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우리 동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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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우리 동네 이야기
  • 남내원 EBS〈다큐프라임〉PD
  • 승인 2008.08.13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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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50명 정도가 모여 사는 자그마한 마을입니다. 시골 마을이 다 그렇듯 얼마 안 되는 논밭을 일구고, 소 몇 마리를 키우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마을이지요. 이런 우리 동네가 최근 그야말로 활기에 넘칩니다. 마을의 터줏대감인 서생원이 새로운 이장으로 선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동네 같은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3대째 생원벼슬이면 나라님도 부럽지 않을 일이니까요.

서 씨는 이장이 되자마자 먼저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습니다. 올해 벼 수확이 풍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확철의 최대 적, 참새를 없애는 일이 급선무였습니다. 서 씨는 전깃줄 위의 참새를 없애기 위해 전봇대를 뽑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 마을의 숙원사업이었죠.

그리고 풍년을 위한 2단계 구상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항상 우리 동네의 손발이 되어주는 재주꾼 어순경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죠. 사실 장마철마다 우리 동네의 논밭은 물난리를 겪곤 했습니다. 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이번에도 역시 어순경의 재주는 빛났습니다. 물이 넘치는 마을 길목을 커다란 컨테이너로 막아버렸습니다. 아무것도 지나갈 수 없게 말이죠.

지난 10년간 마을 사람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었습니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저녁이면 촛불을 들고 마을회관에 모였던 마을 사람들은 며칠 전 마을잔치를 열어 어순경에게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아직 우리 동네는 훈훈한 인심이 살아있는 정겨운 곳이랍니다.

물난리라는 큰 근심을 덜어버린 우리 마을은 며칠 전부터 대청소가 한창입니다. 서 씨는 평소 형님처럼 존경해왔던 최 씨를 마을 대청소의 책임자로 임명했습니다. 사실 최 씨는 평소 마을 일이라면 자기 일처럼 앞장서 처리해왔기에 누가 봐도 이런 일에는 적임자였죠.

아직 가을이 오지도 않았지만 요즘 우리 마을 곳곳에서 뭔가를 쓸어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서로 손발을 맞춰 너무나 열심입니다. 쓸어낸 자리는 어느새 쓸어 담는 소리로 채워집니다. 재주꾼 어순경은 어디서 구해왔는지 대형 살수차를 동원해 마을 곳곳을 시원한 물길로 깨끗하게 청소해주었습니다. 정말 눈 깜짝할 정도로 순식간에 우리 동네는 깨끗하게 청소를 끝냈습니다.

하지만 오늘 대청소를 끝내는 와중에 조그마한 소란이 있었습니다. 마을 회관에서 일하고 있는 정씨를 둘러싼 일이었죠. 청소 책임자인 최 씨가 보기에 정 씨는 마을 방송을 핑계로 청소에도 잘 나오지 않고, 매일 아침 청소에 나오라는 방송도 성의가 없어 보인 거죠. 서 씨도 평소 시시콜콜 따지고 드는 무뚝뚝한 정씨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드랬죠. 더군다나 별 하는 일 없이 마을 회관 운영비만 타가는 정씨가 이장인 서 씨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구요.

▲ 남내원 EBS〈다큐프라임〉PD

하지만 별 문제 없이 원만하게 해결되었답니다. 우리 동네의 발전을 위해서라는데 어느 누가 반대를 하겠습니까? 마침 대청소를 끝낸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이웃 마을과의 친선 체육대회로 정신이 없었지요.
서생원이 이장이 되고 나서 우리 동네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올 벼농사는 10년 만에 풍작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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