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추락, 진실의 능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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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추락, 진실의 능멸
[큐칼럼] 국정감사 유감
  • PD저널
  • 승인 2008.10.14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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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문방위에서는 KBS, 방문진, EBS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웹캐스트로 중계되는 국감 현장을 본 소감은 한마디로 말하면 ‘언어의 추락, 진실의 능멸’이라는 것이다. 이번 문방위 국감은 언어의 진정성이 농락되고 진실을 찾는 노력이 모욕을 받는 현장이었다. 그리고 이런 고비용 저효율의 국회와 국정감사를 이대로 보고 있어야 하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KBS에 대한 국감은 정연주 사장을 축출하던 KBS이사회 당시 경찰 병력의 난입과 이후 등장한 이른바 관제사장의 인사 폭거 등을 엄중하게 따지는 자리로 기대되었다. 게다가 알려진 바에 따르면 KBS는 불원간 YTN식 인사 만행과 진보적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있어 이를 따질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 

▲ 지난 13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PD저널
그러나 13일 아침에 방송된 대통령 라디오 연설에 대한 시비가 불거지면서 국감은 여야의 싸움판으로 치달았다.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 라디오 연설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KBS의 단독 편성을 비호하기에 급급했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국민에게 라디오 연설을 할 수 있다”는 어느 여당 의원의 발언은 우리가 제왕적 대통령의 시절로 돌아갔음을 체감하기에 충분했다.

여당 의원들의 이러한 행태는 KBS이사회 당시 경찰이 KBS의 요청없이 출동한 과정을 감싸는 것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이들은 법적 권한이 없는 KBS이사회가 경찰을 부른 것을 변호하다가 급기야는 영등포 경찰서장이 자체 판단으로 병력을 투입한 것으로 정당화시키기에 이르렀다. KBS 사장 교체의 비법(非法)성은 이미 감사원 감사와 신태섭 이사 ‘찍어내기’에서 이미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들의 언어도단과 교언을 보는 심정이 참담하다.

“검토하겠다, 연구해 보겠다”며 전형적인 국감장 어투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KBS 사장에 대한 분노와 실망은 새삼스럽지 않다. 특히 가을 개편을 앞두고 KBS의 공영성을 수호하는 일련의 프로그램 폐지 방침이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 사장과 편성본부장이 짝을 이루어 이를 발뺌하는 장면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문방위원장은 이를 두둔하는 편파적인 진행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국가의 엄연한 시민을 증인으로 불러 위압적인 태도로 훈계하거나 발언의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는 여당 의원들의 졸렬함에는 할 말을 잃는다.

야당 의원들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수적으로 열세라고는 하나 전략도 논리도 부족하기 짝이 없다. 어떤 대목에서는 여당의원들의 교묘한 언술에 밀리는 장면도 보였다. 게다가 대통령 라디오 연설에 대해서는 매우 정략적인 접근을 보였다. 본질 천착이 아닌 정치적 유불리로 임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야권 의원들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국정감사의 본 목적은 실종되고 호통질과 삿대질로 점철되는 우리 국회. 상대를 공격해 상처를 주려는 수위만 높고 정책과 현안에 대한 전문성의 수준은 낮다. 이런 국회와 국정감사를 위해 국민들의 비용과 인내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어쩌랴. 모든 국민은 그들에게 합당한 만큼의 정부를 가진다고 할 때 18대 국회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 국회의원들은 바로 우리 국민들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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