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YTN노조 … 입지 좁아지는 구본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YTN 출근저지 100일] ‘무더기 징계’ 후 거센 반발 여론 구 사장에게 부담

오는 25일이면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노종면)의 구본홍 사장 출근저지가 100일째로 접어든다. 구 사장은 지난 7월 17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지금까지 100여일 동안 사장실에 들어가지 못한 채 회사 주변만 맴돌고 있다.

그동안 구 사장과 YTN 경영진은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이끌어온 노조원 6명을 해고하는 등 무더기 중징계와 형사 고소를 강행하며 노조를 압박했지만, YTN 조합원들은 움츠러들기는커녕 더욱 강한 기세로 ‘구본홍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YTN노조는 구본홍 사장이 '날치기 주총'을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된 7월 18일부터 출근저지투쟁에 돌입했다. ⓒPD저널

반면 구본홍 사장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특히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 이후 처음 발생한 ‘기자 대량해고’에 대한 반발 여론은 YTN 내부는 물론 국·내외 언론계와 야당까지 확산됐고,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구 사장은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 박선규 청와대 언론2비서관과 비밀회동을 가진 것을 시인하면서 ‘낙하산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동안 “YTN은 민간기업”이라며 사장 선임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YTN 노조는 구본홍 씨가 사장 후보로 거론될 때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특보를 지냈다는 전력 때문이었다. 노조는 뉴스전문채널에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이 올 경우 뉴스의 공정성에 심각한 손상을 미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구 씨를 반대했지만, YTN 이사회는 결국 구본홍 씨를 최종 사장후보로 추천했다.

40초 ‘날치기’ 주총 … 사측 “합법적 절차 거친 사장” vs 노조 “절차상 중대한 하자”

구본홍 사장이 YTN에 입성하는 과정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구 씨를 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7월 14일 주주총회가 노조의 반대로 무산되자, 사측은 7월 17일 열린 주총에서 용역 직원들을 동원해 40여초만에 구본홍 이사 선임건을 ‘날치기’ 통과 시켰다.

YTN 측은 이날 주총을 근거로 구본홍 사장이 상법상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사장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YTN 노조는 이날 주총이 사원주주들의 입장을 막고, 안건에 대한 논의를 생략하는 등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주총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구본홍 씨를 적법한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YTN 노조가 처음 구본홍 사장을 반대했던 이유는 ‘방송특보’라는 전력 때문이었지만, 석 달 동안 구 사장이 보여준 행보는 조합원들을 더욱 실망시켰다.

취임 초기부터 ‘보도국 독립’을 공언했던 구본홍 사장은 지난 8월 보도국장 공석 상태에서 부·팀장 인사를 단행해 노조의 강한 반발을 샀다. 또 최근에는 구 사장이 참석한 ‘랜덱스 2008’ 행사 생중계를 위해 보도국 일부 간부들이 편성을 변경하고 PD까지 교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YTN 사원들은 구본홍 사장이 약속한 ‘공정방송’에 대해 더욱 회의적인 입장을 갖게 됐다.

경영능력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구 사장은 사내 공지를 통해 여러 차례 “YTN 민영화를 막아내겠다”고 밝혔지만,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의 ‘YTN 주식매각’ 발언이나 우리은행이 YTN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전혀 적극적인 대응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구나 취임 전부터 고급호텔에서 업무를 보며 회사돈 4500여만원을 지출한 사실 등은 YTN 노조의 ‘구본홍 반대운동’에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됐다.

노조가 구 사장을 반대하는 이유 - 방송특보 전력에서 경영능력·인품에 이르기 까지

뿐만 아니라 ‘3박 4일 사장실 버티기’ 등 출근저지 과정에서 나타난 구 사장의 발언과 행동, 방통위 국감에서 ‘말 바꾸기’를 거듭하며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박선규 비서관을 만났다고 시인한 것 등을 지켜본 YTN 조합원들은 구본홍 사장에 대한 인격적인 실망감도 감추지 않았다.

반대로 ‘구본홍 퇴진’을 주장하는 노조의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YTN 노조는 이미 총파업을 결의한 상태지만 징계 이후에도 ‘파업은 비장의 카드’라며 구 사장의 출근저지와 ‘제작투쟁’을 이어가며 냉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공정방송을 지키겠다고 나선 만큼 YTN 노조는 무엇보다 뉴스 제작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애쓰면서 명분을 쌓고 있다. 기자의 ‘온마이크’ 장면에 ‘공정방송’ 리본·배지를 노출시키고, 앵커와 기자가 검은 옷을 입고 뉴스를 진행하는 ‘블랙투쟁’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작투쟁’은 효율적으로 노조의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때마다 나온 정부 관계자들의 YTN 관련 발언은 노조원들을 자극해 오히려 ‘구본홍 반대운동’에 불을 지폈다. 지난 8월말 신재민 차관의 ‘YTN 공기업 지분 매각’ 발언에 노조는 “구본홍 구하기가 본질”이라며 반박했고, 방통위의 ‘보도전문PP 재승인 압박’도 YTN 조합원들을 자극해 노조를 더욱 단결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지난 6일 동료, 선·후배들이 해고를 당하고 정직처분을 받은 ‘무더기 징계’ 이후 YTN 조합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더욱 적극적으로 출근저지투쟁에 동참해 ‘구본홍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진퇴양난’ 구본홍 사장, 점점 버티기 쉽지 않을 듯

구본홍 사장은 방통위 국감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사퇴설을 불식하고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지만 사태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징계와 사법처리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써버린 마당에 노조의 반발을 잠재울만한 뾰족한 수가 없고, 노조는 “회사돈으로 호텔비나 펑펑 써대는 구본홍 씨와 절대 협상은 없다”며 “구 씨의 사퇴만이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징계 이후 거세진 비난여론을 감당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국제기자연맹, 정부부처 출입실 기자단 등 국·내외 언론계에서 YTN 기자들의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도 구 사장에겐 부담이다. 최근 한국기자협회는 국제기자연맹에 ‘YTN 사태’와 관련한 실사단 파견을 요청한 상태고, 언론단체와 일선 기자들의 ‘YTN 징계철회’ 요구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구본홍 사장의 ‘버티기’는 점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