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분데스리가 중계권 판매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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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독일연방독점관리청은 시청소비자의 보편적 접근권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프로축구협회(DFL)의 축구 분데스리가 중계권 판매사업계획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불허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결국 스포츠마케팅 대행사인 ‘시리우스 스포츠미디어’사와 DFL간의 중계권 판매계약이 무산되고 말았다.

현재 DFL은 수십억 유로 상당의 이번 사업제휴 계약이 좌초된 데 대한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항소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법적 소송 제기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점관리청이 불허판정과 함께 항소불가 사안이라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미하엘 마이어(Michael Meier) DFL 이사는 상급기관에 항소할 길조차 제약한 판정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독점관리청의 강한 의지가 보편적 접근권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DFL과 시리우스간의 사업제휴가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차기 분데스리가 중계권 매입 경쟁에서 유료채널 프레미어레(PREMIERE)의 독점적 지위 강화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DFL이 독점관리청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업계획과 아울러 다른 적절한 사업파트너를 확보하지 않는 한, 공영방송 ARD와 프레미어레가 중계권을 획득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귄터 슈트루베(Guenter Struve) ARD TV제작본부장은 최근 중계권 매입에서 결코 제외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독점관리청의 판정에는 분데스리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 밤 8시 이전에 Free-TV에서 방송되어야 하며 DFL이 이를 위반할 경우 DFL이 전권을 소유하고 있는 현행 마케팅방식마저 독점적 지배로 판단하여 금지시킬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무엇보다 프레미어레가 축구중계료 사업에서 철저하게 자사의 이익만을 위해 사업을 운용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프레미어레에는 차가운 미디어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루퍼트 머독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최근 프레미어레의 지분을 25.1%까지 소유하게 된 상태다.

더구나 독일시장에서 이미 여러 차례 기회를 모색하면서 ‘독일 장벽’을 넘으려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던 머독으로서는 이제 프레미어레 지분소유를 기반으로 독일매체시장에서 점차 탄력을 받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독일축구가 루퍼트 머독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독일 축구클럽 내부에서는 머지않아 ‘혈(血)의 시간’이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감이 감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 발전이 반드시 경제적인 측면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독일 축구산업은 매출액 규모에서 이웃국가인 영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예컨대 다국적 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 투시’(Deloitte & Touche)가 지난 여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분데스리가의 TV중계권료, 스폰서링, 기타수입 등을 모두 합한 총수입은 10억600만 유로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14억7000만 유로를 기록하고 있는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 자료는 이탈리아(10억 유로), 스페인(9억8000만 유로), 프랑스(8억3000만 유로) 순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축구산업규모를 집계하고 있다. 아울러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이웃국가들의 유명 축구클럽들은 상당수가 부채들 떠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수익분배 등 축구경영의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독일도 이와 유사한 축구경영모델을 모색해야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 베를린=서명준 통신원/ 베를린자유대 언론학 박사과정

최근 독일 축구산업은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정점으로 다시 하강세를 보이는 추세이고, 분데스리가 TV중계의 시청률이 예상치를 밑돌고 있으며 프레미어레의 가입자마저 꾸준히 감소하는 경향이어서 중계권사업을 포함한 독일 축구산업의 재편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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