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살률 1위와 ‘묻지마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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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라는 소식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급격한 사회변화와 전통의 단절,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가속화, 배금주의와 생명경시 풍조, 약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의 취약함 등은 경쟁사회에서 소외되는 이들에게 자살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연기자 최진실씨의 사건에서 보듯 자살은 유명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섭섭한’ 세상에 좌절한 이들은 급기야 충동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자살은 성별과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상처받고 신음하는 이들을 유혹한다. 우리 사회에는 이들의 절망을 치유할 만한 대책이나 노력이 없어 보인다.

절망에 빠진 이들이 자살을 선택할 때 어떤 사람들은 사회에 대해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내는 선택을 한다. 바로 ‘묻지마 살인’이다. 최근 자기가 살던 고시원에 방화를 해 중국동포를 포함한 6명을 죽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용의자인 정 모씨는 경찰조사에서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살기가 싫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회에서의 낙오로 인한 좌절감을 불특정 다수에 대한 증오로 불태우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2003년 대구에서는 지병으로 인한 울분으로 방화를 해 무고한 192명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올 초에는 토지 보상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방화를 해 국보 1호 숭례문이 잿더미가 되었다. 참담한 일이다.

자살과 ‘묻지마 살인’은 사회에 대한 좌절과 분노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사람에 따라서 어떤 이는 자학(自虐)으로 다른 이는 가학(加虐)으로 나타날 뿐이다. 이런 사건들은 썩고 곪아가는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징후다. 그러나 약자에 대한 배려와 톨레랑스의 부재를 근본적으로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 방송에게는 책임이 없는가 하는 것이다. 상처받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제도의 모순을 개선하려는 방송의 성찰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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