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과도한 TV 시청은 비만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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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의 미디어리터러시(28)]

▲ 고승우 박사
TV 시청이 지나치게 많을 때 어린이들이 비만이나 과체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 아이들이 3~4.5살 때 하루에 두 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면 과체중이 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어린이의 비만이나 과체중은 성인이 된 뒤 동일한 문제에 부딪히게 될 확률이 높다. TV는 교육용이거나 비상업용이라 해도 기본적으로 어린이의 육체적 활동을 대신하는 부정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TV가 어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광고의 부정적인 효과, TV 시청으로 인한 비만, 폭력물이나 성적인 내용의 모방 등이 그것이다. 어린이들은 TV 광고에서 건강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는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광고는 건강한 생활 습관이나 음식물 선택에 대한 진실하고 균형잡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건강 관련 광고를 본 아이들은 광고 내용을 믿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많다. 아이들이 TV에서 과도한 폭력 장면이나 무책임한 성적 행동을 시청하게 되면 그것을 흉내내려 하는 위험에 직면한다. 이는 어린이에게 육체적, 심리적인 영향을 강하게 미쳐 어린이 본인은 물론 주변에 큰 피해를 준다.

TV 시청으로 인한 건강에 대한 영향 3가지 가운데 비만, 식품 광고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폭력물 등의 피해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자 한다. 많은 학자들은 TV 시청이 어린이 비만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어 이의 방지책이 나와야 한다는 점과 함께 TV 식품 광고의 심의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TV와 컴퓨터와 같은 영상매체가 어린이들을 비활동적으로 만들면서 고칼로리․저영양가의 질낮은 음식 섭취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5살 어린이 40%는 미국 소아과협회가 권고한 하루 2시간보다 더 오래 TV를 시청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지난 30년간 비만의 위험이 7% 늘어났다. 8~18살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TV와 컴퓨터, 게임기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것은 잠자는 것을 빼고 다른 어떤 활동 시간보다 길었다. 미국의 경우 일주일 동안 44.5시간을 전자기기 앞에서 보냈는데 우리나라도 그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많은 어린이들은 TV 시청이나 비디오 게임에 몰두하면서 비활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TV 등 전자기기가 어린이가 육체적인 운동을 하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학자들이 14, 16, 18살 어린이 4,56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21.5%가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TV를 시청했을 때 과체중이었고, 컴퓨터를 하루 1시간 이상 사용했을 때는 4.5%가 과체중이었다.

어린이 비만은 어린이의 TV 시청 시간이 늘어날 수록 증가했다. 이런 점을 중시해서, 초등학교 학생이 TV 시청, 비디오 게임 시간을 줄이라는 교육을 1년 동안 받은 결과 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TV 시청이나 비디오 게임 시간을 줄이는 대신 무엇을 대신 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은 받지 않은 결과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미 스텐포드 의대 연구진이 산호세 초등학교 3~4학년 192명을 상대로 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이 브라운관을 통해 방송됐다. 부모들은 아이가 올바른 TV시청 습관을 들일수 있도록 미디어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주말에 TV를 밤늦게 까지 시청하는 아동들이 어른이 되어서 비만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004년 7월 미국의 소아과 의사들이 밝혀낸 사실이다. 연구 결과  어린이들의 주말 TV 시청은 부모의 탓이 큰 것으로 밝혀진 점이다. 부모가 오랫동안 TV를 시청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부모를 따라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TV 시청 습관을 따라 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TV를 중요한 오락 수단으로 여기게 된다.

TV를 시청하는 어린이는 활동하지 않게 되고 시청하면서 흔히 과자류를 섭취하게 된다. TV 시청을 오래 하다보면 에너지 소비가 적어진다. TV를 시청하는 동안 몸 안의 신진대사가 매우 느려지는데 이는 휴식을 취할 때보다 더 느리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쉬는 것보다 에너지 소비가 더 적다. TV를 시청하면서 칼로리가 많은 과자나 빵을 먹게 되면 비만을 더욱 촉진하게 된다.

TV 식품 광고는 건강을 증진하기 보다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식생활 습관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어린이가 시청하는 연 4만 건의 TV 상업광고 가운데 32%는 캔디, 32%는 시리얼, 9%는 패스트 후드에 대한 것이었다.

식품업체의 엄청난 돈이 아이들이 정상적인 건강을 해치는 음식을 사먹도록 부추기는 광고비용으로 투입된다. 그 결과는 매우 비극적이다.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시청하는 식품 광고를 보고 해당 식품을 사먹거나 부모에게 사달라고 조르게 된다. 패스트 후드에 입맛이 길들여진 아이들이 우리 전통 음식인 김치를 멀리하고 채소를 가까이 하지 않는 식성을 지니게 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어릴 때 익힌 식 습관이 평생 간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일리노이스 대학의 한 교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저영양, 고칼로리 식품에 대한 TV 광고가 6~ 11살 어린이를 겨냥해 집중 방영되고 있다. 이들 광고의 내용은 어린이들이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워 어린이들은 식품 관련 TV 광고를 볼 수록 무엇을 사먹어야 할지 더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이다. 

TV에서 맥주 등의 술 선전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술 제조사들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광고를 한다.  이들 술 광고의 공통점은 한결 같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건강하고 섹시하며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처럼 비춰진다. 술을 마시면 건강에 해롭다거나 과음할 때 주위에 피해를 준다는 부정적인 면은 광고에 나오는 법이 거의 없다. 이런 광고를 어릴 때부터 시청하면 음주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지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 심장병, 암 등과 같은 무서운 질병의 원인이 된다. 비만인 어린이는 주변의 놀림감이 되는 일이 많아 자신감 결여나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만인 어린이는 정상 체중인 어린이 보다 학교 생활에서 35% 덜 활동적이고 주말에는 65% 비활동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어린에 대해 미국비만협회가 지난 2006년 조사한 결과 6~11살의 경우 과체중이 15.3%, 12~19살은 33.4%가 과체중, 15.5%가 비만이었다. 어린이 당뇨병도 지난 수십년간 크게 늘어났다.

어린이 비만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TV 시청과 패스트 후드 등 건강을 해치는 음식이 원인일 경우 예방법은 자명하다. 어린 자녀의 TV 시청 및 컴퓨터 사용 시간과 저질의 음식물 섭취량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자녀의 비만에는 부모의 책임이 크다. 자녀가 20대 중반이 되어 비만이나 과체중으로 고민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부모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학자들의 연구결과처럼 아이들이 5~15살 사이에 하루 두 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면 10여년 후에 자녀는 정상체중인 동료들을 부러워 하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가 홀로 설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추기 전에 부모는 아이들의 영상미디어 사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녀의 비만을 방지한다는 소극적 차원이 아니라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아이들 방에 TV나 컴퓨터를 설치하는 일은 가급적 금해야 한다. 아이들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이나 컴퓨터 사용 시간을 체크하고 아이들이 가능하다면 밖에서 친구와 뛰어놀거나 독서를 하도록 권유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질 나쁜 TV 식품 광고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다각도로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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