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지 소송사건으로 본 美 광고중단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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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업 영업활동 보다 소비자 언론행위 존중”

최근 한국에서 ‘광고중단운동’을 하던 사람들에게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회적 환경이 다르지만,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나 결과는 정반대여서 자세히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다.

일단, 미국 사례를 보자. 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미국의 토크쇼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거친 표현으로 청취자들을 모은다. 특히 청취율 1위에서 3위까지 독점하는 보수 쪽 프로그램들은 논리보다는 감정과 선동을 주 무기로 삼아 종종 설화에 휘말리곤 하는데, 그 중에도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마이클 새비지(Michael Savage)라는 보수인사가 진행하는 <새비지 네이션>(Savage Nation)이다. 미국 전역에 방송되어 천만 청취자를 자랑하는 새비지는 90년대 중반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시작한 직후부터 이민자들과 에이즈 관련 이슈들을 집중공략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안티’ 팬들도 많이 생겼다.

▲ 새비지 소송 사건을 다룬 AP통신의 보도

이런 충돌이 법정으로 간 첫 사례는 2003년에 일어나는데, MSNBC가 새비지에게 토크쇼를 맡기자 전미동성애자연합(Gay & Lesbian Alliance Against Defamation)는 광고중단운동을 시작한다. 이에 새비지의 프로그램 배급사인 ‘Talk Radio Network Inc.’는 이들의 행동이 자사에 재정적인 피해를 입혔다며 소송을 시작한다. 하지만 몇 개월 후 이 회사는 스스로 소송을 취하했다. 그리고 새비지도 얼마 후 방송 중에 전화를 건 청취자에게 “에이즈나 걸려서 죽어라”라는 막말을 한 후, MSNBC에서 하던 방송을 그만두게 되어 첫 번째 광고중단 운동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가 2003년 사건 이후, 최근에 다시 법정을 들락거리게 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지난 해 10월 새비지는 방송 중에 “이슬람교도들은 기독교인, 유태인, 그리고 이슬람을 싫어하는 모든 사람들의 피를 갈구”하고 있고, 코란은 “증오스런 책”이자 “굴종의 문서”라는 말을 한다. 이에 미국-이슬람 우호 위원회(Council on American-Islamic Relations, CAIR)를 비롯해 이 단체와 뜻을 같이한 종교단체들이 합세해 신범종교연합(New Interfaith Coalition)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새비지의 방송본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그의 방송에 광고를 하는 업체에 광고 중단 압력을 넣고, 편지쓰기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해 말 시작된 이 광고 중단 운동은 이 방송의 주요 광고주를 줄줄이 떨어져나가게 했고, 새비지 측에 백만 달러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 이에 새비지는 “이 단체들이 자신의 허락도 없이 프로그램 내용을 발췌해서 인터넷에 공개했다”며 저작권법 위반과 광고주 압력에 대한 공갈죄로 고소를 하였다. 하지만 새비지에게는 실망스럽게도 이 소송은 지방법원에서 패소를 하고 다시 연방법원에 항소를 하다가 이번 달에 소 취하를 결정하였다.

판결 내용을 보면, 재판부는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서 ‘방송 청취자는 누구나 방송 내용의 일부분을 발췌해서 토론이나 비판을 위해 사용할 수 있고, 이런 행동과 비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사용(fair use)’이라고 보면서 원고 패소를 결정했다. 그리고 편지쓰기 운동이나 인터넷 활동 역시 “공갈죄를 성립하기는 부족하다”며 다시 원고 패소를 결정했다.

간단히 이 사건을 한국과 비교를 하면, 한국에서는 형사소송이고, 미국에서는 민사소송이라는 점이다. 보수 매체를 지켜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선 한국의 검찰과 비교된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한국에서는 광고중단운동 자체가 문제가 되어서 검찰이 기소를 했지만, 미국에서는 그 운동은 언론 행위의 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1심 판사가 피고인 쪽의 주장에 동의하듯이 이는 어디까지나 언론의 자유, 미국에서는 수정헌법 1조에 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비지는 에이즈 관련 소송이나 올해 소송에서 광고 중단운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저작권법을 위주로 소송을 진행하다 패소를 했다.

광고중단운동도 언론 행위의 하나로 언론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에 보호를 받는다는 원칙을 확인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미국이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이런 소송에 대해서 사법부가 제동을 걸어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검찰의 편을 들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광고중단운동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는가에 있다.

미디어 수용자 측에서 본다면, 이 운동은 바람직한 수용자의 적극적 언론행위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미디어 기업 측에서 본다면, 자신의 영업행위에 대한 방해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검찰과 사법부가 ‘업무방해’라고 하는 것은 기업의 영업을 언론행위보다 우선에 놓는다는 것이다. 사회가 시민과 언론을 어떻게 보는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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