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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OBS경인TV '이경규의 방과후 학교'

OBS <이경규의 방과후 학교>(연출 이지훈)는 제목 그대로 어른들을 위한 방과후 학교다. 하루 종일 일에 치이고, 살림에 찌든 어른들이 엄두조차 내기 힘든 ‘평생교육’을 예능 버라이어티 형식을 통해 재미있게 충족시켜보자는 것이 프로그램의 의도다.

사실 <방과후 학교>의 내용은 새롭지 않다. 각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명사들의 성공담이나 역사·문학 이야기, 인간관계 조언, 스타일 제안 등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아침 방송’이나 기존 강연 프로그램에서 익히 들어왔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이경규의 방과후 학교> ⓒOBS

대신 <방과후 학교>가 차별점을 두는 부분은 강연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다. 제작진이 처음부터 경계했던 것은 딱딱한 무대 위에서 강사가 혼자 강연을 하고 동원된 방청객들이 강의를 듣는 ‘지루한 형식’의 기존 강연 프로그램이었다.

더구나 <방과후 학교>는 프로그램 신설부터 최근까지 월~금 저녁 7시 ‘프라임 타임’에 방송됐다.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시간에 상대적으로 ‘지루한’ 느낌의 강연 프로그램을 배치한 만큼 제작진은 ‘공부’만큼 ‘재미’에도 신경을 썼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코미디언이자 MC인 이경규를 ‘담임선생님’으로 내세웠고 개그맨 조원석을 반장으로, OBS 공채 개그맨 ‘개나리’들을 학생으로 방청석에 앉혀 예능 버라이어티의 모양새를 갖췄다.

이경규는 <방과후 학교>의 담임으로 매교시 강사를 소개하고 학생들을 이끌어가는 동시에 MC로서 강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재미있는’ 강의에도 일조한다. 또 조원석과 개나리들은 학생 역할을 맡아 각 분야의 전문가인 강사들에게 ‘쉬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쌍방향 강의형식을 만들어나가는데 기여하고 있다.

제작진은 이와 함께 ‘강연은 지루하다’는 편견에 도전하기 위해 학교 수업형식의 릴레이 강연 방식을 선택했다. 하루 50분 방송에 3~4명의 강연자가 나서, 15분 안팎의 길지 않은 강연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다. 대신 명사 한 명의 강연을 주제별로 나눠, 며칠 동안 방영하는 형식이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한 시간 동안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부터 비보이 팝핀현준까지 다양한 강사들을 만날 수 있고, 지루할 틈 없이 강사 개인의 삶의 지혜와 폭넓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강연방식은 종종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역기능도 있다. 15분이라는 시간만큼 각 강연의 호흡도 짧기 때문이다. 특히 명사의 회고담 등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되는 강연을 10분 남짓한 시간에 끝내고 다음 강연으로 전환하는 부분은 ‘갑작스럽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강연의 주제나 내용에 따라 방송시간을 탄력적으로 편성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한 이유다.

대신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강연인 만큼 <방과후 학교> 강사들의 발언은 화제가 된 경우가 많다. 패션잡지에 상반신 누드를 공개해 논란이 일었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은 “누드촬영은 발레가 가지고 있는 순수예술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또 다른 자신만의 방법”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첫 출연해 화제가 됐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여러분이 믿거나 말거나 명절날하고 제삿날, 생일날을 빼곤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과후 학교>는 최근 가을개편 이후 월~금 밤 12시 30분에 방송되고 있으며, 오는 16일 시즌1을 마감하고 재방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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