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은 있는데, ‘야심만만’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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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SBS 〈야심만만 예능선수촌〉

예능 프로그램도 이제 ‘브랜드’ 시대다. 크게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은 사라진 뒤에도 이름을 남긴다. KBS 〈해피투게더〉 시즌3과 〈상상플러스〉 시즌2가 그렇다. 이들 프로그램은 ‘원조’ 프로그램과 비슷한 콘셉트나 정서를 이어가면서 그 후광까지 적절히 입는다. 그런 점에서 SBS 〈야심만만 예능선수촌〉(연출 최영인·곽승영·조혜빈, 월 밤 오후 11시 5분, 이하 예능선수촌)이 〈야심만만〉 ‘시즌2’를 내걸고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2003년 2월 첫 등장한 〈야심만만〉은 앙케트쇼와 토크쇼를 결합시켜 예능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프로그램이다. 그랬던 〈야심만만〉이 지난 1월 5년간의 방송을 마치며 시즌2를 기약했다. 그리곤 7월 28일 〈예능선수촌〉이란 이름으로 부활했다. 〈야심만만〉 성공의 일등공신 최영인 PD는 물론, 진행자 강호동과 입담가 김제동, 윤종신이 그대로인 채다.

▲ SBS '야심만만 예능선수촌'의 7명의 MC군단. 강호동, 김제동, 윤종신, 전진, 서인영, MC몽, 닉쿤 ⓒSBS
기대는 컸다. MC몽, 전진, 서인영 등 최근 잘 나간다는 예능인과 신예 닉쿤까지 7명의 MC군단의 활약도 기대를 모았다. SBS는 〈야심만만〉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듯 몇 주 전부터 티저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에 공을 들였다.

관심 속에 첫 방송이 나갔고, 시청률은 11.4%(TNS미디어코리아, 수도권 기준)로 집계됐다. 첫 방송이긴 했지만, MC군단과 게스트 이효리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수치였다. 그 뒤로도 시청률은 기대만큼 크게 반등하지 않았다. 올림픽 스타들이 출연한 지난달 8일 12.8%를 기록한 게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스타 PD에, 예능 프로그램 최고 스타들까지 뭉쳤는데, 무엇 때문일까?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예능선수촌〉의 단점으로 “산만하다”는 점을 꼽는다. 7명의 MC가 있고, 게스트가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4명까지 등장하니, 합이 최대 11명이다. 이들이 모여 한 마디씩만 한다고 해도 산만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예능선수촌〉이 지적받는 산만함은 그저 떠들썩함과는 다르다.

‘예능인 자력갱생 토크쇼’를 지향하는 〈예능선수촌〉에서 출연자들은 독한 말을 쏟아내고, 서로 경쟁한다. ‘1분 자기소개’를 하다가 박민영은 갑자기 ‘유고걸’ 댄스를 추고, 박민영의 〈전설의 고향〉을 얘기하던 중 손담비가 불쑥 끼어들어 “전진 씨와 신화 춤을 같이 춰보고 싶다”고 말한다. 토크는 끊기고, 스튜디오는 돌연 무대로 변한다. 어디에 집중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다. 떠들썩한데도 ‘지루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올킬’게임은 자신만의 경험과 능력을 내세워 다른 출연자들을 ‘킬’시킨다는, 〈예능선수촌〉의 대표 코너다. 당연히 ‘폭탄고백’들이 쏟아져 나온다. 오현경은 “남자와 머리채를 잡고 5시간 동안 싸운 적이 있다”고 말하고, 역도선수 이배영은 “남들이 보는 앞에서 소변을 본 적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야말로 세다.

그러나 이 같은 고백들은 진지한 토크로 이어지지 않고, 서로 한마디씩 던지는 가운데 증발해버리고 만다. MC들도 대화의 흐름을 잡아주지 못한다. 일부는 웃으며 침묵하고, 일부는 목소리 경쟁에 동참한다. 서인영에게 “손담비가 비욘세보다 낫냐”고 재차 묻는 강호동의 모습은 한번은 웃기지만, 두 번부턴 억지스럽다.

▲ '야심만만 예능선수촌'은 화려한 MC군단과 스타 게스트들을 자랑하지만, 특유의 산만함이 일부 단점으로 꼽힌다. 첫 방송에서 게스트 이효리가 흐름을 읽으며 보다 안정된 모습을 보였을 정도. ⓒSBS
과거 〈야심만만〉의 장점은 둥근 테이블 주위에 앉은 출연자들이 설정이든, 진심이든 솔직한 태도로 얘기를 한다는데 있었다. 때로 토크가 삼천포로 빠지더라도, 적절한 산만함과 집중이 자연스러운 토크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6개월의 공백기를 두고 등장한 〈예능선수촌〉은 〈야심만만〉이란 이름이 의아하게 여겨질 정도로 좁지 않은 간극을 보여준다. 〈야심만만〉의 미덕을 지향하면서도, 최근 1~2년간 예능계를 주도하고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 열풍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예능선수촌〉은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예능선수촌〉이 〈야심만만〉의 이름을 내건 이상, 〈야심만만〉의 일부 장점을 흡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해피투게더〉와 〈상상플러스〉가 모 프로그램의 장점과 정서를 잘못 적용했을 때, 어떻게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가벼이 넘기지 않았을 때 프로그램은 성장한다. 방송 10주 만에 완벽을 바랄 수야 없겠지만, 쓴 지적들을 삼켜 달디 단 열매를 맺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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