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모피아, ‘건설족’을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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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KBS 1TV '시사기획 쌈- MB정부 부동산정책 점검'

중국 출신의 캐나다 사업가인 이리유카바 최가 올해 4월에 발간한 <그림자 정부>라는 책에는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권력인 프리메이슨이 세계 경제사를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역사적인 정황과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IMF, 아시아의 경제 몰락, 석유 파동 등 세계가 숨겨진 거대 엘리트 집단의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한다.

여기서 언급한 음모론을 한국 사회에 적용시키면 어떻게 될까. 우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MB정부를 한번 보자. 출범 6개월이 지난 지금 각종 규제완화 정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그런 방향에 대해 숨기지 않는다. “부동산 규제정책을 대폭 완화하겠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한이 있더라도…” “재개발, 재건축을 좀 활성화 시켜야 되겠다”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 대통령이 <대통령과 대화>에서 밝힌 부동산 정책 인식이다.

초점은 이런 ‘규제완화’를 뼈대로 한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여부다. 여기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또한 관심거리다. 그리고 해마다 수십여 명에 이르는 건설관련 고위 관료들은 퇴직 후 어디로 가는 지 역시 주목해서 들여다봐야 할 점이다. 지난 16일에 방송한 KBS 1TV <시사기획 쌈> ‘MB정부 부동산정책 점검-건설족 전성시대 열리다’(연출 김태형·성재호 기자)편은 이런 궁금증을 탐사보도 기법으로 하나씩 풀어나갔다.
 
KBS 탐사보도팀은 우선 지난 2004년부터 4년 반 동안 건설협회와 주택협회, 건설산업연구원, 주택산업연구원 등 4곳에서 연구보고서나 토론회, 정책 건의 등의 형태를 통해 주장된 구체적인 부동산, 건설 정책들의 변경 요구들을 수집해 분석했다.

▲ KBS 1TV ‘시사기획 쌈’MB정부 부동산정책 점검 - ‘건설족 전성시대 열리다’편. 부동산 전문가로 소개되는 곽창석 대표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분양 강연회에 나서서 아파트 투자에 대해 적극 권장하고 있다. ⓒKBS

그 결과 참여정부 시절의 경우 195건의 업계 주장 가운데 28% 정도인 55건이 정부 정책에 일부나마 반영되거나 긍정적으로 검토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출범 6개월이 지난 현 정부의 경우 291건의 업계 주장 가운데 절반 가까운 48%인 140건이 정책에 일부나마 반영 또는 검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소형주택 의무비율, 분양권 전매제한,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고가주택 기준 상향 조정/ 임대주택 의무비율 등을 완화하거나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은 어떻게 반영됐을까.

부동산 전문가로 각종 신문·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는 부동산 정보업체의 임원들. 이들은 모델하우스에서 아파트 투자전망에 대해 건설회사측 입장에서 자세하게 브리핑을 한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정부정책 결정에 깊숙하게 개입돼 있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세제를 어떻게 바꿀지, 바꾼다면 어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부동산 정보업체 임원들이 조언을 했다는 것.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직전인 지난 1월 3일 기획재정부의 호출로부터 시작해 이들은 정부의 각종 비공식 회의에 불려가 자문을 했다.

이들은 비공식 회의에서 규제 완화, 세금 인하 등을 주장했으며, 정부는 이들의 주장을 시장 동향을 파악한다는 취지로 경청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신상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KBS 탐사보도팀의 정보공개요청을 거부했다.

▲ KBS 1TV ‘시사기획 쌈’MB정부 부동산정책 점검 - ‘건설족 전성시대 열리다’편. 국토해양부 출신 공무원들은 공직자 윤리법 위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관련업체로 재취업을 하고 있다. ⓒKBS

그렇다면 국토해양부 출신 퇴직자 재취업현황은 어떨까. 퇴직 공무원 82명중 재취업은 60명, 이 가운데 건설관련은 33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18명은 건설업체들의 각종 협회, 연구소 등에 취업했으며 14명은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았다. 2년 동안 공직자 윤리법에 의해 취업을 제한 받는다는 조항은 휴지조각처럼 버려졌다.

제작진은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그들의 폐쇄성과 그들만의 네트워크로 기획재정부 마피아, 즉 ‘모피아’라 불리는 것처럼 일부 건설관련 고위 공직자들은 퇴직 후 노골적으로 건설 패밀리에 가입한다”며 “이들은 공식적인 ‘건설족’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이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이런 상승에 편승해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집값 폭등에 내 집 마련 기회는 계속 멀어져 가지만 반대로 집값 상승 기대심리에 동반하게 되는 서민들. 거대 엘리트 집단의 시나리오에서 빠져나올 구멍은 정녕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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