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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정보공개센터 소장)

▲ 하승수 교수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미국, 덴마크,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의 공통점은? 이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아마도 ‘선진국’이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 이 국가들은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의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2005년도에 세계 각국의 경제ㆍ정치ㆍ사회 전반에 대해 평가해서 발표한 삶의 질 지수(Quality of life index)에 의하면, 이 국가들은 모두 세계 20위 내에 들었다.

그런데 이 국가들의 공통점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 국가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정보공개제도를 일찍이 도입한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스웨덴은 1767년에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했고, 다른 국가들도 1950년대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해서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국가들은 투명성에서 세계최고를 자랑한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매년 발표하는 투명성 수준에서 2008년에 세계 1위 수준으로 평가받은 3국가(덴마크, 뉴질랜드, 스웨덴)는 모두 정보공개제도를 일찍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는 ‘정보공개’ 모범국가들이다.

정보공개는 민주주의와 ‘삶의 질’의 기초

한편 정보공개의 모범국가들은 민주주의 수준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개된 정보는 시민참여의 기반이 되고, 정책결정과 행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정부의 활동이 민주적으로 통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한 스웨덴의 경우에는 EIU가 평가한 민주주의 수준에서도 세계 1위로 평가받았을 정도이다(2006년 발표).

▲ 정보공개 청구는 매년 신장해왔고 지난 2006년에만 30만건이 넘는 정보공개 청구가 이뤄졌다. 하지만 국민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만족도는 약 62%밖에 되지 않았다. ⓒ KBS
이처럼 모든 측면에서 ‘선진국’이라고 평가받는 국가들이 정보공개제도를 선구적으로 도입ㆍ실천한 국가들이라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정보공개-삶의 질-민주주의는 상호간에 연관이 있다. 흔히 경제성장과 소득수준 향상만 추구하면 선진국이 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경제와 정치ㆍ행정, 사회는 연관되어 있다. 불투명, 불신, 부패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경제성장을 추구해 본들 그것은 허망한 신기루일 뿐이다. 그래서 정보공개라는 제도를 통해 사회 전반의 불투명함과 부패를 제거하고 전반적인 신뢰수준을 높이기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투명성 수준에서 세계 40위이다(2008년 국제투명성기구 발표). 10점 만점에 겨우 5.6점 정도로 평가받고 있는 국가이다. 1998년부터 정보공개제도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정보공개는 형식적으로 되고 있고 정부의 관료주의, 비밀주의는 변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 정책결정과정, 정부의 예산사용, 먹거리 안전 등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사회적 신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려면

우리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선진화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국가가 선진국인지, 그리고 선진국에서 배울 점들이 무엇인지를 잘 보는 것이다. 진정한 선진국은 정보가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됨으로써 시민참여가 가능하고, 정부의 기능이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국가이다. 그리고 그런 바탕위에서 전반적인 ‘삶의 질’의 향상을 꾀하는 국가이다.

그런데 선진화를 표방한 정부인데도 정보공개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지가 없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논의된 정보공개법 개정문제는 감감 무소식이다. 언론-시민단체-정부가 협의해서 개선안을 만들었지만 그냥 잠자고 있는 상태이다. 반면에 정부는 최근 비밀의 범위를 확대하고 비밀에 접근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내용의 비밀보호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정부를 감시하는 시민단체와 언론의 활동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진정한 선진화는 정보공개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하승수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www.opengirok.or.kr)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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