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장시간 시청, 수면 장애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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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장시간 시청, 수면 장애의 원인
[고승우의 미디어리터러시(27)]
  • 고승우 박사 (전 한성대 겸임교수)
  • 승인 2008.10.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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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우 박사
TV를 늦게 까지 보거나 성인용 프로를 시청할 경우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불규칙해지고 깊은 잠을 자지 못하거나 낮잠을 자는 버릇을 갖게 되는 일이 많다. 규칙적인 수면은 건강에 필수적이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젖먹이 아이부터 청소년 연령대는 심신의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면을 취해야 한다. 학자들은 이런 점을 중시해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과 수면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양한 방법의 연구 결과, 유아기부터 사춘기의 연령대 어린이, 청소년은 모두 TV 시청으로 인한 수면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사춘기 때 TV 시청으로 발생하는 수면 장애는 성년이 된 뒤에도 지속되는 특성도 지니고 있다.

TV 시청과 수면 장애에 대한 연관성을 설명하는 이론은 대략 3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TV는 생리적 영향을 시청자에게 미친다는 이론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TV를 시청하면 TV의 밝은 빛이 뇌에서 맬라토닌이라는 물질의 분비를 억제해서 숙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멜라토닌의 생산이 적어지면 사춘기가 빨리 시작된다. 조숙해지는 것이다. 

둘째, TV는 심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아이들은 TV 시청 과정에서 연령에 걸맞지 않은 폭력적인 프로 등을 시청하게 되고 그것이 아이들의 숙면을 방해한다는 주장이다. 아이들이 잠을 자려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여야 하는데 TV 시청은 그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셋째, 어린이의 TV 시청과 수면 장애는 부모의 영향 탓이라는 이론이다. TV를 정도 이상으로 시청하는 부모는 무절제한 면이 많아 그것이 아이들의 TV 시청과 수면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이 브라운관을 통해 방송됐다. 부모들은 아이가 올바른 TV시청 습관을 들일수 있도록 미디어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젖먹이나 취학이전 아이들이 TV 시청으로 겪게 되는 수면 장애의 원인에 대해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다양한 이론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는 아이들을 상대로 실제 실험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실시할 수 없다는 점, 연구 대상 아이들이 자기 표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보모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조사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 등의 원인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자들이 가능한 최선을 다해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시된 아동의 TV 시청과 수면 장애에 대한 주요한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3살 이하 아이들은 TV 시청으로 수면 장애를 겪고 불규칙적으로 낮잠을 자는 습관을 갖게 될 확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 소아과 연구진이 2005년 10월  생후 4~35 개 월 된 2,068명의 아동 부모를 면접 조사하는 방식으로 밝혀냈다. 아이들의 TV나 비디오 시청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늘어났는데 4~11 개월 된 아이는 하루 1시간 미만씩 시청했고, 12~23개 월 아동은 하루 1.6시간씩, 24~35 개 월 된 아동은 2.3시간씩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아동 가운데 27%는 밤에 정규적으로 잠을 자지 않았고, 34%는 낮잠을 자는 버릇이 있었다.

아이들이 TV를 시청하는 다양한 방법, 즉 부모들이 보는 프로를 곁에서 보는 경우,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채널을 선택해 보는 경우 어떤 형태의 수면 장애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이 연구는 2006년 핀란드의 한 대학에서 5~6살된 자녀의 부모 321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어 그 해 유럽수면연구협회지에 실렸다. 6살 미만 어린이의 TV 시청방식과 수면 장애나 심리적 영향 등을 부모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실시된 연구 결과는 아래와 같다.

아이들이 적극적 또는 수동적으로 TV를 시청하는 것은 모두 수면장애, 특히 수면 습관이 불규칙하게 되거나 깊은 잠을 못자는 것과 같은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이 시청하는 TV 프로를 아이들이 곁에서 시청하는 것과 성인용 프로를 시청할 경우 그 영향은 매우 컸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소아과 연구팀은 1975년부터 2004년까지 759명의 부모와 자녀를 상대로 아동 시절의 TV 시청과 성장 후의 수면 장애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가 시작될 때 아이들의 나이는 만 6살이었고 조사 대상 아동 가운데 14살, 16살, 22살 로 성장한 사람을 무작위로 선정해  TV 시청시간 등에 대해 면접 조사했다. 이들의 부모에 대한 면접 조사는 별도로 행해졌다.

그 결과 과도한 TV 시청은  잠들기 어렵거나 한 밤중에 깨거나 다시 잠들기 어려운 수면장애를 초래했다. 어린 시절 하루 3시간 이상씩 TV를 시청한 사람은 1시간 미만씩 시청한 사람보다 성장한 후 수면장애를 가질 확률이 두 배가 높았다. TV 시청으로 인한 수면 장애가 가장 많은 나이가 14살 때였다. 16, 22살 때보다 심했다. 10대의 수면 부족은 학업 성적의 부진으로 나타난다. 사춘기 아동 가운데 하루 1시간 이상이던 TV 시청 시간을  한 시간 이내로 줄였을 때 수면 장애를 겪을 위험성이 매우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10대 청소년은 그 이전의 연령 때보다 더 오래 숙면을 취해야 한다. 즉 평균 9시간은 자야 하는데 현실은 그보다 적다. 그 결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의기소침해지고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성적이 떨어진다. 10대 청소년이 하루에 4시간 이상 TV를 시청할 경우 성인의 연령대가 될 때 수면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수면 부족은 뇌 기능에 영향을 미쳐 뇌의 인지 기능과 정신적 기능이 감소된다. 그 결과 창조성, 기억력, 주의력 집중에 문제가 생긴다. 아침이나 오후 학교 수업시간에 학업에 열중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TV 시청보다 운동 또는 학교 숙제, 취미 생활을 하도록 부모가 유도해야 한다. 특히 만 2살 미만 아동은 TV 시청을 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

아동의  TV 시청과 수면의 관계에 대해 신경을 쓰는 부모들이 많지 않다. 아이들이 TV를 시청하다가 잠이 드는 모습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목격된다. 아동의 방에 TV를 들여놓는 것은 아이들의 잠버릇을 나쁘게 한다. 아이들의 학교 성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TV 환경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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