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세대에게 필요한건 정보가 아닌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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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채석진 통신원 (영국)

근래 한국 언론에 나타난 네티즌의 모습은 한국의 환율 변동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촛불 집회를 주도하며 집단지성을 만들어 내는 정치적 주체가 되었다가, 정권을 위협하는 폭도가 되었다가, 지금은 국민배우 최진실을 죽음으로 몰아간 파렴치한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영국에서도 유튜브 세대(Youtube generation)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유튜브 세대란 온라인 비디오를 통해 자신을 대중에게 공개하며 성장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인터넷과 비디오 카메라로 무장한 창의적인 세대로 칭송받기도 하고,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상실한 채 엄청난 양의 정보만을 소비하는 고도기술사회의 희생양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지난 6일 씽크탱크 데모스는 유튜브 세대에 관한 연구보고서 <Video Republic>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유튜브 세대의 부상과 어른들이 그들의 열정과 기술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다. 6일자 <가디언>이 보도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는 현재 영국에서 2천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용자들은 일 분에 열 시간 분량의 비디오를 업로드하고 한 달에 36억 개의 비디오 시청하고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현재 젊은이들이 블로그와 온라인 다이어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강조하며, 어른들이 “젊은이들이 인터넷이라는 사적이자 공적인 공간에서 자신들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이를 위해 블로그와 온라인 다이어리를 학교 커리큘럼에 포함하여, 사생활과 지적 재산권 등의 넓은 문제까지 교육을 확장해야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난 달 23일 <가디언>을 통해 로웰 몬크 교수는 세상과 직접 접촉하는 기회가 현격히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며,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는 현재 젊은이들이 정보에는 많이 노출되어 있지만 교육 수준은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그는 “상징적인 재현들을 소비하는 것을 통해 배우는 것과 세상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배우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고 강조하며, 현재 하루 6시간 이상을 컴퓨터 스크린 앞에서 엄청난 정보를 소비하는 젊은이들이 관련된 직접적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상징적 재현들을 현실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빠르고 통제된 스크린 세상’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어지럽고 느린 살아있는 세상’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피하게 될 것이고, 직접 접촉이 줄수록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배려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통신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이 기간은 신자유주의 사회로의 변환 속에서 공동체 문화가 빠른 속도로 사라진 시기이기도 하다. 사라진 공동체의 자리를 미디어가 빠르게 대체하는 상황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들은 사람들과의 직접 소통하는 경험이 적었던 만큼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감각 또한 퇴화되어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이들의 퇴화된 감각은 어른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니 ‘최진실법’을 만들어 이들을 체벌하기에 앞서, 이들이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일 것이다. 로웰교수는 말대로, “사람을 사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경험이다.”

서섹스 대학 미디어문화연구 전공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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