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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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남의 일이 아니다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 승인 2008.08.20 15: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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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나는 집안행사 때문에 휴가를 냈다. 오랜만에 모든 미디어를 접하지 않는 연휴를 보냈다. 그런데 오늘(19일) 조선일보 사설은 자칫 내가 놓칠 뻔했던 좋은 방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열띤 홍보까지 해주었다. 조선일보가 ‘KBS, 이탈리아 보고 뱉은 침이 제 얼굴에 떨어지다’라는 선정적 제목을 달고 “쓰레기” 등의 막말에 가까운 비판을 가한 프로그램은 지난 17일(일)에 방송된 〈KBS 스페셜〉 ‘언론과 권력,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편이다.

<KBS 스페셜〉은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통해 부와 권력, 언론이 한 몸이 되었을 때 민주주의가 어떻게 유린되는지를 차분하게, 객관적으로 보여주었다. 방송 내용 전체가 유익했지만, 나는 먼저 베를루스코니가 어떻게 미디어를 이용해 집권에 성공했으며, 집권한 뒤에는 어떻게 방송을 장악하고 그 방송을 자신의 집권을 위해 이용했는지 정리한 부분을 보면서 정말로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꼈다.

언론을 장악한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왜곡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작된 이미지를 심어주는 모습은 20여 년 동안 조·중·동이 한 그것과 너무나도 비슷하며, 저급하고 말초적인 상업방송과 범죄사건 등의 연성보도로 뉴스를 채우면서 국민을 우민화시키고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수법도 5?6공 때 많이 봐왔던 행태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 것은 베를루스코니가 집권하자마자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우리의 ‘땡전뉴스’와 비슷한 ‘샌드위치 뉴스’가 등장했다는 점, 그 결과 공영방송이 국민의 공론장 역할을 전혀 해낼 수 되었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KBS 스페셜>은 우리와 상관없을 것 같았던 이탈리아의 현실을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짚어볼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신화’는 미디어 선거, 미디어 정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시대에 미디어의 공공성과 언론 독립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우리에게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민언련은 논평에서 이 방송을 이명박 정부 시대 온 국민의 ‘필수 시청 프로그램’의 하나로 시청자들에게 추천했다. 정말 <KBS스페셜>은 ‘민주화를 이뤘다’고 생각한 순간 민주주의의 후퇴를 목도하고 있는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면서도 시청자들이 알기 쉽게 만들어졌다는 귀중한 덕목까지 갖추었다.

방송 후반부에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의 기자는 한국에서 온 취재진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이런 상황은 피할 수가 없다. 규정과 법을 만들어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번 일어나면 손을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소중한 충고지만, 한편으로 법과 규정을 무시하고  초법적이고 위법적인 방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을 해임시키는 우리 정권의 행태가 더욱 암담하기만 하다.

RAI 〈24뉴스〉의 살바나 페페 앵커는 “확실히 고발 프로그램이 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RAI는 BBC가 아니다. 불행하게도 RAI는 BBC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MBC와 KBS라는 두 개의 공영방송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수준 높은 시사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KBS 스페셜〉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우리가 그것들을 잃으면 어떤 참담한 결과가 오는지를 간접 체험해보자.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

KBS 홈페이지에 접속하시고 VOD 재생을 하든, IPTV를 이용하든 다시보기의 방법을 얼마든지 있다. 좋은 시사프로그램은 좋은 방송사와 좋은 기자?PD가 만든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시청자들이 많이 봐주고 감동하고 격려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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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25 20:08:30
휴.... ㅠㅠ이렇게 시끄러운 것이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한 단계라고 믿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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