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TV 떠나는 시청자, 긴장하는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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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TV 떠나는 시청자, 긴장하는 방송사
PDA· P2P 미드 열풍까지… 시청률 ·광고수익까지 영향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 승인 2008.09.0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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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시청률 조사기관인 메디아트리(M?diam?trie)는 지난달 18일, “프랑스인들의 TV시청 시간이 줄고 있다”고 발표했다. 8월 11일에서 17일까지의 시청시간 조사결과 올해 전반기 동안 일일 평균 시청시간은 3시간 27분으로 올림픽 같은 대형 이슈가 없었던 2006년의 3시간 31분과 별 차이가 없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동안 공중파 방송들의 시청시간은 지난해의 2시간 58분에서 2시간 40분으로 18분이 줄어들어 이들 대형 방송사들을 긴장시켰다. 50세 이상의 경우 TV 시청 시간에 큰 변동이 없었으나 15세~24세인 청소년층의 시청시간이 21%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50세 이하 주부들의 시청률도 14%나 줄어들어 프로그램 편성과 광고배치 등에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을 내용별로 편집해 놓아 쉽게 원하는 영상자료를 찾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데일리모션’.

그러나 프랑스인들의 TV시청 시간 감소가 TV를 적게 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중파와는 별개로 인터넷을 통한 TV 프로그램의 시청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디아트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3~24세의 청소년 40%, 전연령층에서는 22.2%의 시청자가 인터넷이나 핸드폰 등을 통해 영상물에 접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시청에서도 TV보다는 인터넷과 PDA, 휴대폰 등을 통한 시청이 증가했다. 펜싱 사브르 경기의 경우 430만 명 가운데 34%의 시청자는 PDA를 통해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남자 핸드볼 팀의 결승 경기 역시 550만의 시청자 가운데 55%는 PDA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았다.

올림픽과 같은 특수한 이벤트 외에 주로 인터넷으로 전달되는 영상물은 한국과 같이 미국 드라마이다. P2P서비스를 통한 미국 드라마의 다운로드와 광고를 보며 드라마를 보는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인터넷을 통한 TV 프로그램 시청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미국 드라마 이외에도 뉴스 등 각종 정보 역시 인터넷을 거치고 있다. ‘데일리모션’(Dailymotion)이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을 내용별로 편집해 놓아 쉽게 원하는 영상자료를 찾을 수 있다. 
이런 경향에 영향을 받은 프랑스 방송사들도 드라마 다시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민영방송인 M6는 지난 3월부터 미국드라마인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 다시보기를 인터넷 상에서 제공해 한 달간 130만 명의 방문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대형 방송사로부터 ‘송출’된 공중파를 보는 기존 방식에도 변화를 가하고 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TNT) 시스템은 방송화면과 음향을 디지털화하여 압축한 뒤 가정의 TV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프랑스에서는 TV, 인터넷, 전화를 통합하는 개별 수상기를 통해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다. 결국 인터넷 선으로 TV를 보고 전화를 하는 셈이다.

TNT 방식은 기존 아날로그 송출방식에 비해 화면과 음향의 질이 개선되고, 케이블 방송처럼 수 백 개의 방송채널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VOD서비스도 함께 제공되고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 사업자들은 30유로(한화 4만 50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이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현재 전체 프랑스 가구의 14%가 이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08년 상반기 동안 TV 시청률 하락 속에서 TNT를 통한 TV시청은 전년도의 4.8%에서 10.2%로 대폭 상승한 것도 이 서비스의 인기를 보여준다.

이 서비스는 채널 정보를 통해 현재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가입자가 직접 볼 수 있도록 표시해 준다. 따라서 시청자는 인기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를 즉시 알아볼 수 있다. 시청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시청자 스스로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정치학 석사과정

시청시간과 시청방식은 특히 광고수익이 주된 수입원인 TF1이나 M6 등의 민영방송에게는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시청시간이 그나마 크게 하락하지 않았던 것도 베이징 올림픽 덕분이었던 것으로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별다른 이슈가 없는 하반기는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으기가 더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터넷과 PDA, 핸드폰으로 무장하고 실시간 시청률까지 알 수 있는 시청자를 앞에 두고 프랑스의 방송사들은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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