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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26)]

자녀의 학교 성적에 관심이 많은 부모는 자녀들이 TV를 오래 시청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이들이 TV 시청에 열중하는 동안 학교 성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독서, 숙제, 취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심야 방송을 시청해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게 된다면 다음날 수업을 충실히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걱정을 하는 부모들은 자녀의 TV시청이나 게임을 하지 못하게 간섭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고승우 박사
그러나 TV 시청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교육용으로 제작된 프로를 시청하거나 주말이나 휴일에 TV를 시청하는 것은 아이들의 학교 성적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또 TV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시청 시간이 평일이냐 주말이냐에 따라 학교 성적에 미치는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처럼 아동의 TV 시청이 학교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치 않아서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연구 결과가 너무 다양해 학부모들이 헷갈리기 십상이다.

TV 시청이 아이들의 학교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했다. 그에따라 연구 결과도 혼란스러울만큼 다양하게 발표되었다. 연구 결과는 어떤 연구 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나오기 때문에 학부모나 일반인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혼동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어린아이의 성별 또는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왔다. 즉 같은 연령대라 해도 남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났고, 취학 이전이냐 또는 취학이후냐에 따라 연구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취학 이전의 같은 연령인 남녀 아이들의 TV 시청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즉 하루 수시간씩 TV를 시청할 경우 소녀들은 고등학교 진학 후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소년들은 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도 있다.
 
취학한 아동의 경우는 시청 시간이나 내용에 따라 학업성적에 미치는 내용이 달랐다. 즉 취학 아동들은 주말이 아닌 평일에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많을 수록 학교 성적이 떨어진다. 특히 성인 프로 등 TV의 모든 프로를 시청할 경우 특히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주말에 TV를 시청할 경우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런 연구결과는 뉴욕시의 알버트 아인슈타인 대학의 한 소아과 조교수가 최근 4,500명의 학생( 5~8학년)을 상대로 TV 시청과 학업 성적에 대한 조사에서 나왔다.   취학 아동에 대한 조사를 보면 평일에 TV를 시청하지 않는 학생 가운데 50%는 학교 성적이 매우 우수했다. 1시간 보다 적게 시청하는 학생의 42%만이 우수한 성적이 우수했다. TV 시청 시간이 1~3시간 정도인 학생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35%에 불과했다.

▲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 ⓒEBS
시청한 TV 프로의 내용과 학업 성적과의 관계를 보면 아동용만 시청하고 특히 부모의 시청 지도를 받은 경우 응답자의 54%는 성적이 우수했다. 그러나 성인용은 물론 모든 프로를 시청한 아동은 22%만이 성적이 우수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하루 두 시간 이상 TV를 시청해서는 안되며 가능하다면 1시간 이내로 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또한 자녀가 성인용 등 부적절한 프로를 시청하지 못하도록 부모의 TV 시청 지도가 필요하다.

중학생의 경우 평일에 TV를 시청하거나 게임을 할 경우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주말에 할 경우는 학교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즉 주일에는 TV 시청이나 게임 시간이 많은 수록 학교 성적은 떨어졌지만 주말에 하루 4시간 이하만 할 경우는 별 영향이 없었다.

젖먹이부터 성인까지 TV 시청은 학업성적과 관련이 있다는 아래과 같은 연구결과들이 2005년 연이어 발표되었다. •침실에 TV를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5~15살의 아동과 소년 가운데 TV 시청이 평균보다 많은 경우 고교를 졸업하거나 대학 진학의 비율이 낮았다. 이런 연구결과는 2005년 7월 미국 소아과 관련 연구전문지에 실렸다.

<아동의 침실에 TV가 있는지 여부> TV가 아동의 침실에 놓여있을 때 학업 성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의 6개 공립 초등학교 3학년 학생 350명을 상대로 스탠포드 의과대학에서 실시했다. 이들 학생의 70% 이상은 자신의 침실에 TV를 가지고 있었는데 수학, 읽기, 말하기 테스트에서 자신의 침실에 TV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보다 7~9점이 낮았다.

침실에 TV를 가지고 있는 학생은 일주일 당 평균 13시간씩 TV를 시청한데 비해 침실에 TV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은 11시간을 시청했다. 그러나 집에서 컴퓨터를 하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성적이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웬만한 가정에서는 자녀의 침실에 TV를 놓는다. 아이들이 TV를 보면서 즐기거나 다른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렇게 할 경우 아이들이 무절제하게 TV를 보는 것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TV 시청 시간과 학교성적> TV를 적게 볼수록 학교 성적이 좋아 진다 - 이 같은 사실은  뉴질랜드 더느든 의과대학의 연구원들이 만 15살 소년 1천명을 상대로 만 5살 이후의 TV 시청 습관을 조사하고 이들이 26살 성인이 된 후 학업성적에 대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밝혀졌다. 예를 들어 만 5~11살 아동 가운데 TV 시청이 적었던 경우는 TV 시청이 가장 많았던 아동에 비해 대학 졸업 가능성이 높았다. 10대에 TV 시청이 많았던 경우 학업 성적 부진은 물론 학교를 중퇴하거나 졸업장, 기타 자격증을 획득하는 비율이 낮았다. TV 사청이 학업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조사 대상 아동의 지능이나 가족의 경제력, 비행을 저지르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나타났다.

한편 TV 시청은 아이들의 말하는 능력의 발달에 지장을 준다. 아동은 TV 프로에서 새로운 단어를 듣는 일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 부모 형제 또는 친구와 대화할 때 사용하는 단어는 아닌 경우가 많다. 아동이 TV를 시청할 경우 말은 하지 않게 된다. 프로에 몰두할 때는 특히 그렇다.

아이가 하루 서너 시간을 TV 시청으로 보낸다면 그 시간만큼 적절한 언어를 익힐 시간을 잃어버리는 꼴이 된다.  TV가 언어 발달을 해치는 또 다른 점은 TV가 지닌 특성들, 예를 들면 주로 액션에 의존하고 짧은 줄거리이며 그 진행이 빠르고, 주로 시각적 자극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TV는 아이가 분명하게 발음하고 올바른 단어와 문장을 사용할 기회를 빼앗아 간다. 정상적으로 말하는 교육을 부모로부터 받은 아이들이 TV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아이들보다 말하기 글쓰기에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

TV를 과도하게 시청함으로써 문제가 되는 것은 언어의 습득 뿐 아니라 표현의 수단으로서 언어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이다. TV에서 주로 사용되는 언어는 점잖다고 보기 어렵고 그리고 서로 모순된 내용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Doerken, 1983). 또한 은어와 길거리에서 유행하는 말들도 많은 프로에서 등장한다. 이들 말은 주로 과장된 표현의 형식을 취하는데 이는 아동들의 인지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TV 오락프로들은 재미를 더 하기 위해 자막을 넣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표준말이 아닌 신조어가 많고 무원칙하게 말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아동들이 즐겨 시청하는 프로일 때 아이들의 정상적인 언어 습득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TV 제작진이 신중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TV에서 개그맨 등이 사용하는 ‘유행어’는 거의 즉시 아이들에게 전파된다. 아이들의 말투도 이 대중 매체의 영향력 아래 있다. 컴퓨터의 경우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채팅 언어’를 만들어 사용한다. 어법과는 상관없이 뜻만 통하게 하는 이들 신종 언어는 컴퓨터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신종 매체로 인한 언어생활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속단키 어려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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