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보다 ‘구본홍 생중계’가 더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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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랜덱스' 개막식 이례적 전체 생중계 … 행사 지연되자 방송시간 늘려

YTN이 2일 오전 구본홍 사장이 참석한 ‘랜덱스 2008’ 개막식을 이례적으로 전체 생중계한데 이어, 편성까지 바꿔가며 방송을 내보내 사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YTN은 자사가 주최하는 랜덱스 행사를 지난해까지 현장의 취재기자를 연결하는 형식으로 보도했지만, 이번 3회 행사는 이례적으로 개막식 전체를 생중계했다. 또 현지 사정으로 행사가 20분 정도 지연돼 중계 중이던 <뉴스 오늘>의 마감시간을 넘겼지만, YTN측은 당초 편성을 깨고 방송시간을 늘려 구본홍 사장의 인사말과 테이프 커팅 장면을 끝까지 중계했다.

▲ YTN이 2일 생중계한 '랜덱스 2008' 개막식에서 구본홍 사장이 인사말을 하는 장면. 보도국의 일부 간부들은 '구본홍 YTN 사장'이라는 자막을 넣기 위해 담당 PD까지 팀장으로 교체했다. ⓒYTN 뉴스 캡처화면

<뉴스 오늘>을 제작하는 임승환 PD는 같은날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제작진이 개막식에서 구본홍 씨가 연설을 하더라도 직책이나 이름 자막은 절대 넣을 수 없다고 팀장에게 전하자, 보도국장 직무대행과 편집부국장은 <뉴스 오늘> 4부의 담당 PD를 교체하고 팀장에게 직접 생중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 PD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개막식에 늦게 도착해 행사가 지연되자 일부 간부들은 ‘구본홍 YTN 사장’ 자막과 축사는 반드시 생방송 돼야한다는 일념으로 28분 뉴스를 50분으로 늘렸다”며 “상당수 간부들에게는 제대로 된 뉴스보다 ‘구본홍 인사말 생중계’가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노종면)는 “사측이 담당 PD까지 팀장급으로 교체하며 구본홍 씨의 인사말을 생중계 한 의도가 짐작이 간다”며 이번 사안을 공정방송추진위원회에 정식으로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갑자기 편성을 바꾸는 일은 전쟁 발발이나 긴급 기자회견 등 중대한 사안이 발생한 경우에나 있을 수 있다”며 사측의 무리한 편성변경을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 YTN지회도 성명을 내 “편성을 바꾸면서까지 무리하게 생중계를 강행한 것은 YTN이 구본홍 씨의 통제범위에 있다는 것을 청와대와 여권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판단된다”며 “보도국 간부들이 벌써부터 이런 행태를 보이는데 앞으로 어떻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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