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자들, “구본홍 사퇴하고 징계 철회하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공공성포럼' 학자 200여명 28일 성명 … 학계 첫 '구본홍 사퇴요구'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노종면)의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이 100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학계에서 처음으로 구본홍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이 나왔다.

전국 언론학자 200여명으로 구성된 ‘미디어공공성포럼(공동대표 강명구 서울대 교수 등)’은 28일 성명을 발표하고 구 사장의 사퇴와 기자들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포럼은 “여권 인사들은 구본홍 사장의 능력이 중요한 것이지 정치적 성향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궤설을 펼치고 있지만, 날치기 선임 이후 YTN 조직원들에 대한 그의 발언이나 행동은 이미 보도 인력을 이끌고 갈 리더십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구본홍 사장은 지난 27일 오전 9시께 '월급결재'를 이유로 YTN타워로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원들의 저지에 가로막혀 20여분만에 돌아갔다. ⓒPD저널

이들은 또 “방송의 독립과 공정성을 추구하는 방송인들이 부당하게 해고된 사태는 단지 YTN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언론 자유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자, 우리 사회의 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미디어공공성포럼은 이어 “YTN은 1998년 IMF 구제금융을 맞아 1000억원 규모의 공적자원이 투입된 공영방송”이라며 “(정부와 청와대는) YTN이 단지 ‘민영 케이블 채널’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이제라도 구본홍 씨의 사장 선임과 언론인 징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YTN 사태에 대한 ‘미디어공공성포럼’의 입장

우리는 정권 편향 사장 선임으로 인해 벌어진 작금의 YTN 사태가 민주주의 및 미디어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특보 직함을 달고 드러내놓고 활동했던 인물이 선거 승리 후 보도 전문 채널의 사장이 되고 현직 기자들을 강제 해직한다는 것은 국민 누구도 인정하지 못할 일이다. 언론인이 정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경우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것은 굳이 언론학 교과서를 들추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민주 사회의 상식이다. 정부와 여당이 공영방송에 정권 편향적인 인사를 경영진으로 내려보냄으로써 공영방송을 통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득 될 것이 없다.

일부 인사들은 YTN이 단지 ‘민영 케이블 채널’에 불과하며 이러한 일에 사회가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로 국민을 기만하려 한다. 그러나 YTN은 공공기관인 연합뉴스(구 연합통신)가 설립한 뒤, 1998년 IMF 구제금융사태를 맞아 1천 억 원 규모의 공적 재원이 투입되어 현재 한국전력과 우리은행 등 공공기관들이 절대지분을 소유한 공공기관 방송, 즉 공영방송이다. YTN직원들은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험난한 삶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때 이들은 극심한 재정난 속에서 오랫동안 월급도 받지 못한 채 오로지 공정방송,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일해 왔다. YTN 방송인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 신뢰도가 높은 지금의 공정방송 YTN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상은 못줄망정 대량 해직이라는 정의롭지 못한 행위를 자행했으니 실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또한 여권 인사들은 구본홍 사장의 능력이 중요한 것이지 정치적 성향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궤설을 펼치기도 한다. 구본홍 사장은 언론계에서 능력이 높이 평가되어온 인물도 아니며 날치기 사장 선임 이후 이미 리더십 부재가 드러난 인물이다. 현대의 리더십은 강제와 강압이 아닌 자발적 동의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날치기 선임 이후 YTN 조직원들에 대해 행한 그의 발언이나 행동은 이미 그 자신이 보도 인력을 이끌고 갈 리더십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 주고도 남는다. 정당성을 상실한 구본홍 씨가 자신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유능한 기자 6명을 강제 해직하는 등 33명을 중징계한 것 그 자체로 정권편향 인사가 보도 채널 사장을 맡아서는 안 될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YTN 사태가 1980년 전두환 군부 정권에 의해 자행된 언론인 대량 해직 사태 이후 28년 만에 이루어진 최대의 기자 해직사태라는 사실에 특히 주목한다. 이번 YTN의 언론인 대량 해직 사태는 그동안 이룩해 온 우리 사회의 민주화 성과를 전면 부정하고 그 시계를 다시 거꾸로 돌리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녀야 마땅한 보도 전문 채널 사장에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대선특보 출신 인사를 사장으로 앉힌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당하지 않은 일이다. YTN 구성원들은 지금 정치권력에 의한 부당한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능하고 정당성이 결여된 낙하산 사장이 그의 사퇴를 요구해 온 유능하고 정당한 언론인들을 오히려 강제 해직시키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추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 민주화되었다고 자부해 온 우리 사회의 한복판에서 다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의 독립과 공정성을 추구하는 방송인들이 부당하게 해고된 사태는 단지 YTN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언론 자유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자, 우리 사회의 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기도 한 것이다.

YTN 사원들의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 100일이 이미 넘은 현 시점에서도 정부·여당과 구본홍씨는 사태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사태를 수습하기는 커녕 보도국장 직무대행을 앞세워 보도국 간부들의 성향 검증을 강제하면서 내부 분열을 획책하고 있기까지 하다. 구본홍씨는 마치 정권의 방패인양 끝까지 버티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국민의 분노가 두렵지 않은가?

이제라도 정권은 부당한 언론인 해직과 징계를 즉각 취소하고, 무능력과 편향성이 드러난 구본홍 씨의 사장 선임을 당장 철회하기 바란다. 언론학자들인 우리는 현 사태의 본말을 정확히 분석하여 기록해 둠으로써 후세의 학자와 국민들이 세세토록 알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역사는 이번 사태를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008년 10월 28일
미디어공공성포럼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