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블로거들이 '사적영역'에 몰입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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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생활 침해, 언로의 부재가 낳은 사생아

우리 언론에서는 중국발 멜라민 파문이  ‘공포’로까지 한 확산됐지만 정작 중국 언론들은 그렇지가 않다. 북경에서 발간하는 대표적인 대중일간지 <경화시보>는 9월 26~28일 3일 동안 단 한 건의 멜라민 우유 관련 기사를 실었다. 타블로이드판으로 적지 않은 보도 내용에 멜라민 우유 관련 보도는 지난 26일자 13면에 실린, 그것도 이리 우유 생산 회사를 탐방하여 기사화한 ‘소비자들이여 안심하라’는 제목의 광고성(?) 보도였다. 물론 특정 신문의 일정한 기간 동안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중국의 언론보도 행태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표방 이후 각 부분에서 급격하게 기존 사회주의식 색채를 벗은 게 사실이지만 언론에 관한한 그들만의 언론 즉, “사람들에 대한 사상 개조사업의 무기, 사상을 발동하는 정치사업의 무기, 사상적 선전수단”으로의 원칙은 매우 공고하다. 중국의 언론 보도는 각 행정단위의 당위원회의 통제와 감독을 받는다. 주요한 사설의 발표는 중앙위원회의 의장이나 부의장의 사전 허가를 얻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멜라닌 우유 파동’같은 국내외적으로 파장이 큰 사안 역시 알게 모르게 검열과 통제를 거쳐 비로소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

중국지식인들 사이에서 자국의 언론보도 행태에 대한 내부적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신문법’이나 ‘출판법’같은 전문적인 법조차 없는 현실에 대한 논의가 적지 않다.

그런 가운데 최근 중국사회의 쟁점으로 떠오르는 게 ‘인물검색’(人肉搜索) 사이트의 도덕성 여부 부분이다. ‘인육수색’이란 중국어 표현이 다소 살벌하듯 출발은 그야말로 다양한 방법 및 경로를 통해 현대인들이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2007년에 발생해 최근까지 이슈가 되었던 ‘장옌(姜岩)사건’은 대표적인 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29일 장옌이라는 31살 여성이 24층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하면서 발단이 됐다. 외교대학을 나온 인텔리 여성인 그는 자살직전에 자신의 블로그에 남편에게 애인이 생겼고 그래서 세상을 떠난다는 문구를 남겼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일제히 그녀를 애도하면서 남편과 그 애인에 대한 공격(?)을 가해,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찾아내 공개했고, 두 사람을 직장에서 그만두게 하는 등 과도한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후 유사한 사건이 이어지면서 인물검색사이트의 적법성 및 도덕성에 대해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기까지는 한국의 ‘개똥녀 사건’ 등에서 나타난 인터넷 실명제 및 사이버공간의 예의문제와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남방주간> 9월4일자에 실린 칼럼은 한번쯤 눈여겨볼만한다. 칼럼에서 필자는 중국 개인 블로거의 폭발적인 힘은 인터넷문화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지만 중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라면 기존의 전통매체의 힘이 너무 미약한 나머지 기형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필자는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페이린에 관한 미국 네티즌들이 찾아낸 일련의 정보나 자료를 예를 들면서, 중국의 경우 공적인 영역에 대해선 전혀 ‘칼’을 들이댈 수 없는 한계로 인해 무수한 칼들이 개인의 사적인 영역으로 지나치게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즉 그나마 인터넷에서의 정보 공유와 공개의 긍정성이 공적영역에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다보니, 점점 더 부정성만 부각된다는 관점이다. 그런 점에서 ‘장옌사건’을 위시로 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극도의 사생할 침해 사건은 건강한 언로의 부재가 낳은 사생아이고, 향후 중국 언론의 발전을 논할 때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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