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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프로그램]SBS 〈인터뷰게임〉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바로 사람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연인의 생각도 좀체 헤아릴 수가 없다. 그래서 부모는 계속해서 엇나가는 자식의 속내를 알고 싶고, 결혼을 앞둔 신랑신부는 상대방이 자신을 정말 사랑하는지 궁금해 한다.

이럴 때 내게 마이크와 함께 누군가를 인터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빼곡하게 적어놓은 질문들을 보면서 가슴 설레기도, 왠지 긴장되기도 하지 않을까. SBS 〈인터뷰게임〉(책임PD 신용환)은 이 같은 사람들의 심리를 바탕으로 한다. 시청자가 직접 파란 마이크를 들고 소중한 사람을 인터뷰하기 위해 나선다는 콘셉트의 〈인터뷰게임〉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난 6월 24일 첫 방송에선 연매출 120억 원의 음향기기 업체 회장이 회사를 물려줄 상대를 찾기 위해 인터뷰에 나섰다. 그의 두 아들과 어려운 시절 20년 넘게 동고동락하며 회사를 지켜준 2명의 직원, 전문 경영인이 후보자로서 인터뷰 대상이 됐다.

딸의 속내가 궁금한 어머니도 인터뷰를 시도했다. 20년간 딸에게 피아노를 시킨 어머니는 갑작스레 개그우먼이 되겠다며 집을 나간 딸로 인해 충격이 크다. 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어머니는 딸의 친구와 개그맨 김병만의 어머니 등 주변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가며 딸의 마음에 접근해 간다.

▲ SBS '인터뷰게임'의 진행자 염경환, 금보라, 김지석, 고준희(왼쪽부터) ⓒSBS
6년간 연애 끝에 결혼을 앞두고 9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결혼해도 좋을지를 확인하려는 23세 예비 신부는 신랑의 친구들을 인터뷰하면서 미처 몰랐던 과거의 모습과 이해하지 않으려 했던 지금의 그를 조금씩 받아들인다.

또 지난 16일엔 10년간 걸어온 무속인의 길을 계속 가야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무녀의 인터뷰가 방송돼 논란 속에 화제를 모았으며, 23일엔 위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10살 난 딸과의 인터뷰를 시도한 서른다섯 살 어머니의 사연이 전파를 타 눈물샘을 자극했다.

지금까지 총 11회가 방송된 〈인터뷰 게임〉의 다양한 사연들 중에서도 지난 4월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그룹 ‘거북이’의 리더 임성훈 씨 형의 인터뷰는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두드렸다. 임 씨의 형은 동생의 죽음의 이유를 알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던 도중 동생의 충격적인 사랑 이야기를 듣고, 연예인들의 화려한 삶 이면을 엿보게 된다.

이처럼 가족이나 연인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러 나선 주인공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얘기를 듣는 동안 인터뷰이는 물론 인터뷰어 자신에 대해서도 조금씩 이해를 해나간다. 마이크 앞에서 사람들은 의외로 솔직해지고, 때론 착해진다. 인터뷰는 두 주인공의 화해로 끝나기도 하지만,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끝을 맺기도 한다. 섣부른 화해보다 서로의 마음에 조금씩 다가선 인터뷰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까닭이다.

〈인터뷰 게임〉은 MC 김지석과 고준희, 패널 금보라와 염경환 등이 한 목소리로 “나 자신을 성숙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절대 없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프로그램이다. 금보라는 “제작비가 모자라면 내가 대서라도 제작을 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시청자들도 매회 방송이 끝난 후 “감동적인 프로그램”이라며 게시판에 소감을 올린다.

그러나 한자리수 시청률에, 올림픽 전후로 한 달간 결방될 정도로 편성이 안정적이지 않다. 또 일부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를 좀 더 배려해야 한다”는 요지의 조언도 내놓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인터뷰 게임〉이 시청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단단히 하면서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이야기들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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