칭하는 연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이어져 온 메가톤급 촛불집회와 경찰의 폭력적 진압작전에 직면해서 우리는 또 다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군사독재정권처럼 군림

이 위기는 그동안 동아시아 민주화의 선봉에 서온 이 나라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민주주의가 이명박 정권의 쿠데타식 쇠고기 시장개방으로 모욕당하자 주권자의 분노가 폭발함으로써 촉발된 것이었다.

지난 9일로 100번째(한겨레) 서울시청 광장이나 청계천 광장을 달구고 있는 촛불의 함성은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군사독재에 저항했던 기억을 재연하는 듯 했다.

민주주의의 복원을 확신하는 촛불의 함성과 진압경찰의 폭력은 촛불의 승리를 담보한느 것이었다.

예를 들어 땅바닥에 쓰러진 한 여성을 군홧발로 잔인하게 발길질하는 경찰의 폭행은 촛불집회 진압작전이 결국 실패할 것임을 예감케 했다.

그러나 정작 중심쟁점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 논쟁은 수수께끼 문답같은 지루한 논쟁으로 승패를 가릴 수 없는 혼란상태가 됐다.

물론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전염원이 될 수 있다는 개연성은 놀랄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오늘날 시장개방은 가장 민감한 정치적 쟁점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쇠고기파동의 핵심, 그에 이은 촛불의 핵심은 이명박 정권이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묻지도 않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쇠고기 시장을 개방·헌납했다는 사실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봄 “공직자는 국민의 머슴”이라고 훈계했었다. 그러나 그 자신은 군사독재의 권력자처럼 국민을 호령하고 있다. 또 그 옛날 황제처럼 군림하고 있다.

‘언론의 독립’ 지켜내야

여론을 과점지배함으로써 자신을 대통령의 자리에 밀어 올린 언론권력의 힘을 믿는 게 아니라면, 군사독재 시대를 연상케 하도록 행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뜻밖에도 어느날 갑자기 천하를 뒤흔든 촛불의 함성은 과점언론권력에 저항하는 ‘인터넷의 반란’이었다.

이에 앞서 이승만 정부도, 박정희·전두환도 “독재 타도”를 외치는 국민의 요구를 총·칼로 누르지는 못했다는 이 나라 민주화의 역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여론을 과점지배하는 언론권력의 등에 업혀 아직도 ‘언론장악=권력장악’이라는 군사독재시대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촛불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사복경찰들이 투입된 가운데 한국방송(KBS)의 이사회가 법정 임기가 남아 있는 정연주 사장 해임 결의를 요구한 감사원이나, 그에 따라 해임 제청을 결의한 KBS 이사회나 모두 그 법적 근거가 없다.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KBS 사장을 해임할 권한도 없다.(한겨레 8일자 3면)

쿠데타군처럼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정치권력에 맞서 이 나라의 언론 구성원들이 KBS의 독립·중립성을 지켜내고, 그래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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