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의 오바마 암살 시도와 브래들리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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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식PD의 미국 리포트(2)]

지난 27일 테네시 주에서 흑인 100명을 살해하고 오바마 후보를 암살하려던 백인 우월주의자 2명이 체포돼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 암살시도가 예사롭지 않아보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링컨, 케네디(1963년)와 25대 윌리엄 매킨리(1901년) 등 3명의 대통령이 임기 중 암살당했고 레이건 대통령도 총격 테러를 당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케네디 대통령이  사망한 5년뒤인 1968년  대통령 당선이 가장 유력했던  케네디 대통령의 친형인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경선도중  피격돼  사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또한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X나  ‘나에겐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을 외치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백인우월주의 세력에 희생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의 위험도는 이 두 가지 경우를 합친 것만큼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용의자 코와트(20세,왼쪽)와 슐레셀만(18세)
사실  오바마 살해위협은 그동안 죽 있어왔습니다.  지난 9월에도  백인우월주의자들  3명이 오바마 살해 혐의로 체포되었고, 그전에는 힐러리, 허커비 등 대선 예비주자들이 반 협박식으로 이를 언급했었습니다. 문제는  오바마가 대통령이 당선되어도 이런 시도가 멈출 것 같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오히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테러 시도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듭니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입장에선  흑인을  자신들의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힘든 정서에다가 점점 미국내에서 기반이 약해지는 백인 인구비율에 대한 위협,  그리고 최근의 경제난, 실업 등이 겹쳐서  이러한 것들이 오바마에 대한  살해시도로 분출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KKK(http://www.youtube.com/watch?v=iAvIabop_jA)의  두목  레이 라르슨( Ray Larsen)은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말자 살해될 것이라는 협박을 일삼고 있습니다.  Liveleak의 사이트에 가면   레이 라르슨의  당당한(?) 인터뷰를 볼 수 있습니다. (http://www.liveleak.com/view?i=a9a_1210061726&p=1)

▲ KKK 집회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숫자와 상징입니다.  용의자인  대니얼 코와트(20세)와 폴 슐레셀만(18세)은 흑인들이  대부분인 고교를 습격,  모두 88명의 흑인을 살해하고, 이 가운데 14명은 머리를 자르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해 흑인들에 대한 경멸을 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88과 14는 신나치주의자들에게 상징적인  숫자입니다. 8은 알파벳의 8번째 H자를 뜻하고, 88은 HH, 즉 히틀러 만세(Heil Hitler)를 의미합니다. 또 14는 백인 우월을 의미하는 "우리는 우리들의 존재와 백인 어린이의 장래를 확보해야 한다(We must secure the existence of our people and a future for white children)"는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14개 단어를 뜻합니다.

나머지 숫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311은 KKK를 의미합니다. 알파벳의 11번째인 K가 3번 나온다는 뜻입니다.  4/20 또는 420은 히틀러의 생일입니다. 28 은 국제적 신나치그룹인  Blood & Honour 를 뜻합니다. 알파벳 2번째인 B와 8번째인 H를  뜻합니다. 5는 진술거부(I have nothing to say)를 뜻하는 5단어입니다. 

잘 이해가 안가는 것은 83입니다.  8은 H, 3은 C로  하일 크리스천(Heil christ)란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KKK크리스천이란 뜻인데, 기독교 정신과 맞는지 의문입니다만, 사실 지도자  레이 라르슨은  내셔널  나이츠( National Knights) 교회 목사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유색인종을 대상으로 이러한 숫자 암호를 우편물이나 메일로 협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또한,  신나치주의자 대부분이  문신들을 하고 있어서 해외 여행이나 취재 시, 이러한  숫자 문신들을 본다면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KKK를 비롯한  유색인종 혐오주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유색인종 혐오그룹(Hate Groups)이  2000년에  602개이던 것이 2006년에는 844개로 늘어났습니다. 폭스  뉴스도  KKK 회원 증가를  프로그램으로 다룬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 오바마 미 민주당 대선후보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유색 인종의 미국내 비율증가와 경제 불황 등의 복합 요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극단적인  신나치주의자외에도 일반 백인들 역시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만 과격한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뿐이죠.  대신 이들은 유색인종에 대한 혜택을 줄이는 법안을 요구하거나 지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관용과 용광로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한  백인들의 저변의 생각이 투표에 어떻게 나타날지가  관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즉,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Bradley effect )가 얼마나 나타나느냐가 관심사입니다. 브래들리 효과는 199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흑인 후보 브래들리가 여론조사에서는  압도적으로 앞섰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패배한 것으로 백인들이 여론조사 등에서 인종차별주의자로 찍힐 것을 우려하여  답변을 다르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화당은 이 브래들리 효과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오바마를 ‘사회주의자’, ‘마르크스 주의자’라고  까지 몰아붙이며, 여론 조사의  신뢰도를 문제삼는 인터뷰 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반면, 언론학자들은 여론 조사가 정확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브래들리 효과가 있는 반면 ‘휴대전화  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여론 조사는 일반 전화만 가능하고  휴대폰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많이 쓰는 젊은층들은 조사에서 배제되는 비율이 높다는 겁니다. 그래서 브래들리 효과와  휴대폰 효과를 상각하면 비슷해진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 아무쪼록 미국이 쇼비니즘이나 인종주의, 색깔론으로 빠지지 않고, 관용의 나라, 용광로의 문화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그게 진짜 미국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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