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에게 TV의 빛과 소리는 너무 자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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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22)

▲ 고승우 박사

아장아잘 걸음마를 시작한 아동의 눈에 TV의 영상물은 어떻게 비춰지며 어떤 심리적인 영향을 미칠까? 그것을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우나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아동들은 흔히 TV에서 방영되는 영상물을 바라볼 때 이해할 수 없는 물체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그리고 갖가지 소음들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받아드린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을 이해하려면 몇 살을 먹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점은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갓난 아이들은 흔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과 반응 등을 관찰하면서 그것을 흉내 내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생후 1년이 되면서 어린 아이는 주변 인물들의 감정적 행동을 보고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한다. 그런데 젖먹이 어린이들 주변에서 인간이 아닌 TV가 보호자 역할을 대신 할 경우 아아들은 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의 감각 기관이 TV의 빠른 영상변화 속도나 인간의 목소리와 다른 음향 효과 등을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TV는 아동에게 빛과 소리라는 두 가지 자극을 동시에,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이는 아이들이 소화해낼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자극이기 때문에 아이의 감각 기관은 혼란에 빠진다. 아아들이 TV 앞에 방치되거나 TV가 아이를 달래는 보모 역할을 할 경우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커지게 된다. TV가 어린이에게 부모나 주변의 보호자를 대신하는 것인데 이런 상황이 오래 방치될 수록 상황은 심각해진다. 어린 아동은 자신의 감각 기관이 허용하는만큼 주변의 자극을 받아드릴 뿐인데 TV의 자극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 어린이 TV시청을 경고한 유아정보 사이트 ⓒwww.stylebaby.com

이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TV나 컴퓨터 회사들은 걸음마를 힘겹게 하는 아이를 상품 광고에 등장시킨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이들 전자기기에 다가가는 모습을 제품 판매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광고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TV나 컴퓨터를 가까이 하도록방치해 정상적인 성장을 막는 부작용을 낳는다.

미국 소아과 의사협회(AAP)는 2살이하 어린이는 영상매체를 접하지 말도록 부모들에게 조언한다. 영상매체는 TV, DVD, 비디오테잎, 컴퓨터, 비디오 게임 등이 다 포함된다. 2살 이상 어린이도 취학전까지는 하루 1~2시간 이상 TV를 시청하지 말도록 AAP는 캠페인을 벌인다.

이는 우리나라 부모들이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충고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영상매체를 가지고 공부하거나 놀도록 하는 일이 너무 흔하다. 미국에서도 탁아소의 70%가 매일 TV를 아동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탁아소는 부모들이 안보는 상황에서는 아이를 달래는데 TV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들의 어린이 TV 시청에 대한 권유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선 생후 2년 동안에는 뇌의 성장, 발달에 너무 중요하다. TV 시청은 어린이의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것을 저해한다. 어린이가 TV를 보는 동안의 TV의 빛과 소리에 관심을 빼앗겨 버리는데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젖먹이나 취학전 아동들의 사물 지각 능력은 매우 느리기 때문에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거기에 맞게 아이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아이들에게 천천히 말해주고, 사물에 대한 이해력을 갖도록 참을성 있게 반복적으로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TV는 그런 기능이 없다. TV는 속도감있게 프로가 진행되면서 빛과 소리를 쏟아내고 이런 빠른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는 아이들은 심한 혼란에 빠지기 쉽다.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나 주변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재미있게 놀면서 사물을 탐구하고 배우는 친밀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TV를 과도하게 시청할 경우 아이들의 지적, 감정적 능력에 맞는 성장과정을 거치지 못한다.

▲ 어린이 TV시청 장면
물론 TV를 적절히 활용할 경우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글자를 깨우치고, 취학 아동들은 자연의 신비를 배우면서 TV 뉴스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게 된다. TV는 잘 활용하면 최상의 교육자나 오락제공자가 되지만 그것을 과도하게 시청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어린이가 하루 4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면 비만증에 걸리고, 폭력물을 지나치게 가까이 하면 아이들은 세상이 폭력에 가득차 있어서 자신이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갖는다. 또한 연속극등을 많이 보게 되면 남녀 불평등에 대한 고정관념에 빠지거나 인종적 편견등을 갖게될 우려가 크다.

TV가 지닌 밝고 어두움 때문에 TV 시청에 대한 권유나 충고도 다양하다. 교육용 TV는 많이 시청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TV 시청을 아예 금하자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또 부모가 항상 적절히 자녀의 TV 시청에 신경을 쓰면서 지도해야 한다는 중립적 입장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주장들 앞에서 부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결국 부모가 TV 프로 가운데 자녀에게 유익한 것을 골라 시청토록하거나 자녀의 TV 시청 시간이 과도하지 않게 하면서 자녀가 가능하면 TV 대신 친구와 어울리거나 운동, 독서를 하도록 충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동에게 TV는 인쇄물과 다른 점이 있다. 인쇄물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교육이나 경험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책이라 해도 그것을 해독치 못하면 계속 읽어나가기 어렵다. 내용이 파악이 되지 않으면 책을 손에서 놓게 된다. 그러나 TV는 설령 그 내용을 다 이해 하지 못하다 해도 지속적으로 시청할 수 있다. 소리와 영상을 귀와 눈으로 따라잡으면서 TV를 계속 켜놓게 된다. 아동들도 어른들의 정보에 쉽사리 접할 수 있다.

인식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아동의 TV시청에서는 내용을 오해하거나 착각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된다. 결국 아동들은 성인용 프로를 아동의 눈과 아동의 인식능력을 통해 해석하는 꼴이 된다. 나이가 매우 어린 아동은 나이가 든 아동보다 TV프로그램을 접할 때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 즉 제한된 경험과 인식능력을 가지고 TV속의 내용을 받아드리게 된다.

아이들이 TV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천천히 읽어주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서도 간접적으로 입증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줄줄 읽어주는 것은 해를 끼칠 수 있어 천천히 읽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TV 는 부모처럼 자상한 면이 없다는 것은 어린이에게 무척 괴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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